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22일
옛날 옛적 만주에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라이플을 권총처럼 한손으로 쏴대는 멋진 건맨,
목적을 위해서라면 의뢰인도 사정없이 죽여버리는 냉혈한,
그리고 매일같이 좌충우돌하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바퀴벌레.
그러나 그들이 활약한 곳은 개척 시대의 미국 서부가 아니라 혼란한 만주였으니...




좋은놈은 영화가 끝나는 시점까지도 그 성격이 규정되지 못했지만
뭐 어떠한가. 정우성의 기럭지에서 나오는 그림과 라이플 악숀!이면 충분한 것을.
나쁜놈은 강력한 후까시(?)를 걷어내보니 사탕(??) 빼앗긴 아이의 물귀신 투정이 되어버렸지만
뭐 어떠한가. 역삼각형 상체의 근육과 머리칼에 가려진 눈빛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이상한놈은 송강호 특유의 정신없는 몸개그에서 별반 달라진 바가 없다지만
뭐 어떠한가. 그마저도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어떤 결과가 되었을지 상상도 안되는 것을.

내러티브는 화면을 이끌어가기에는 산만하고 일부 캐릭터는 감정이 이입될만큼 생생하지 않으며
지나친 액션의 남용은 살짝 지루하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다".
이 영화에서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작과 같은 대가의 미학을 기대한 이라면 실망할 만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일단 "재미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B급 영화의 재미에 충실한 작품을 원했던 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할리우드 기준이라면 충분히 B급 영화의 예산과 규모가 되었을 작품임에도
충무로 기준으로는 막대한 제작비와 스타가 동원되었으니 A급 영화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
국내 영화 사정으로는 드문 환경에서 드문 작업을 수행한 제작진의 노고는 박수받아야 마땅하나
아무리 산고를 거쳐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도 걸러낼 것은 걸러냈어야 할 작업에 엄정하지 못했다.
스토리나 내러티브에 약점을 가졌다 해도 관객으로 하여금 그것을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하고
그렇게 잘 편집되어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좋은 오락 영화'라고 칭한다.
아무리 볼거리와 액션이 화려하더라도 총격 신과 추격 신은 지나치게 긴 동어 반복이었고
말미에 사족, 또 사족을 덧붙인들 부실했던 본편의 내러티브가 메워지지는 않는다.

분명히 재미있는 영화이고 좋은 흥행 결과도 거두게 되겠지만
이것이 서부 영화를 재조명하는 단초가 되거나 비슷한 영화가 국내에서 다시 나올것 같지는 않다.
보기 전부터 속편으로 "Once Upon a Time in 滿洲" 같은 것도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마도 이 작품이 소위 '만주 웨스턴'의 시작이자 끝일 모양이다.
한 삼십분 정도 과감하게 덜어낸 재편집본을 기대해본다.


덧: 포스터에는 '오리엔탈 웨스턴'이라고 박혀있네. 이거 문자 그대로만 풀면 동양? 서양?? ^^;
덧2: 칸느에서도 상영되었다는 소위 '인터네셔널판'은 2시간 남짓한 모양인데. 그쪽이 훨 나을듯.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 석양에 돌아오다

by glasmoon | 2008/07/22 18:41 | Memory remains in... | 트랙백(4)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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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13월의 혁명자 로오나.. at 2008/07/22 21:38

제목 :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그래, 돈은 이렇게 써라
방울토마토 이후로는 한국영화에 거의 전혀 관심을 안두고 있었지만, 이 영화만은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200억에 가까운 제작비가 든 블록버스터이면서, 한국영화치고는 참으로 희한하게(정말 희한하게) 돈 바른 보람이 있는 영상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시사회 때의 애매한 평은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지만, 개봉 후의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호오가 많이 갈리고 있어서 그게 더 흥행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일단 이번주......more

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8/07/22 21:57

제목 :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이제까지 본 한국영화 중에서는 가장 신나고 유쾌한 영화였다. 이것보다 훨씬 훌륭한 한국영화도 많고 훨씬 짜임새 있는 한국영화도 많지만 이것보다 통쾌하고 후련한 영화는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액션과 매력적인 캐릭터들, 웃음이 절로 나오는 상황 전개, 3~4개국을 아우르는 다인종 캐스트와 거대한 스케일, 화면과 잘 어울리는 익살맞은 음악, 총기소지를 금지하는 한국 실정상 대체로 전쟁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불꽃 튀는 총격전 ......more

Tracked from 렉시즘 : ReXism at 2008/07/23 10:49

제목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막바지 주인공들과 2개의 마적단, 그리고 일본군까지 가세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총성이 마른 땅을 가르고 먼지바람 속에서 시체는 낙마하는 시체는 늘어난다. 포탄까지 떨어지면 꼬꾸라지는 인명수는 더욱 늘어나는데... 나는 졸음이 온다. 이 단순한 패턴을 왜 이리 오래 비춰주는지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인디아나 존스]의 어떤 장면을 닮은 바이크 VS 지프 차량의 바꿔타기 장면이 오히려 더 흥미롭고 재미난다. [놈,놈,놈]의 진정한 재미는 이야기 보......more

Tracked from 아레스실버의 아레스실버 at 2008/07/23 19:10

제목 : 세상에, 이런 게 나와버리다니. [놈놈놈]
정말 깜짝 놀랐다. 프롤로그 후에 위에 새를 찍어주면서 '< 송강호' 라는 장면이 나왔을 때 말이다. 물론 그냥 주연 배우의 이름을 찍어놓은 거에 불과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을 살펴보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고 상당수의 관객은 '송강호가 이상한 놈'이란 걸 숙지하고 온다. (포스터만 봐도 빡! 와버린다, 그 느낌은) 이 상태에서 진지한 프롤로그를 흘린 후 뜬금없이 새를 찍으면서 < 송강호 빡! 이래버리면 퍽! 하고 올 수 밖에......more

Linked at Dark Side of the.. at 2008/12/27 19:04

... :10 투 유마". 애드 해리스에 비고 모텐슨, 제레미 아이언스에 랜스 헨릭슨까지 뭉친 "아팔루사"는 언제 개봉하는거야!? 좋은놈 나쁜놈 추한놈, 석양에 돌아오다 옛날 옛적 만주에서,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more

Commented by 시릴 at 2008/07/22 20:47
'산만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더군요.
단점을 강조해서 말하면 '재미있지만 산만해서 집중이 안된다'가 되겠지만...
저는 이거봐야되나 고민중입니다.
Commented by Zannah at 2008/07/22 21:24
전 아직 보진 않았지만 평소에 저 배우들을 별로 좋은 눈으로 보지 않으시던 마마님께서 보고 오시고는 '어머 정우성 느무느무 멋지더라♡'라고 하시는 걸 듣고선 '아, 배우들 간지는 확실한가 보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음 봐야하나... 다크나이트도 봐야하는데 돈이.....!!
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08/07/22 21:35
있다던 보물 대신 '만주니움'으로 만든 전설의 로봇 '놈놈놈3'가 그곳에 숨겨져 있었고,
일본군과 마적들의 추격 속에서도 전설의 로봇이 부르는 '뇌파'에 의해 모이게 된 3인
한편 731 부대의 마루타 실험 도중 부활한 암흑대제 '콘도르칸'은 지구 정복을 노리고
공중전의 도원, 다크페이스의 창이, 바이크의 태구가 놈놈놈 1,2,3호기에 나눠타게 되어
암흑대제 콘도르칸과 그의 심복 아돌프 핫틀러 남작, 닥터 멧살리니에게 맞서게 되니... (엉?)
Commented by 로오나 at 2008/07/22 21:38
확실히 좀더 다이어트를 했으면 싶고, 쓸데없이 잔인해서 몰입을 방해하는건 좀 삭제했으면 싶고 그렇죠. 개인적으론 웨스턴~ 영화는 다시 안나오되, 돈을 퍼부을 때 어디다 퍼부어야할지 제대로 아는 영화는 나와줄 수 있다고 봅니다. 놈놈놈은 그런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Commented by KAI2 at 2008/07/22 21:46
약간 산만한 부분도 있지만 확실히 재미 있더군요. 엄지원은 마지막에 모좀 해보나 했었는데 정말 잠깐 나오다 말더군요 ㅠ,ㅠ
Commented by 울트라김군 at 2008/07/22 22:04
액션영화 답게 윈체스터와 P-38이 4차원 탄창을 선보이더군요(?)
Commented by 니트 at 2008/07/22 22:56
오리엔탈 웨스턴이라니 진짜 미묘하군요.....;;;
Commented by 히치하이커 at 2008/07/23 00:38
군더더기가 많다고 여기시는 분이 많군요. 음, 역시.
Commented by 두드리자 at 2008/07/23 00:51
결론은 재미있다는 것이군요. 솔직히 심각한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 터라, B급 영화로서 재미있다면 관람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겠군요. (어차피 심각한 상황은 현실만으로 족하고)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23 01:56
시릴 님 /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가 문제이긴 한데, 일단은 봐두는걸 추천합니다. ^^

Zannah 님 / 우선 순위를 매기자면 물론 다크나이트입죠!

동사서독 님 / 요즘 영화 센스가 마구 폭주하십니다!?

로오나 님 / 이왕이면 희망을 넘어서 결과를 보여줬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 ^^;

KAI2 님 / 여배우들은 왜나왔냐 싶더군요. 엄지원이 누군지도 모릅니다만. --;;

울트라김군 님 / 그것이 '서부 전설의 총기들'입니다. 만주에도 반입되었던 모양.

니트 님 / 의미가 변화/고착된 나머지 나중에 찬찬히 보면 재미있는 조합어들이 꽤 있습니다. ^^

히치하이커 님 /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아서 매를 번다고 하던가요. (좀 다른가?)

두드리자 님 / 좀 지루해지는 부분을, 별 의미도 없으니, 살짝 빨리감기를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약간 참을 생각을 하면 호쾌한 영화로 충분히 봐줄만 합니다.
Commented by 렉스 at 2008/07/23 10:47
어째 짧은 편집본이 디렉터 버전이 되는 묘한 아이러니의 영화랄까요. 허허.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23 19:41
렉스 님 / 간혹 디렉터즈 컷에서 몇분 정도 줄어드는 영화는 봐왔지만, 이렇게 대거 덜어낼 필요성을 느낀
영화는 참 간만인데 말이죠. 차후 DVD에는 '디렉터즈 컷'인지 '인터네셔널 컷'인지 '칸느 컷'인지
하여간 좀 짧게 편집된 것이 실리겠죠^^;?
Commented by zeck-li at 2008/07/23 19:54
웨스턴...을 표방하면서도 건방지게 발터 P-38을 들이대다니... 육혈포란 말이다! 웨스턴은~!!!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07/24 18:49
zeck-li 님 / 그래도 발터에서 그친게 어디에요...라고 말하는 저도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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