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glasmoon.egloos.com

포토로그



35인 33색, 그들 각자의 영화관 by glasmoon



'만화영화'가 아닌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소년으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소문이 입에서 입을 타고 이어져 변두리의 재개봉관이라지만 관객들로 가득한 극장.
결국 계단 위에 서서 보던 소년은 스크린 속 소녀와 외계인의 이별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것이 극장에 대한 소년의 기억.
성장 과정에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이제 그런 류의 영화는 잘 보지 않게 되었지만 말이죠. ^^


2007년, 60회를 맞은 칸 영화제를 기념하며 35인의 저명한 영화 감독들이
'극장'을 테마로 각기 3분 안팎의 단편을 만들어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어 상영하였습니다.
그 속에서 그들은 극장에 대한 과거와 현재, 또는 미래의 일을 얘기하며
또 영화에 대한 자신과 타인의 기억과 추억, 그리고 바램을 이야기합니다.
그 35인의 면면은 한결같이 대단한 이름들이지만, 솔직히 33편(상영은 31편)이 전부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자화자찬에 그치거나, 자기 복제일 뿐이거나, 그저 3분간 카메라를 돌렸을 뿐인 듯한 것도 있었죠.
그러나 누군가의 뻔뻔한 느긋함, 누군가의 절묘한 자기 압축, 누군가의 관객에 대한 복수,
누군가의 공감 200% 영화 잡담, 누군가의 황당한 극장 경험, 누군가의 아들과 영화 고르기를 함께 하며
각 에피소드가 끝나고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대단한 즐거움이죠.
또 "8과 1/2", "알파빌", "키즈 리턴", 심지어 "(실비아 크리스텔의) 엠마뉴엘" 등등의 작품을
스크린 속의 스크린으로 다시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요소.

언제 다 지났나 싶을 정도로 서른 남짓한 에피소드가 쏜살같이 지나가고
극장을 나오는 얼굴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자, 그럼 당신의 영화관은 어떤 것인가요?



덧글

  • TokaNG 2008/05/22 21:15 # 답글

    3분 안에 많은 역사(?)를 담은 감독도 있는것 같더군요.
    어떤 연출을 보였을지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
  • mithrandir 2008/05/22 22:04 # 답글

    다들 어찌나 평소 자신들 작품이랑 붕어빵같은지.
    몇몇 감독은 사전 정보 없이 봐도 "아, 이거 누구 영화구나"라는 게 딱 나오더군요.
    다만 첸카이거와 장예모의 작품은 실망이었습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들 시각장애인 소재를 많이 써먹는 걸까요.

    역시 압권은 "니들도 버티면 나처럼 상받을 수 있어"라던 모 감독님의 작품.
    그분 작품은 본 게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회고전을 매번 놓쳐요)
    그 자화자찬-한맺인과거회상이 얼마나 와닿던지... ^^;
  • 두드리자 2008/05/22 23:32 # 삭제 답글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만들지 않았을까요? 잘못하면 30명이 넘는 감독들 중에 꼴찌로 찍힐 수도 있으니. (영광의 꼴찌는 누구인가)
  • 버섯돌이 2008/05/23 00:38 # 답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집중이 되지 않을까 걱정되던데요..;
  • 나무피리 2008/05/23 01:19 # 답글

    오아 포스터가 정말 근사해요! 보고 싶어지는걸요^^;;; 저도 보게 되면 꼭 감상글 쓰겠습니다!
  • glasmoon 2008/05/23 20:15 # 답글

    TokaNG 님 / 정말 자신의 장기 딱 한줄 보여줄만한 시간인데, 그 와중에도 절묘한 것들이 있어요~

    mithrandir 님 / 앞의 타이틀에 감독 이름이 나오는 소수 예를 빼면, 그거 알아맞추는 재미였죠. ^^
    첸카이거, 장예모, 왕가위를 비롯한 일부 감독들의 작품은 저 역시 무척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시각장애 소재를 다룬 감독들은 칸에서 보면서 서로 멋적었을 듯. 아이디어가 다 그 수준이라니..--
    그 자화자찬 감독님은, 쌓이고 쌓인 한풀이 + 나이먹어 염치없음 으로 보이더군요. 아하하.

    두드리자 님 / 뭐 경쟁하거나 등수를 매기는건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몇몇 좀 떨어지는 걸 감독한 사람은
    이래저래 체면 구겼을 지도. ^^;

    버섯돌이 님 / 일일이 기억하려고 하면 머리가 못따라가고, 그냥 그때그때 아는만큼 즐기니 되더이다. ^^

    나무피리 님 / 음, 아마도 위 그림은 영화 포스터가 아니라 해외에서 발매된 DVD 커버일 겁니다.
    영화 포스터에는 몇몇만 올라있는데 저 커버에는 전체 감독의 이름이 올라있어서 마음에 들더라구요.
    작품이 그다지 오래 걸려있을것 같진 않으니 보시려거든 빨리 가세요. ^^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