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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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에서 영원으로? 배트맨 포에버 by glasmoon



근원을 찾자면 영화 이전의 예술 형식들이나 종교의 삼위일체, 그리스 철학에까지 올라가게 되겠지만
"대부"나 "스타워즈(클래식)"를 비롯해서 비교적 최근의 "매트릭스"나 "반지의 제왕"에 이르기까지
많은 연작 영화들이 삼부작으로 구성되고, 그 마지막 제3부를 통해 이야기를 연결하고 보충하여
개별적인 작품들을 하나의 '완전한' 형태로 묶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전작 "리턴즈"의 반응이 그리 신통치 못했다 해도 50여년에 걸쳐 쌓인 배트맨의 지분은 아직 건재했고
각 작품들의 자기완결성이 강하다 해도 형식상 3부를 갖추는 데는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 3부에는 화려한 피날레를 상징하는 "포에버"라는 타이틀이 붙여졌다.
문제는 제목과 내용이 영 딴판이라는 것이었지만.



이 다음의 작품이 그야말로 최악의 경지를 보여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이 "배트맨 포에버(1995)"를 찬찬히 돌아보면 그렇게까지 욕먹을 작품은 아니라고 변호할 수도 있다.
발 킬머는 밝아진 스크린에서 브루스 웨인의 양면성-특히 섹시함-을 표현하기에는 적역이었고
신성 크리스 오도넬은 로빈의 젊고 반항적인 이미지로 10대 소녀들을 끌어들이는데 손색이 없었으며
코미디계를 접수한 짐 캐리는 "마스크(1994)"를 능가하는 연기로 화면을 휘어잡았다.
아, 꽃미녀 얼굴 마담은 니콜 키드만, 좀 부족한 듯한 무게감은 토미 리 존스가 메워주고 말이지.
이 정도면 제작사가 원했던 여름철 온가족용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로서는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1989년의 "배트맨"에서 관객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냈던 이유가 단지 그런 요소들에 있었다면 말이다.

그 자신의 바램대로 팀 버튼이 계속 연출을 맡았다면 어떻게 해결했을지에 지대한 궁금증이 남는,
"리턴즈"에서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버린 배트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제작진과 주연 배우의 교체는 아무도 더이상의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대단한 해결책이었다.
팀 버튼의 팬들이나 "리턴즈"에 열광했던 소수 마니아들은 안타깝겠지만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었고
이 "포에버"의 방향 전환이 유효적절했다는 것은 그 흥행 결과가 직접적인 숫자로 증명해냈다.
짐 캐리의 리들러가 다른 캐릭터들은 물론 주인공 배트맨까지 죄다 밀어내고 혼자 오두방정 쇼를 떨어도,
조커에 버금가는 악역 투페이스에 토미 리 존스까지 캐스팅해 놓고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해도,
"리턴즈"의 암울함에 숨막혔던 관객들의 불만은 충실하게 보상했고 또 용인되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배트맨이 긴 역사를 자랑하며 그 세월동안 무수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지만
영화로서의 배트맨은 어디까지나 팀 버튼의 1989년작에 뿌리를 두었다는 사실이다.
팀 버튼의 "배트맨" 이후 영화로서의 배트맨은 이미 원작과는 또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
"포에버"에서 감독은 아니더라도 제작자로서 이름을 올린 팀 버튼의 분위기는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었지만
방향 전환의 결과 얻어진 작품의 화려한 성공은 표면 아래에 깔린 이러한 요소들과의 단절을 의미했다.

어쩌면 이 작품의 타이틀 '포에버'는 삼부작의 마지막을 고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로도 배트맨 영화가 007 영화들처럼 '영원히' 이어지리라는 바램을 담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어둠의 기사, 배트맨
귀환 혹은 침잠, 배트맨 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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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raco21 2008/08/02 06:13 # 답글

    ....이때부터 TV로 봤습니다. 그렇게 나쁘진 않았는데.. 극장가서 볼 마음이 안생겨서요. ^^: 마음속이 고담시티라 그런지도.. ^^:
  • 람모 2008/08/02 09:04 # 답글

    이 영화를 삼부작의 마지막으로 기획했다고 하죠.
    그래서 신나게 박쥐굴도 깨부수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갖다 부어서 짐 캐리, 토미 리 존스 같은 거물도 캐스팅했는데 말이죠.
    결과는 생각보다 흥행을 많이 해 버린겁니다. 그래서 제작진이 '어 이거 아직 돈 되네' 하는 생각으로 돈을 더 쏟아부어 4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시리즈가 계속 될거라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마지막이란 느낌을 주는 제목은 달지 않았지만 결과는..
    3, 4편의 제목이 거꾸로 붙은 느낌이죠.^^
  • 시대유감 2008/08/02 09:43 # 답글

    언제 봐도 로고 하나는 간지나게 잘 만듭니다. 노란 바탕의 박쥐에서 엄동설한의 박쥐, 이번엔 물음표 속의 박쥐라...
  • 잠본이 2008/08/02 10:18 # 답글

    제목을 영원에서 심연으로...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이후 시리즈가 걸어간 길을 생각하면 OTL
  • glasmoon 2008/08/02 11:46 # 답글

    draco21 님 / 어째 이럴까 싶을 정도로 수퍼맨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죠. 극장 생각은 들지도 않았습니다. --

    람모 님 / '박수칠 때 떠나라'던가, '과유불급'이라던가, 요즘의 '희망고문' 등등의 구절이 생각나죠.
    3, 4편에 워낙 관심을 두지 않았던지라 두 편의 제목은 한동안 꽤 헷갈려했습니다. ^^

    시대유감 님 / 그런데 정말 저 심볼이 표현한 대로 배트맨을 리들러가 완전히 휘어잡고 놀았지요. -_-

    잠본이 님 / 사실 저도 순서를 고민하다가 '지상에서 영원으로'도 있어서 저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여전히 마음에 안들어서, 뒤에 리들러의 물음표 하나를 박아줬습니다. ^^
  • Zannah 2008/08/02 13:05 # 답글

    (이미 삐딱한 눈을 달아버린) 지금 보면 욕할 거리가 한바가지인 작품이지만, 옛날에 봤을 때는 꽤 재미있게 감상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뭔가 많이 화려해서 말이죠. =ㅅ=
  • KAI2 2008/08/02 13:56 # 삭제 답글

    제 기억속에선 BATMAN 보단 BADMAN에 가까운 영화로 기억 됩니다.. OTL 행복한 주말 되세요!!!!
  • zolpidem 2008/08/02 14:26 # 답글

    적절하신 평가라고 생각됩니다.
    나름 괜찮은 영화였고, 배우들의 캐스팅도 화려했고...
    (살찌기 전의 발 킬머도 재법 배트맨에 어울리지요)
    다만... 팀 버튼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나서 극장판 배트맨을 만드는 것이 꽤나 힘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꾸 건담 이야기를 해서 건타쿠같아 보이지만, 헤이세이 건담시리즈를 만들던 제작진이 그렇지 않았을까요?)
  • 잠본이 2008/08/02 15:36 #

    완성도나 평판을 생각하면 슈마허 뱃맨은 GWX보다는 SEED 쪽에 가까운듯 OTL
    (그렇다고 해서 더블오가 놀란뱃맨만큼 되냐 하면 좀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지만;;;)
  • glasmoon 2008/08/02 18:56 #

    더블오와 놀란 배트맨이라뇨! ㄸㅆ^&*^&%#$ㄲㅆ%$*&*@#ㅉㅃㅛ%&$ㅉ#ㄲㅆㅆ!!
  • rumic71 2008/08/02 14:54 # 답글

    전 이 작품도 좋아합니다. 발 킬머의 카리스마가 조금 부족했지만 시골에서 갓 올라온 듯한 조지 클루니보다는 월등히 나았고 여러 모로 원작만화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죠.
  • mithrandir 2008/08/02 15:11 # 답글

    크리스 오도넬이 가장 좋았어요.
    정말 로빈으로 그 이상 적절할 수가 없었는데.
    너무 유치하지도 않고, 너무 어둡지도 않은 열혈청년 로빈.
    근데 오도넬 요즘 대체 뭐하는지... -_-;
  • 대마왕 2008/08/02 17:13 # 답글

    개인적으로 캐스팅은 지금까지의 배트맨 영화중에서 (아직 닭날틀은 못봤지만) 가장 마음에 듭니다.
    비록 마이클 키튼의 얼굴은 가면을 안써도 배트맨처럼 생기긴 했지만서도 발킬머도 나쁘지 않죠..
    (더더군다나 배트맨 앤 로빈의 캐스팅하고 비교하면 하하!)

    내용도 썩 나쁘다거나 그러지 않았는데요.....개인적으로 좀 만화같은 분위기의 포에버가 더 좋았답니다~
    팀버튼 영화는 역시 캐릭터물과는 안어울린다는 기분이랄까...
  • glasmoon 2008/08/02 18:47 # 답글

    Zannah 님 / 블록버스터의 미덕에 충실한 모습이었죠. ^^

    KAI2 님 / 얘가 Badman이면 다음 것은 뭐라 하시려고..^^; 주말 잘 보내세요~

    zolpidem 님 / 하나의 틀이 갖추어졌을때, 게다가 그것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을때
    그것을 깨고 나와 다시 만들어 성공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겠죠.
    건담의 카테고리 안에서라면 "기동무투전"에서 기존의 건담상을 확실히 깨부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이후로는 도리어 원형에 가깝게 가깝게 돌아가고만 있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rumic71 님 / 맛은 있는데, 금방 질릴듯한 맛이랄까, 저로서는 그랬습니다. 속편이 그러했군요.

    mithrandir 님 / 전 로빈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지극한 거부감을 느끼는 편인지라... 쿨럭~
    오도넬은 계속 이런저런 영화들을 찍고 있다고 합니다. 성공한 게 없어서 그렇지.

    대마왕 님 / 그러니까 포에버의 평가에 있어 가장 큰 플러스 요인은 후속작 로빈..--;
    팀 버튼 캐릭터와 배트맨 캐릭터 사이에 어느 정도의 유사점이 있어서 가능했겠지만
    서로 개성이 너무 뚜렷하기도 해서... 두 편이 그렇게라도 나온 것은 정말 기적이었을지도?
  • 두드리자 2008/08/02 23:54 # 삭제 답글

    생각보다는 덜 까셨군요.
    그러나 뭔가 미묘하게 기울어진 듯한 이 느낌은, 다음 리뷰에서 보여줄 급격한 침하의 전조입니까?
  • Dr.hell 2008/08/03 04:26 # 삭제 답글

    속편영화들의 속성은 2,3편 많이가면 4편정도까지 계속 확장 되다가 별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으면 이거 뭔가 막나갔구나.. 하고 다시 첫번째 성공요인 분석하며 다시 돌아오고 그런게 많았던거 같습니다.(록키, 수퍼맨, 007.. 등등)

    앞선 팀버튼 배트맨이 보통사람이 제시 가능한 비쥬얼을 확 넘어섰고 그게 운? 좋게 도 성공한 것이라면, 죠엘슈마허 배트맨 포에버는 팀버튼에 비해서 꽤 일반사람 안목에 가까웠던거 같은데.. 그렇다고 할때 못만든 영화는 아니었죠.

    특히나 크리스 오도넬의 로빈, 짐 캐리의 리들러가 포에버에 한몫 단단히 해줘서 가능 했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 glasmoon 2008/08/03 05:42 # 답글

    두드리자 님 / 그래도 비교적 얌전하게 썼습니다. 욕을 돌려서 하는 것도 쉽지 않네요. 아하하.

    Dr.hell 님 /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이짓저짓 해보다 막히면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이겠죠.
    배트맨에서라면 일단 팀 버튼의 센스가 탁월했고, 조엘 슈마허는 능력보다도 포인트를 잘못 짚은 듯.
    저로서는 로빈은 무조건(!) 싫고, 리들러는 투페이스를 가리고 촐싹대서 싫어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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