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6일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 석양에 돌아오다


인상을 찡그리며 담배를 씹어대는 멋진 건맨,
목적을 위해서라면 의뢰인도 사정없이 죽여버리는 냉혈한,
그리고 매일같이 좌충우돌하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바퀴벌레.
그러나 그들이 활약한 19세기의 서부는 사나이를 위한 판타지가 아니라 혼란한 미국의 일부였으니...




세르지오 레오네의 이른바 '무법자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며
가장 규모가 큰 대표작이라 할만한 '놈놈놈', "석양에 돌아오다(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무법자 3부작의 국내판 제목은 좀 제멋대로여서 "석양의 무법자"로 불리기도 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펼치는, 단순한 1:1이 아닌 1:1:1과 1:2, 2:1을 오가는 복잡한 대립 구도,
다량의 자본이 투입되어 수많은 인원들로 연출해낸 전쟁 장면,
그리고 단순무식한 무법자들의 대결 속에서 비추어낸 남북전쟁의 비참함으로
스파게티 웨스턴의 집대성이자 최고작으로 추앙받는 이 작품.

그러나 나로서는 썩 만족스러운 영화였다고 하기 힘들다.
전작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와 "석양의 무법자(For a Few Dollars More, 1965)"
에서 보여진 B급 정서에 열광했던 나에게 이 '놈놈놈'은 좀 잘난 체를 하는 느낌이었달까.
시간이 흘러 한참 뒤 DVD로 다시 본 후에도 그러한 느낌은 사그러들지 않고 남아있었다.
코미디에 가까운 엘리 왈라치(the Ugly; 추한놈) 등 배우들의 연기와 전쟁의 잔혹함 또는 휴머니즘은
'와우와우와~' 하는 코믹한 테마와 엔니오 모리코네 특유의 너무나 서정적인 선율 만큼이나 이질적이어서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못하고 영화가 명확하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줄거리상 큰 의미가 없는 남북전쟁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것은 감독의 욕심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저예산 서부극으로 출발했으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로
귀결되는 대가 세르지오 레오네의 여정을 생각하면 그 과도기적 위치에 있다고 할 만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 반 클리프, 엘리 왈라치가 그려낸 세 캐릭터의 개성은
서부극을 통틀어 가장 선명한 것으로 치켜세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2000년대 한국판 '놈놈놈'은 과연 그 이름에 걸맞는 캐릭터들을 보여줄 것인가?


by glasmoon | 2008/07/16 18:21 | Memory remains in...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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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ark Knight .. at 2008/07/17 18:13

제목 : 스파게티? 마카로니?
면의 종류가 수 백을 헤아린다는 파스타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라면 역시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를 꼽을 수 있습니다. 뭐 양식이라고는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 외에 접할 수 없던 어린 시절에야 영화에서나 가끔 보는, '괜히 이름만 어려운 이탈리아식 국수인가보다' 하는게 전부였고 나중에 파스타 전문점이 하나씩 둘씩 생긴 뒤에도 '그게 다 스파게티 아니야?' 했지만 말이죠. ^^; 왼쪽이 스파게티, 오른쪽이 마카로니입니다. ......more

Linked at Dark Knight of t.. at 2008/07/22 18:41

... 끝일 모양이다. 한 삼십분 정도 과감하게 덜어낸 재편집본을 기대해본다. 덧: 포스터에는 '오리엔탈 웨스턴'이라고 박혀있네. 이거 문자 그대로만 풀면 동양? 서양??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 석양에 돌아오다 ... more

Linked at Dark Side of the.. at 2008/12/27 19:04

... 서부극에 대한 오랜 갈증을 풀어주었던 "3:10 투 유마". 애드 해리스에 비고 모텐슨, 제레미 아이언스에 랜스 헨릭슨까지 뭉친 "아팔루사"는 언제 개봉하는거야!?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 석양에 돌아오다 옛날 옛적 만주에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more

Commented by ZAKURER™ at 2008/07/16 18:39
- "마카로니 웨스턴"이라 강력 주장하옵니다...;;
- 제 경우엔 <내 이름은 튜니티>가 좀 더 잔상이 강했다죠.
- 국산 <놈.놈.놈.>은 제작비로 보아 B급 정신과는 꽤 동떨어진 듯 보인달까요. 헐리웃 기준에서야 확실한 저예산이지만 ^^;
Commented by 울트라김군 at 2008/07/16 19:19
그리고보니 얼마전에 클리어 했던 '속,살육의 장고'도 제목과는 다르게 모에선 맞은 놈놈놈이였죠[...]
워해머 히스토리컬 중 하나인 '레전드 오브 더 올드 웨스트'..에서도
http://pds9.egloos.com/pds/200807/10/09/c0080309_487611c190774.jpg 이렇게 등장시켰습니다.[..]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16 20:15
ZAKURER™ 님 / 저도 '마카로니'가 익숙한데, 쓰면서 찾아보니 그건 일본식이고 스파게티가 맞다?네요.
몇년 뒤의 "튜니티"는 그야말로 한발 더 나간 영화였죠? 총 대신 말빨이라니. ^^
"놈놈놈"은 국내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B급은 아니지만, 오락성에 치중했다는 말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오리지널처럼 휴머니즘 애국심 운운하면서 독립군을 부각시키거나 하면 정말 실망할 듯.

울트라김군 님 / 아... 피겨화된 것들은 얼핏 보았는데 그게 게임이었던 모양이군요.
우에스기 겐신도 그렇고, 아더왕도 그렇고, 이 시대에 모에화가 불가능한 것은 과연 무엇이냐!! orz
워해머의 해석도 재미있네요. ^^
Commented by 대마왕 at 2008/07/16 21:10
앗 튜니티~~ 그리운 이름이....
상대방이랑 배를 거의 맞댄 거리에 서서 상대방 총을 뽑아서 배에 들이댔다가
총집에 꽂고 뺨때리고 다시 총 뽑고 그러던 장면이라던가...
형이 목욕한 물에 그대로 목욕하는 장면이라던가..
특히 말 뒤에 바퀴도 없이 그냥 거적인지 매달고 누워서 다니는거라던가..

확실히 폼만 꽉 잡고 있던 다른 서부영화랑은 다른 느슨~ 한 멋이 있는 영화였죠...
Commented by KAI2 at 2008/07/16 22:26
정통 서부영화도 좋지만. 약간 비꼬는게 많고 주인공도 무조건 정의가 아닌 마카로니 웨스턴쪽이 저에겐 더 좋더군요!!!!!
Commented by 두드리자 at 2008/07/16 23:24
이 시대에 모에화가 불가능한 것이라.... (정치인들을 바라본다)
저게 바로 원래의 '놈놈놈'이었군요. 서부 영화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어서..... (튜니티도 이름 정도는 기억나지만 줄거리는........)
Commented by 므흣한김밥 at 2008/07/17 06:43
저도 파스타식 웨스턴풍 코믹 느와르를 좋아하는지라 이번 한국판 놈놈놈은 보고싶기는 한데
정식개봉은 꿈도 못꾸고 어둠속이나 뒤지고 다녀야 겠습니다...

그나저나 튜니티...토마토소스에 버무린 콩 뎁혀 먹는 것이 어찌나 맛있어 보였는지
잊어먹지도 않고 있다가 20살이 넘어서 마트에서 파는거 보고
얼랑 주워다 달달 뎁혀먹은 기억이 있군요...
맛은 걍 그저그저...
Commented by 배길수 at 2008/07/17 06:45
정우성 역시 촬영 중에 목도리를 한번도 빨지 않고 걸쳤는지 궁금합니다.(....)
Commented by draco21 at 2008/07/17 13:21
원작이 있었던것이었군요.. 리메이크작이라 봐야하나요. 한국판 놈놈놈은.. ^^:
Commented by Dr.hell at 2008/07/17 17:30
앞선 두편은 비교적 수월하게 구했는데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는 작년에 겨우구해서 오랫만에 봤었죠.
역시 기억나는 거라곤 엔리오 모리코네 의 악기, 인간의 음성, 상식에 얽메이지 않는 이태리 감성의 천재적인 음악과 마지막 3자 결투씬에서 피스톨 꺼내기직전 인상팍팍 써가며 서로서로 곁눈질 해대는 편집씬..*_*
안티히어로 클린트이스트우드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스파게티 웨스턴-더티해리 인데, 저희보다 윗세대 리얼타임으로 접했던분들은 중-고딩 때 무법자 시리즈 볼땐 극장나오면서 괜히 인상 찡그리며 실눈 뜨곤 했다고 합니다. ^_^

김지운 감독영화들은 어딘가 만화적이면서 로망같은게 있어서 놈놈놈 같은 한국식 웨스턴도 만들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예전 한국판 프리미어 잡지에서 김지운 감독님 그림도 확인할수 있었는데 보통은 넘더군요.

놈놈놈이 스토리구조 짜임새 같은것은 기대할것은 못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런발상의영화가 나와서 다양성을 넓혀주는것 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_^

Commented by BigTrain at 2008/07/17 19:02
리 밴 클리프는 'For a Few Dollars More'의 모티머 대령 쪽이 더 멋있었던 것 같습니다. The Bad 쪽은 악역다운 카리스마가 부족해 보여서요.
Commented by f2pcat at 2008/07/17 19:53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귀결점으로 본다면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에 대한 언급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놈놈놈"에서 파생된 포스트라 무법자 3부작과의 연계성이 더 자연스럽겠습니다만,
저는 음악적으로나 뭐 개인적인 관점에서"석양의 갱들(A Fistful Of Dynamite)"을 가장 좋아하지만요.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17 20:38
대마왕 님 / 말씀을 들으니 장면들이 속속 기억나네요. 본지가 오래돼서 DVD라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마 정식 라이센스판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KAI2 님 / 존 포드를 위시한 정통 웨스턴도 좋아라 합니다만, 저 역시 취향에는 스파게티 쪽이 보다..^^;

두드리자 님 / 뭐 위에 뭐가 있다고, 모든 상식을 거부하는 그 동네는 예외입니다. -,.-
원판이라면 TV 등에서 한토막 이상은 보셨을테고, 테마와 함께 조금 보면 '아~' 하실지도 모릅니다. ^^

므흣한김밥 님 / 그런걸 기억하고 또 찾아드시다니,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이 남다르십니다. -_-b

배길수 님 / 그거야 소품 담당에게 물어봐야겠지만, 정우성은 그런 것도 커버하는 얼굴이라 뭐. --;

draco21 님 / 리메이크는 아니고, 제목과 캐릭터 설정을 따왔다고 봐야겠죠. ^^

Dr.hell 님 / 아놔, 또 생각나버렸군요. 왜 더티해리 시리즈는 제대로 된 DVD가 안나오냐구욧!!
감독의 전작들도 그렇고, 스토리의 짜임새 같은 것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놓고 엉성하지는 않은 수준에서 오락성만 잘 갖춰준다면 만족이죠. ^^

BigTrain 님 / 저는 'the Bad'의 반 클리프도 인상적이고 좋아하지만, "For a Few..." 쪽이 더 멋진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

f2pcat 님 / 사실 그 귀결점을 "아메리카"로 잡을지, "웨스트"로 잡을지 잠깐 생각은 했었는데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넘어 대가의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또 그의 최후작이라는 점에서 그리 되었습니다.
뭣보다 서부극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웨스트"를 꺼내면 또 몇줄로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고 말이죠. ^^;
"석양의 갱들"은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뭣보다 주인공이 제임스 코번이라는 것부터! (꺄악~)
Commented by Dr.hell at 2008/07/18 20:37
더티해리 1편인지 DVD 심의에서 걸려서 여태 제대로된 출시가 안되었다고 하던데...이시대에 맞는 의식인지..-_-;
이젠 블루레이 출시를 기다려야 할런지요?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없는데..)
Commented by ZECK-LE at 2008/07/20 05:54
망상입니다만 저기에 44구경 8인치 메그넘 가지고 가서 다 쏴버리면서, "그게 총이라고 갖고 다니는 거야?"라고 비웃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고 싶군요.
Commented by 람모 at 2008/07/21 15:37
놈놈놈의 캐릭터는 확실히 살아있는데.. 그게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이상한 놈인지는 모르겠더군요.
멋진놈 한많은놈 말많은놈이라고 하면 맞는데.. 앗.. 이건 스포일러가 되려나요!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21 19:12
Dr.hell 님 / 저도 블루레이는 아직 욕심 없는데..-- 영등위 심의위원들 머릿속도 참 궁금합니다.

ZECK-LE 님 / 더티 해리가 무법자 시리즈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면 그런 패러디가 나왔을지도요. ^^;

람모 님 / 본의 아니게 본 이런저런 글들에서 대충의 분위기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늘 가서 확인하고 와야죠.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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