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2일
페르소나: P3 & 트리니티 소울


이번 시즌에 유일하게 챙겨보았던 애니메이션,
"페르소나: 트리니티 소울"이 지난 일요일을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일단 이 -보편적인 관점에서- 기괴한 아틀라스의 여신전생 관련작이 TV 애니메이션으로 진출한 것은
무엇보다 2006년의 "페르소나 3(P3)"가 그만큼 -기괴함이 엷어지기도 하면서- 히트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오히려 그렇게 히트한 원안이 있기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면서
'대체 이게 페르소나 3와 무슨 관계가 있나', '그걸 떠나서 도대체 무슨 소리냐'는 불만도 컸고
또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불친절한 작품이었던 것도 확실합니다.


이하의 포스트에는 부득이 트리니티 소울 본편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므로
원하지 않는 분께서는 뒤로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


일단 이번 트리니티 소울은 페르소나 3에서 10년 후를 시간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공간적인 배경 또한 페르소나 3와 같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연결 고리는 직접적이지 않습니다.
'10년 전 마을에서 대거 발생했던 무기력증'이 모든 이야기의 발단인 듯하고,
페르소나 3의 주요 멤버 중 한사람이었던 사나다 아키히토가 성인이 되어 등장하고 있기도 하죠.
그러나 배경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
즉 메구미나 타쿠로, 카나루 등이 원작의 유카리나 쥰페이, 후우카를 확연하게 연상시키는 등
페르소나 3의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붉은머리 소녀는...?




남성 리더로서의 사나다 아키히토는 원작에 이어 그대로 등장하고 있고,
그 결과 남아버린, 원작의 주요 인물들 중 그 역할이나 이미지가 계승되지 않은 나머지 두 캐릭터,
즉 미츠루와 아이기스를 찾는 것이 이 트리니티 소울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가 됩니다.

두 번째 오프닝 속, 카나루가 메구미나 타쿠로와는 달리 한쪽 눈을 뜨고 있는 묘사에서
다른 캐릭터들과 뭔가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그것이 원작의 아이기스의 그림자를 뜻하는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죠.
카나루의 잔잔한 마지막은, 원작의 결말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하지만,
주인공과 안드로이드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또다른 감정을 연출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붉은머리 소녀 아야네를 미츠루와 비교하게 되면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죠.
원작에서 미츠루의 어린 시절이 등장했었고, 당시 미츠루는 페르소나의 실험체이기도 했습니다.
즉 이번 이야기는 원작에서 키리조 그룹이 실행했던 페르소나 실험이 (물론 그 주체는 바뀌었지만)
P3 내용과 달리 최악의 결과를 야기했다면 하는 가정에서 모든 사건이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되며
이 트리니티 소울은 페르소나 3의 후일담이 아니라 재구성이라는 것이 됩니다.

게임에서나 가능한 라스트 보스의 설정, 즉 사신 강림이라던가 집단 무의식의 퇴치라던가 하는
-화면으로 옮기면 꽤나 유치찬란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을 '고래'라는 이미지로 완곡하게 넘기고
그 자리에 대신 세 형제(또는 네 남매)의 이야기를 넣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너무나 불친절했던 것 또한 사실이며
형제의 이야기에 초점이 쏠린 나머지 정작 '페르소나'는 그 주변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것이
성급해보이는 마지막 회의 결말과 함께 이 작품의 평가를 높이는데 주저하게 만듭니다.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초반에 이고르까지 올려놓고서도 전혀 활용하지 못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제 관점에서 볼 때 이 "페르소나: 트리니티 소울"은 나쁜 작품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에게, 특히 페르소나 3를 플레이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꽤나 불친절한 작품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도 내용을 따라가는데 바빴으므로, 정당한 평가를 위해서는 다시 한번 천천히 돌아봐야겠죠. ^^


페르소나: 트리니티 소울, 뒤늦게 감상중

by glasmoon | 2008/07/02 10:02 | Memory remains in...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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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Dark Side of the.. at 2008/07/06 15:59

... 요? 이게 다, 플레이하면서 '어라, 생각보다는 괜찮을걸?'하며 나름 즐기기 위한 사전 준비입니닷. 어쨌든 한글판 빨리 나와라~! 그 한 해의 기억, 페르소나3 FES 페르소나: P3 & 트리니티 소울 ... more

Commented by 功名誰復論 at 2008/07/02 12:19
부기팝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거군요. 부기팝 소설을 보고 나서야 내용 파악이 가능한 게 부기팝 애니메이션이었으니.
Commented by theadadv at 2008/07/02 13:45
부기팝 애니메이션은 시나리오집 1,2가 소설과는 별개로 나와있죠. 사실, 소설을 다 봐도 알 수 없게 만들어져있습니다. 감독들이 그러라고 만든 실험 애니메이션이거든요.
Commented by 미미르 at 2008/07/02 17:01
전 게임은 안해봤고 아이기스가 로봇또(...)라는것만 알고 봤는데
대~충 뭔가 전달은 된듯한데 완전히 자신있게 주제를 말할수있는것 같지는 않네요 =ㅅ=;
그래도 그럭저럭 좋은느낌을 받긴했습니다.
Commented by 니트 at 2008/07/02 17:17
카나루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퍽!!) 개인적으로는 영웅담까지는 아니지만 특이한 능력의 주인공이 나오니 만큼 조금 더 액션이나 연출이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Commented by Werdna at 2008/07/02 21:02
그새 끝났습니까 OTL 이건 또 언제 챙겨보나~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03 01:02
功名誰復論 님 / theadadv 님께서도 남겨주셨듯 미디어믹스로 진행된 부기팝과는 입장이 조금 다르겠지만,
본편을 미리 숙지해야 이해할수 있다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하겠군요. ^^
물론 저는 노이즈 가득한 어두운 화면을 자랑했던 부기팝 팬텀,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미미르 님 / 위에도 나왔던 부기팝 팬텀에 비하면 이미지 전달이나 분위기 연출에 있어 부족한 면은 있었지만
나름 범작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

니트 님 / 음... 그 쪽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관절 부위가 적나라하게 보였던 아이기스에 비하면
외형과 행동, 감정에 있어서까지 거의 인간과 같은 모습을 보였던 카나루는 과연 일취월장이로군요.
여신전생의 큰 테두리 안에 있으므로 처음부터 액션에 욕심은 없었지만, 확실히 좀 아쉽긴 했습니다.

Werdna 님 / 그래도 길지 않아서 2쿠르로 마감되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사나흘 정도에..^^;
Commented by .... at 2008/07/14 01:24
겜광고판애닌는원래이모냥.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15 10:30
.... 님 / 조금 더 신경썼다면 '게임 광고용'이라는 말까지는 듣지 않았을성 싶기도 한데,
뭔가 변호해주고 싶어도 딱히 할 말은 없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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