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20일
워너 - 히스토리 오브 로큰롤


평소 남자치고는 꽤나 긴 머리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일단 '락을 한답시고 설치다가 지금은 공부하는 중'이라는게
제가 둘러대는 가장 일반적인 대답이긴 한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아는것이 얼마나 단편적인가를 느끼게 됩니다.

사실 이 락 음악을 공부한다는게 참 막막한 현실이죠.
구미에서도 아직 정확한 기록이나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기 힘드니
국내 상황은 말할것도 없습니다.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나 장르의 뒷 이야기에 빠삭한 마니아들은 많지만
막연한 형용사들을 동원한 칭송(혹은 비판)의 거품을 걷어내면
전체적인 틀을 통찰하거나 음악적으로 진지하게 접근하는 사람이나 글은
-물론 저를 포함해서-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공부와 학문적인 면의 이야기이므로
락음악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

음... 이런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본론은, 이쪽에서는 접하기 힘든 귀중한 자료가 되는
워너에서 발매한 DVD 박스, "히스토리 오브 로큰롤"에 관한 것입니다^^;;


1995년 타임 라이프에서 제작된 10부작 다큐멘터리로
2004년 워너를 통해 DVD로 발매되었습니다.
편당 60분 정도의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에피소드의 타이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Rock 'n' Roll Explodes
2: Good Rockin' Tonight
3: Britain Invades, America Fights Back
4: The Sounds of Soul
5: Plugging In
6: My Generation
7: Guitar Heroes
8: The 70's: Have a Nice Decade
9: Punk
10: Up from the Underground

유명한 퀸시 존스를 비롯해서 밥 메로비츠, 데이빗 살츠만이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특정한 진행자 없이 각 음악가들의 인터뷰만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퀸시 존스도 인터뷰 대상으로 종종 등장하죠. ^^)
블루스에서 시작되어 R&B, 엘비스의 등장과 초기 로큰롤, 비틀즈와 브리티쉬 인베이전,
포크의 열풍, 핸드릭스와 우드스탁, 펑크와 이후의 음악들을
기라성같은 실존 명사들이 과거의 화면들을 돌아보며 술회하고 있습니다.
그중 빈번하게 발언자로 등장하는 사람만 해도
초기 로큰롤의 왕자 리틀 리처드,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 더 후의 피트 타운센드,
B.B. 킹,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 브루스 스프링스틴, U2의 보노 등등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사실 이 DVD 박스가 국내 발매된게 2년 전이고,
당시 이건 꼭 갖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싸지 않은 가격에도 냉큼 구입했던 것인데
바쁜 일상에 두어시간으로 볼수있는 물건이 아니어서 살짝 잊고있는 사이
무지막지한 가격으로 할인되어 풀려버리더군요. orz
설마 이런 마이너한 것까지 할인으로 나오랴 싶었는데
비닐도 뜯기 전에 제대로 당한것도 뼈아프고
(아니, 사실 그 가격에 들여놓는다는건 좀 무안하죠. 이런건 제값을 줘야...)
요즘 논문 한편 쓸것도 있고 해서 얼마전에야 모두 보았습니다.

사회자 없이 당대 음악인들의 인터뷰와 기록 필름 위주로 진행된다는 형식상
딱히 학술적인 내용이나 치밀한 근거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시대별 명곡들의 비디오 모음집 같은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음악사에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의 발언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무게가 있습니다.
한가지 유감이라면, 80년대 이후는 MTV와 랩/힙합을 중심으로 훑으면서
하드락/헤비메탈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죠.
속편으로 '히스토리 오브 헤비메탈' 같은게 나오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죠--;;

올드 락이든, 헤비메탈이든, 갱스터 랩이나 힙합이든
그 음악적인 근원은 블루스와 로큰롤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므로
락 음악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쯤 보시길 권합니다. ^^


by glasmoon | 2006/11/20 00:41 | Glasmoon sets in...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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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바스티스 at 2006/11/20 06:51
이러나 저러나 블루스 만세!!! ㅜ.ㅜ
마틴 스콜세지의 "블루스"도 뭐 작품적인 가치보다는 그저 블루스 팬이라면 한번쯤 봐줘야 된다카던데....이것도 리스트에 포함....흐음~~
Commented by glasmoon at 2006/11/20 13:54
바스티스 님 / 블루스는... 감독들이 너무나 애착을 가진 나머지 좀 오버하는 경향이 있지만
히스토리 오브 로큰롤은 그런 면에서는 좀더 객관적인 견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해당사자(?)들이다보니 서로에 대한 시기나 질투 등등도 나타난달까요^^;;
둘다 한번쯤 봐야할 것들임에는 틀림없죠.

Werdna 님 / 음? 덧글 주지 않으셨던가요..??
Commented by Werdna at 2006/11/20 15:47
에구... 벌써 보셨군요.
로이 브라운의 "Good Rocking Tonight"이 두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인 것을 보고서, 첫번째 에피소드는 도대체 몇년대의 락에 대한 이야기일까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올렸었습니다 (40년대 이전?). 그런데 생각해보니 각 에피소드가 연대별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아닐거란 생각이 들어서 허겁지겁 지웠지요.
Commented by glasmoon at 2006/11/20 17:25
Werdna 님 / 아... 이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시대순으로 진행되는게 맞습니다.
1부 Rock 'n' Roll Explodes 가 물론 미국 흑인의 역사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대충 1950년을 전후한 로큰롤의 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2부 Good Rockin' Tonight 은 명백히 50년대 중후반, 초기 로큰롤 전성기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로이 브라운의 곡명이긴 한데... 엘비스가 다시 부르기도 했으므로 그의 대표곡중 하나로,
또 제목 자체가 가진 비유로 쓰인게 아닌가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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