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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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이기적이다 by glasmoon



어려서 보았던 구로사와 아키라의 초중기작들 중 뇌리에 깊히 박힌 건 "7인의 사무라이"보다도
"라쇼몽"이었다. 사람의 기억이 특히 시비가 얽힌 것일수록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된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울게 없어도 거짓말을 하다 들킨 어린아이의 부끄러움은 여전히 남아있었달까.
그리고 하나의 사건을 훑는 여러 개의 관점은 하나의 형식이 되어 여러 영화에 왕왕 쓰였는데.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라쇼몽"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 리들리 스콧의 이번 "라스트 듀얼"은
실화에 기반하면서도 배경이 다를 뿐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진실 공방이라는 점은 놀랍도록 닮아
장(맷 데이먼), 자크(아담 드라이버), 마르그리트(조디 코머)의 시점으로 사건을 세 번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2021년의 리들리 스콧이 1950년의 구로사와 아키라를 단순히 변주만 할 리는 없으니
"라쇼몽"의 인물들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사건의 인과 관계를 노골적으로 뒤바꾸는 것에 비해
"라스트 듀얼" 세 인물의 사연은 - 비록 일부 디테일에 차이가 있더라도- 얼핏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똑같아 보이는 장면도 교묘하게 편집이 가감되고, 몇몇 장면은 화각과 앵글이 바뀌면서
분위기와 뉘앙스가 달라지며, 일부 장면은 다른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다르게 찍고 연출했으니
이를 알듯 모를듯 미묘하게 표현해낸 배우들과 그 미묘함을 화면에 담아낸 감독에게 박수를!
게다가 스콧옹의 주특기인 중세 기사물의 판을 깔아놨으니 고증과 전투야 말해봐야 입아프고
해리 그렉슨-윌리엄스의 음악도 훌륭한...데 "킹덤 오브 헤븐" 향이 살짝 나는건 감안해야 하나?



일종의 흑막이면서 사건의 전체적인 관찰자이기도 한 피에르 백작(밴 애플렉)이라면 또 모를까
억울하기 짝이 없는 장도, 가장 큰 피해자인 마르그리트도, 심지어 자크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비록 추한 자기합리화라 하더라도 자신이 믿고있는(혹은 믿고싶은) 진실을 말했을 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이고 뇌는 받아들이는 정보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편향시키니
때로 일신의 손해나 생명의 위기 앞에서도 그러하다. 이 또한 인간의 모습 중 하나라지만.

10월의 금산 by glasmoon


날씨 좋은 일요일, 몇 번이나 불발되었던 금산 나들이를 드디어 실행하였습니다.



금산이라면 (중부고속도로의 인삼랜드 휴게소를 제외한다면) 전국 군청 답사때 들렀던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싶은데, 근처 장산 저수지에 하늘물빛정원이라는게 있다네요.



안쪽으로는 글램핑장이 있고, 저수지 둘레를 따라 정원과 데크,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예의바른(?) 설치 작품도 있구요. ^^



음식점 카페 등도 있지만 아직 시간이 일렀고, 식물원은 열려있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대단히 진귀한 무언가가 있는건 아니어도 확실히 분위기는 생각보다 훌륭하네요.
이런저런 등신대 인형들도 있는게 가족이나 연인끼리 와서 사진 찍으라는 느낌?



파라솔 아래 앉아 모처럼 여유를 부리다보니 건너편으로 분홍색의 물결이 슬쩍 보입니다?



반바퀴 돌아 왔더니 핑크뮬리라는 외래종의 분홍색 풀을 심어놓은 것이었군요.
근데 이거, 보기엔 예뻐도 생태 교란 가능성이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는데요~



별 생각없이 들렀던 장산 저수지에서 시간을 꽤 보낸 뒤 읍내로 들어갔습니다.
나들이의 목적은 당연히(?) 성당 아니었겠어요.



금산 성당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읍내 바깥의 칠백의총을 찾았습니다.



아마 다들 국사책에서 보았던 걸 어렴풋이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임진왜란 초기 금산 전투가
벌어진 곳이기도 하거든요. 고경명이 이끈 1차와 조헌이 이끈 2차 전투 모두 대패로 끝났으니
2차 전투에 참가한 의병 700여명의 시신을 수습한 무덤을 칠백의총(七百義塚)이라 합니다.



이러한 분들의 의기가 있었기에 이 나라가 여기까지 이어져온 것이겠죠.



이제 막 붉은 물이 들기 시작한 단풍의 초입에 따사로운 햇살을 즐긴 금산이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접촉 후 뺑소니를 당하는 바람에 저녁 시간은 증발;;;

듄의 비전 by glasmoon



데이비드 린치(혹은 앨런 스미시)의 1984년작 "듄"은 나에게 있어 여러모로 애매한 작품이었다.
뒤늦게 알게 된, 어른의 사정으로 어마어마한 가위질을 당한 거야 어느정도 감안한다 해도
중요한 설정이 일부 누락되면서 전개의 흐름이 바뀌었고, 오리지널 설정으로 추가된 음파 병기는
아무리 봐도 기괴했으며, 복수가 끝나면서 매듭지어지는 이야기는 평범한 영웅담에 다름없었다.
무엇보다도 원작의 묘사를 충실하게 옮긴 화면은, 물론 환상적이긴 했지만, 원작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올렸던 이미지와 별다르지 않았던 거다. 그래도 '그' 데이비드 린치인데 말이지.



재영화화 기획이 오랫동안 시공간을 표류한 끝에 끝내 드니 빌뇌브의 손에서 다시 만들어졌다.
수 차례 영화와 게임을 통해 만들어졌고 파생되거나 영향받은 아류작이 모래알처럼 깔린 상황에서
그는 원작을 충실하게 옮기거나 또는 새롭게 해석하는 것보다 관객을 경험시키는 것에 주력한다.
이미 몇몇 영화를 통해 뛰어난 위력을 증명한 아이맥스 카메라의 시선으로 훑는 우주와 사막의
깊은 공간감은 이제 실내에까지 침투해 홀 하나, 복도 하나, 방 하나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중세 귀족이 아니라 행성의 지배자에 어울리는 광활하다못해 허무하기까지한 크기를 부여한다.
그 커다란 공간을 채우는 수많은 검증된 배우들, 그들의 몸을 감싼 아름답고 기능적인 의상들,
그리고 그 뒤를 받치는 묵직한 음향과 한스 짐머 특유의 음악까지 더해지면 익히 아는 이야기라도
전혀 다른 장면으로 완성되니, 입에서는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복잡한 설정과 많은 등장 인물들을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두 시간 반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추가된 대사나 수정된 장면들이 주로 주인공 폴의 감정선을
보완하는 것들이었고 또 효과적이었으므로 앞으로 만들어질 2부에서도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강력한 원작이 있고 이토록 압도적인 비전을 제시하였는데 천하의 빌뇌브가 말아먹기야 하려고.
다만 스타일에 다소 차별을 두었을지언정 화면의 분위기가 그의 전작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쉽게 떠올리게 한다는 부분에서는 다소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감독 이하 다수 스태프들이
그대로 옮겨갔기 때문이겠지만 듄 시리즈를 마무리한 뒤에는 한동안 쉬며 재충전을 해야 할지도.



아 됐고, 그래서 2부 언제 만들어 개봉할 거냐고!!


하나, 주제를 위해서라도 2부에서 그치지 말고 감독의 바램대로 원작 2권을 다룬 3부까지 갔으면.
하나 더, 물론 한스 짐머의 음악도 좋지만 "시카리오", "컨택트"의 요한 요한손이 살아있었더라면?


듄: 전설은 실현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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