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구해보겠다고 입고가 느린 곳에서 구입했다가 불량까지 나는 바람에 많이 늦어버렸습니다.
1/200 스케일이라는 작은 크기에 걸맞지 않는 뛰어난 가동성과 디테일로
새로운 완제품 카테고리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반다이의 HCM Pro 라인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Super HCM Pro, 1/144 건담입니다. (이하 SHCM)
전부 약자이므로 풀어쓰면 Super High Complete Model Progressive 라는 엄청 긴 이름이 되는군요.
코토부키야의 S.U.G.O.I도 그렇고 요즘의 유행인 모양인데, 이름이 길면 품질도 올라간다는건지..;;
어쨌든 개발 단계에서부터 MG에 준하는 기믹 및 가동성과
건담에 관련된 거의 모든 아이템을 총망라한 풍부한 부속들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큼직한 박스는 소체 부분의 앞, 뒤, 옆으로 모두 창이 나 있습니다.
도색 실수 등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얼굴부터 발바닥까지 찬찬히 살펴보실 수 있겠네요.
반대쪽에서는 각종 무장과 옵션들도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주카의 손잡이가 잘못 조립되어 있을줄 제가 알았나요.
뭐 덕분에 도색이나 조립 상태가 더 괜찮은 제품으로 바꾸긴 했지만. ^^;
나름 풍성한 구성물입니다.
그냥 전부 완성해 두었어도 될텐데, HCM Pro의 처음부터 내려온 전통이라는 건지
일부 부품은 러너 상태 위에 도색되어 있습니다.
모두 늘어놓아 보았습니다.
건담 소체와 코어 파이터의 기본 구성 외에 행거 형태의 베이스가 포함되어 있고
무장으로 빔 사벨×2, 빔 자벨린, 실드, 빔 라이플, 하이퍼 바주카×2, 건담 해머, 하이퍼 해머,
그리고 환상의 수퍼 네이팜과 무장을 장착하기 위한 어태치먼트 부품까지 들어있습니다.
드럼통 모양의 수퍼 네이팜의 입체화는 아마도 GFF 헤비 건담 이래 두번째가 아닌가 싶군요.
그러나 연결 기믹이 없어서 GFF 헤비 건담처럼 빔 라이플에 장착할 수는 없습니다.
사진의 배경은 코토부키야의 메카니컬 체인 베이스로, 제품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베이스에는 각 무장마다 지정된 자리가 있어서 모두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건담 전용의 관물대?
그 위에 건담까지 올려놓으면 세트 완성입니다.
G 파이터와 방열 필름(...)을 제외하고, 퍼스트에서 건담이 사용했던 모든 장비 모듬이죠.
재질은 대부분 ABS이며 발바닥이나 백팩 노즐 등의 일부에 금속이 사용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펄이 가미된 소재로 성형된 위에 일부 도색과 마킹이 실시되어 있습니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되었던 이유 중 하나인 풀 해치 오픈 모드입니다.
머리의 카메라와 양 볼, 어깨와 팔, 가슴과 콕핏 해치, 프론트 아머, 무릎과 종아리, 백팩 등등까지
전신에 걸쳐 약 20개소의 해치가 열립니다.
스케일이 작다보니 덜렁거리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더군요.
다만 역시 크기의 문제로 각 해치의 경첩 부분이 모두 밖으로 노출되어 디테일로 처리되어 있으며
제품에 따라 일부 장갑이 딱 맞아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뒤에서 본 모습. 백팩 내부가 잘 보이는군요.
짐작하시겠지만 해치 내부는 단일 몰드 위에 도색한 것으로 대단한 디테일이랄 것은 없습니다.
허리 앞뒤 장갑의 노란 사각형 헬륨 코어는 앞쪽의 것만 열리고, 뒤쪽은 열리지 않습니다.
부속된 코어 파이터입니다.
1/144 스케일 주제(?)에 일부 마킹은 물론 랜딩기어와 캐노피 오픈까지 구현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부품 교체나 탈착 없이 코어 블럭 형태로 완전히 변형됩니다. (왼쪽)
수직꼬리날개야 그렇다 치고 랜딩기어까지 접히는 것은 꽤나 의외더군요.
제품에는 이외에 액션형 코어 블럭이 따로 들어있습니다. (오른쪽)
코어 파이터의 노즐에 해당되는 부분을 분리하여 볼 조인트로 연결함으로써
건담의 허리 가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제품의 허리에는 하나 더 재미있는 기믹이 있는데,
엉덩이쪽을 슬라이드시켜 올림으로써 허리를 앞으로 숙일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숙이는 동작은 이 기믹으로, 좌우로 젖히는 동작은 코어 블럭의 조인트로 재현하게 됩니다.
가동성이 뛰어난 다리에 이 허리 기믹이 합쳐져 매우 자연스러운 무릎앉아 자세가 구현됩니다.
무릎은 PG 및 MG 등과 마찬가지로 거의 완전히 접혀지는 2중 관절이며
앞쪽 허벅지 장갑은 그 움직임에 연동되어 슬라이드식으로 움직입니다.
팔의 앞뒤 및 상하 스윙, 팔꿈치의 거의 완전한 접힘 등은 당연합니다.
뭐 이런건 건프라 HGUC 신제품들에서도 대부분 구현하고 있죠.
제품의 공식 이미지 중에서 가동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따라해 보았습니다.
일명 '자쿠 허리 베기'. (SHCM 두번째로 이 장면에 특화된 자쿠가 나오려나요^^.?)
상당히 폭넓게 벌어진 다리와 함께 좌우로 비틀어진 허리 가동을 잘 보여줍니다.
이 허리 가동을 통해 '라스트 슈팅' 자세도 보다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의외로 목의 가동 폭도 상당하지요.
무장을 하나씩 들려보았습니다. 손가락은 엄지, 검지, 나머지 셋으로 나뉘어 움직입니다.
빔 사벨도 물론이지만 모든 무장에는 사각형의 홈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쥐어지는군요.
작고 가볍다보니 손가락을 완전히 펴도 딱 붙어있을 정도입니다.
앞 손잡이나 조준 센서는 물론 움직이며, 총몸 덮개도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덮개에 찍혀있는 XHB-L-03/N-STD는 라이플이 아닌 바주카의 제품명이죠.
빔 라이플의 제품명은 XBR-M-79-07G(또는 A·EBr·XBR-87-D)인데 어쩌다 이런 오류가..--
(반다이 - U.C. 암즈 갤러리 02 참조)
다음은 하이퍼 바주카.
손잡이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오른손용과 왼손용이 따로 들어있습니다.
손바닥에 있는 고정용 돌기 때문이죠.
건담 해머의 쇠사슬은 실제 금속 체인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1/144 스케일의 해머는 오래된 퍼스트 웨폰 세트에 들어있는 것이 유일했는데,
이쪽을 그냥 가져다 쓰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웨폰 세트 두개 재어놨는데 orz)
로켓 추진기가 달린 하이퍼 해머도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마니악한 인기를 누리는 빔 자벨린.
원래 투창이지만 마땅히 자세 잡기가 어려워서 죽창(...)처럼 쥐고 있네요.
희귀하다면 수퍼 네이팜이 더하겠지만 라이플 장착을 배려하지 않았기에
그냥 럭비공처럼 껴안고 다니는 것 외에는 마땅한 연출이 없을 것 같습니다.
건담이라면 사벨 고정 장착에 라이플, 실드라는 기본 구성이 떠오르겠지만
별도로 추가된 어태치먼트 부품을 사용하면
허리 뒤에 바주카 둘에 해머까지 추가로 짊어질 수 있습니다.
살벌한 무장이긴 한데 과연 이렇게 달고 잘 뛰거나 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
물론 라이플이나 바주카 하나만 달 수도 있고, 백팩에 실드를 달 수도 있습니다.
피해갈 수 없는 순서, 1/144 HGUC 건담과의 비교입니다.
(실수로 SHCM 건담의 빔 사벨 하나를 떼어내지 않았네요. TT)
먼저 가격으로 보면 -풍부한 옵션을 감안해야겠지만- 무려 일곱 배의 차이가 나는군요.
물론 가격 차이 만큼이나 기믹과 가동성의 비교는 무의미합니다.
전체적인 키나 길이, 볼륨 등의 프로포션은 놀랄만큼 흡사합니다.
머리나 얼굴, 몸체, 허리 장갑 등은 HGUC를 개조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지요.
그만큼 HGUC 건담이 훌륭하게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뜻도 되겠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어깨입니다. 이 어깨는 건담 ver.Ka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며
이 어깨의 사다리꼴 몰드가 전신으로 확장되어 카토키 건담과는 다른 스타일을 만들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이 어깨를 통해 어깨 폭 자체가 넓어져서 프로포션도 변경되었네요.
이번 SHCM 건담이 컨셉에서나 포장에서나 TV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동체의 푸른색은 '애니메이션 컬러'의 그것이고, 직선과 직사각형의 마킹은 구 MSV 스타일이죠.
그러나 특유의 어깨나 오렌지가 많이 가미된 노란색 등 ver.Ka의 요소도 많이 가미되어 있는데,
좋게 보면 여러 디자인의 요소들을 따와 믹스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삐딱하게 보면 원작풍도, 카토키풍도 아닌 잡종이 되어버렸다고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 관점에서 저 어깨는 너무나 카토키 냄새가 강한데다 허리 장갑 등의 다른 부분과도 전혀
매치되지 않으므로, 다단계의 각만 좀 단순화 시켰어도 훨씬 나아졌을것 같은 아쉬움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가동성이나 기믹은 매우 뛰어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베이스는 물론 더블 바주카, 두 가지 해머, 자벨린 등 많은 장비들이 포함된 것도 매력적이죠.
그러나 가격이 꽤 높다는 점, 마킹이나 옵션에서 부실한 부분이 보인다는 점,
결정적으로 디자인 면에서 그 성격이 좀 애매하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 완성도나 마감 등등의 측면에서 어쩔수 없는 완성품이랄까요.
역시 모델러라면 HGUC 등의 제품을 이용해서 마음에 들게 뜯고 만드는게 최선이라는 얘기죠.
그놈의 시간과 귀찮음이 문제라서 그렇지..--
그 시간과 귀찮음을 극복하기 곤란하고 금전적 여유가 있으며 1/144 스케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나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제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