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7일
스파게티? 마카로니?


면의 종류가 수 백을 헤아린다는 파스타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라면
역시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를 꼽을 수 있습니다.
뭐 양식이라고는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 외에 접할 수 없던 어린 시절에야
영화에서나 가끔 보는, '괜히 이름만 어려운 이탈리아식 국수인가보다' 하는게 전부였고
나중에 파스타 전문점이 하나씩 둘씩 생긴 뒤에도 '그게 다 스파게티 아니야?' 했지만 말이죠. ^^;


왼쪽이 스파게티, 오른쪽이 마카로니입니다. (물론 재료 상태)
스파게티는 롱 파스타의 간판, 마카로니는 쇼트 파스타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밀가루를 반죽하여 완전히 건조시킨 것은 같지만 보시는대로
스파게티는 가늘고 길며, 마카로니는 굵은 대신 짧고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이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로 대표되는 파스타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주식임과 동시에
이탈리아를 상징하거나 비유하는 의미로 종종 사용되는데, 그 중 하나가
서부영화의 하위 장르를 가리키는 '스파게티 웨스턴', 혹은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용어입니다.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는 다들 아시죠?



만만한(?) 네이버/두산 백과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군요.
지나치게 단순화한 나머지 알맹이가 거의 없어보이는데... 하여간 최소한의 의미 전달은 됩니다.
그런데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마카로니 웨스턴'만 있고 '스파게티 웨스턴' 항목은 없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위키 한글판을 찾아보았습니다.



위키에는 좀 더 살이 붙은 설명이 잘 되어 있군요.
이제 왜 '스파게티'나 '마카로니' 같은 이름이 붙었는지 다른 사람에게도 잘 말할 수 있을 것 같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찾아도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넘어간다는 것과 함께
"마카로니 웨스턴(マカロニ・ウェスタン)으로도 불리지만 이것은 일본의 영화평론가인 요도가와 나가하루
의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한국영화계의 일본식 영화용어 잔재 중 하나로서 순화대상이다."

라는 부분입니다. 어라, 이거 정말?
그럼 위키 영문판에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또 찾아보았습니다.



영문판 역시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찾아도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넘어갑니다.
캡처한 개요 부분과 함께 그 역사와 대표적인 영화까지 잘 설명하고 있으므로 관심있는 분은 참고하세요.
http://en.wikipedia.org/wiki/Spaghetti_Western
그런데 정작 본문 중에는 '마카로니'라는 단어가 아예 등장하질 않는군요.
오히려 유럽에서는 '이탈로 웨스턴(Italo-Western)'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였다고 합니다.
그럼 정말 '마카로니 웨스턴'의 기원은 무엇??



답은 일문판에 있었군요.
원래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고 부르고 있었으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영화평론가인 요도가와 나가하루가
'스파게티는 가늘고 빈약해 보인다'는 이유(...)로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이야기.
일본식 조어이므로 다른 나라에서는 통용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한국에서는 왕왕 사용된다는 것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놓고 있습니다.

뭐 영화쪽 용어도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이 많다보니 그 영향이 여전히 남아있으니까 말이죠.
일본식 용어라고 해서 전부 나쁘고 전부 순화해야 할 대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미국이나 이탈리아 사람과 영화 얘기하면서 뭐 좀 아는 척 '마카로니 웨스턴'이라고 했다가는
망신당할 수도 있다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



사실 알만한 분은 다 알고 계실 듯한 내용인데, 저는 어제 포스팅하다 처음 알았거든요.
'스파게티 웨스턴' 보다는 '마카로니 웨스턴' 쪽이 확실히 친숙하기도 하구요.
나름 소시적부터 서부극을 좋아하면서 역시 이스트우드가 최고네 아니 클리프가 더 멋지네 아웅다웅했던
팬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럽습니다. ^^; 이게 다 "놈놈놈" 때문이다!?

그나저나 세상 참 좋군요. 키보드 몇 번만 두드리면 어지간한 정보는 다 나오니~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 석양에 돌아오다

by glasmoon | 2008/07/17 18:06 | Memory remains in... | 트랙백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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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08/07/17 18:09
과연, 아는체 하려면 '스파게뤼 웨스턴~'이라고 해야 하는 거군요! (<- 뭔가 초점이 틀려도 한참 틀린 인간)
Commented by Temjin at 2008/07/17 18:16
먹는거 포스팅이 아니어서 아쉽..
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08/07/17 18:41
이탈리아에서 서부영화를 찍었다고 깔보냐?? .... '까르보나라 웨스턴'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17 20:47
엘레시엘 님 / 현 정부에서 뭐 한자리라도 하고 싶은 경우에도 그렇게 발음해야겠죠. 음음.

Temjin 님 / 제가 먹을거리 포스팅한 적은 아마 한 번도 없을텐데요. ^^;

동사서독 님 / -_-b
Commented by 니트 at 2008/07/17 21:22
사실 스파게티, 마카로니 웨스턴 모두 처음 들어봅니다. ^^;; 그냥 웨스턴 무비라는 소리는 몇번 들어보긴 했습니다만...
Commented by 두드리자 at 2008/07/17 23:09
일본의 흔적은 참으로 깊군요. 저게 다 지워지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듯..... (그런 뜻에서 독도는 우리 땅)
Commented by mithrandir at 2008/07/18 00:13
그럼 우리는 이제 뭐라고 해야할까요.
냉면 웨스턴? 잔치국수 웨스턴? 칼국수 웨스턴?
써놓고보니 의외로 괜찮은... ^^;
Commented by 耿君 at 2008/07/18 10:28
잔치국수 웨스턴에 한 표 행사합니다
Commented by You彬 at 2008/07/18 01:37
저도 '마카로니 웨스턴'이 더 친숙했었는데(스파게티를 마카로니로 바꿨다는 그 일본 평론가.. 남좌-_-로군요;) 덕분에 잘 알고 가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Werdna at 2008/07/18 01:46
외화에 관련된 "우리말" 중 일본에서 온것이 꽤 많더라구요.
일례로 "내일을 향해 쏴라" (버치 캐시디 & 선댄스 키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보니 & 클라이드), "무숙자" (마이 네임 이즈 노바디) 등 친숙한 영화제목들이 전부 일본산이라고 하네요.
그러고보니 왕년의 영화평론가들 (고 정영일 선생이라든지) 이 전부 마카로니 웨스턴이란 말을 즐겨 썼었는데, 알고나 쓰신건지....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18 16:21
니트 님 / 뭐 서부극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기억할만한 하위 용어니까요. ^^

두드리자 님 / 그런 뜻에서 찬성. -_-/

mithrandir 님 / 耿君 님도 한 표 주셨지만, 저도 잔치국수 웨스턴 찬성이요~
단 "놈놈놈"의 성공과 관계없이 국산 서부영화(만주 웨스턴이라던가요)가 계속 만들어질것 같지는..^^;

You彬 님 / 개인적인 판단으로 단어를 바꿔버리다니, 당시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모양입니다. ^^;

Werdna 님 / 옛날 영화들 중 원제와 좀 많이 다르다 싶은 것들은 그런 경우가 많더군요.
요즘이야 일본은 우리보다 더 원어 직역에 가까운 제목을 쓰고 있는것 같더랍니다만. ^^
왕년에 영화 평론하신 분들이야, 뭐 대부분 그게 당연히 맞다고 쓰시지 않았겠어요? 음음.
Commented by 네티하비 at 2008/07/19 01:23
우리나라의 문화 전 분야에 걸쳐 사용되는 전문용어나 은어, 관용어 중엔 일본산이 꽤나 많지요.
미술계, 디자인계, 의학계, 건축계, 스포츠계...음악계에도 많나요? (^.^);
Commented by draco21 at 2008/07/19 15:59
공평하게 파스타 웨스턴~^^: 저두 이런건지는 유리달님 덕분에 처음 알았습니다. ^^:
Commented by 파피루스 at 2008/07/19 19:56
마카로니 저거 덜익히면 밀가루를 고대로 씹어먹게 되더군요.

덕분에 뽀글이로는 거의 안먹게 되었습니다.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19 20:15
네티하비 님 / 어디 문화 뿐인가요. 정치든 사회든 경제든... 물론 음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

draco21 님 / 공평이고 뭐고, 구미에서는 '마카로니 웨스턴'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지도 못했을테니까요.
처음에 '파스타'가 아닌 '스파게티'가 된 것은, '밥'보다 '비빕밥'이 대표성을 띄는 경우와... 다른가?? ^^;

파피루스 님 / 좀 두꺼워서 다 익는데 시간이 좀 걸리죠.
그나저나 마카로니를 뽀글이로 먹을 생각을 한 자체가 대단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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