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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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라는 이름의 가면, 다크 나이트 by glasmoon



전쟁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그 관점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주인공이 전쟁 영웅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가 되어 보여주는 활약상을 그리거나,
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쟁의 피해자가 되어 겪는 아픈 상처를 파헤치거나.
이것은 '전쟁'이라는 행위 또는 현상 자체가 필연적으로 파괴와 살상을 수반한다는 것에 기인하는데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인 전쟁을 다룬 영화는 그 양상과 결과만큼이나 극단적인 해석을 종종 낳는다.
그렇다면 이제 전쟁 영화보다도 더 많은 작품들이 해마다 만들어지는 수퍼 히어로물은 어떠한가?
히어로들은 그 '수퍼 파워'를 앞세워 많은 사건사고들로부터 선량한 시민들을 구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들 못지않게 강고한 악당들과 상식을 벗어나는 힘(=폭력)으로 맞부딛히는만큼
그 과정에서 폭력의 부산물들, 즉 막대한 파괴와 살상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무차별 테러 혹은 작은 전쟁과 같다.

수퍼맨의 탄생으로부터 70여년. 축적된 역사와 확장된 팬층으로 다양한 해석을 가지게 된 수퍼 히어로들은
영화화된 "수퍼맨(1978)"과 "배트맨(1986)"을 경유하며 전연령대에 어필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이후 수많은 수퍼 히어로들이 나름대로의 기구한 사연과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뒤따르게 되지만
보다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할리우드가 채택한 노선이 '시각적인 화려함'과
'드라마성의 견고함'을 지향했다는 것에서는 큰 차이 없이 한결같았고, 이것이 장르의 핵심으로 자리잡아
이 두 요소에 얼마나 충실했는가 하는 점이 작품의 완성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작용해왔다.
물론 장르 자체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인크레더블(2004)"이나 "핸콕(2008)"처럼 변칙적인 히어로들도
왕왕 등장하게 되었지만 그 안에서 묘사되는 부정적인 요소는 '수퍼 히어로들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민폐'
수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웃음을 위한 개그 요소나 캐릭터의 성격 형성을 위한 양념 수준에 그쳤다.
그렇다면 과연 수퍼 히어로물은 그 영웅 개인의 이야기로만 그쳐야 하는가?
수퍼 히어로는 일반 대중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되어 고립된 존재인가?



이번 "다크 나이트(2008)"는 "배트맨 비긴즈(2005)"의 속편이기도 하면서 완전히 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비긴즈"는 분명 한때 관에 못질하기 직전까지 갔던 배트맨 영화 시리즈를 되살려내는 공로를 세웠지만,
또 '영웅의 탄생담'을 충실하게 다루는 한편 그에 대한 사실적인 뒷받침을 탄탄하게 보충하기도 했지만
영화적인 문법상으로는 '잘 만들어진(well-made)' 작품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웠다.

최초의 "배트맨"에서 팀 버튼이 결과적으로 그러했던 것처럼, "비긴즈"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의 첫 배트맨 관련작에서 영악하게도 자신의 비전을 억제하는 미덕(?)을 갖추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스스로가 '배트맨 코믹스의 팬은 아니다'라고 공언했던 바 대로 수많은 원작들의 요소들을 따오면서도
그 위에 사실적인 요소와 설명들을 덧대어 이미 전설화된 배트맨을 현실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한 그는
그것을 발판으로 한발 더 나아가 배트맨이라는 존재가 현대 사회에 어떠한 영항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모색했다.
"비긴즈"의 결말에서 전소되었다는 핑계를 살려 배트맨의 본거지는 더이상 박쥐 동굴이 아니게 되었고
(심지어 영화 전체를 통틀어 비긴즈에서 그토록 강조되었던 '박쥐'의 이미지는 더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전작에서 이미 충분할만큼 논란이 되었던 현지 실사 로케이션은 더욱 노골화되어
CG의 힘을 빌어 고담 시의 상징으로 우뚝 섰던 웨인 타워는 시카고의 평범한 고층 빌딩으로 격하되었으며
'영웅적인' 연출을 위한 대형 세트 촬영은 철저하게 자제되는 반면 현실성은 극도로 강조되었다.
그리고 그 연출은 -충분히 영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반영웅의 묘사에 의해 극대화되었다.

배트맨의 전설을 떠나 수퍼 히어로물 전체에 걸쳐 '조커'라는 이름을 갖는 악당의 위상은 실로 막대하다.
그 고향인 북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무수한 분석이 이루어진만큼 그에 대한 부연 설명은 필요하지 않겠지만
이번 "다크 나이트"의 성과와 성격을 규정하는데 이미 고인이 된 히스 레저의 탁월한 캐릭터 분석과 연기가
더할 나위없이 크게 작용하였음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모든 요소들을 조율하고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량은 분명 그 위에 자리하고 있다.
배트맨 시리즈의 팬으로서 조커만큼이나 애착이 강한 악역 캐릭터인 투페이스라는 존재가
단지 이 한 작품에서 -악당으로서의 변변한 활약 없이- 명멸을 거두었다는 것에 만족하였다면 거짓이겠으나
하나의 완결된 영화 안에서 배트맨과 조커라는, 종이 한장처럼 미세하게 엇나간 광기의 양 극단 사이를
투페이스가 아니면 누가 다리를 놓았겠느냐는 점에서는 가히 탁월한 선택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을 딱딱하게 열거하였다면 분명 이 작품은 좋은 비평을 끌어내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결코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 명백한 법.
그 시각에서 전통적인 관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결코 수수하지 않은, 가끔은 진부한 액션 장면들과
배트모빌/배트포드를 아우르는 -배트맨의 상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부가 요소들의 연출들은
소위 '액션 대작'과 '생각할만한 작품'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성공시켰음은 물론
고밀도로 집적된 영화 내용 사이사이의 헛점을 메우는 데도 훌륭하게 작용하였다.
이 작품과 성격상 거의 완전한 대착점을 이루는 것으로 보이는 "아이언 맨"이
같은 해에 개봉하였으며 또 상반기 최대 히트작 중 하나라는 점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점일 테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요소들은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와 원작 자체가 간직하고 있던 요인들에서 비롯된다.
놀란은 브루스 웨인이 -물론 그 바닥없는 재력이 대신하지만- 선/후천적으로 초능력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되는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활동', 즉 배트맨의 초기 시절부터 지적되었던 '자경주의'의
문제와 한계를 작품 초반에 드러내는 강수를 두었고, 그것을 현실 사회의 범죄 및 배트맨의 거울인 조커와
연결함으로써 어둠의 기사를 만화 속에서 끌어내어 현재 미국의 생생한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그와 함께 기존의 수퍼 히어로물에서 한계로 작용했던 개인의 문제를 사회의 문제로 확장시켰다.

"배트맨 비긴즈"가 영웅의 사실화를 도모하였다면 "다크 나이트"는 나아가 탈영웅화, 혹은 반영웅화를 내세웠고
그 사회적 묘사와 함께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내외적으로 무수한 담론들을 쏟아내게끔 만들었다.
놀란이 배트맨의 차기 작품을 만든다면 또 어떠한 쪽으로 방향을 틀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 "다크 나이트"가 수퍼 히어로물의 한계를 극복하며 하나의 큰 이정표를 세웠음은 명확하다.


기대의 저편,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on score
DARK KNIGHT of the glasmoon
박쥐가 사람이 되는 방법, 배트맨 비긴즈

어둠의 기사, 배트맨
귀환 혹은 침잠, 배트맨 리턴즈
심연에서 영원으로? 배트맨 포에버
그 많은 욕은 누가 더 먹었을까, 배트맨과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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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Side of the Glasmoon : 2008년, 유리달의 영화 best 3 2008-12-31 18:4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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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Side of the Glasmoon : 배트맨 정발 3; Year One 2009-01-16 16:06:39 #

    ... 었던 것들은 얼추 다 구입하게 되겠군요. 우후후~ 다크 나이트 특집! 배트맨 정발! (續) 다크 나이트 특집! 배트맨 정발! 박쥐가 사람이 되는 방법, 배트맨 비긴즈 영웅이라는 이름의 가면, 다크 나이트 거리로 나선 시민들, 브이 포 벤데타 3D의 미셸 오슬로, 아주르와 아스마르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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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한 것에는 입맛이 좀 쓰네요. 아카데미 시상식의 성향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남의 잔치에 감내놔라 배내놔라 할 처지도 아니지만. -- 그래도 히스, 네가 이겼다구! 영웅이라는 이름의 가면,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on score ... more

덧글

  • draco21 2008/10/06 03:24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보고온지는 한참 되었습니다만.. 화면속의 충격에 정리가 아직도 잘 안되는 편입니다 커의 섬찟함도 한몫하고 말이지요. 감상도 쓰고 싶지만 아무래도 DVD나오면 한번 더 보고 생각해볼까 고민중입니다. ^^: 가볍게만 생각해보자면... 현실이 아닌데 현실과 가깝게 느껴져서 생기는 그런 위화감이 있달까요, 아무튼 정말 전설입니다. T0T:
  • 생체기계 2008/10/06 04:39 # 삭제 답글

    비긴즈와 다크나이트 두 작품간에 대한 생각은 저도 비슷합니다. (사실 어제서야 비긴즈를 제대로 봤습니다.. _-;;) 아직까지 제가 기억하는 배트맨은 팀버튼의 초대 배트맨 영화이지만, (배트맨을 다시 좋아하고 알기 전인 중 2 전까지도 배트맨과 니콜슨의 조커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죠.) 놀란 감독의 사실주의적인 재해석은 정말 감탄스러웠습니다. 고 히스레져씨에게는 정말 죄송할 말이지만 앞으로 등장할 저스티스 리그나 배트맨 시리즈의 새 영화의 조커로 조니 뎁이 그 역을 맡았음 하는 바램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하하..;;
  • 잠본이 2008/10/06 21:44 # 답글

    솔직히 말하자면 다크나이트는 히어로물의 '한계를 넘은' 동시에 그 스스로가 '새로운 한계'로 자리잡아버렸습니다. 앞으로 어떤 히어로영화를 만들더라도 이 물건을 의식 안 하고 만들기가 꽤 어려워질테니 말이죠. (게다가 퀄리티 면에서도 넘사벽을 쌓아버렸고) 그 덕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복잡한 심정으로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
  • 두드리자 2008/10/06 23:30 # 삭제 답글

    슈퍼히어로가 현실에 나타나면.... 확실히 흥미로운 소재네요.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니, (미국의 경우) 슈퍼맨도 배트맨도 9.11 테러를 막을 수 없었죠. 그 많은 슈퍼히어로보다 빈 라덴이 더 막강하다는 결론이 나오니....
  • 니트 2008/10/07 01:04 # 답글

    일단 스토리나 스토리 텔링이 꽤나 압도적이고 제 취향에 부합하지만.. 현실적인 영웅의 탄생이었던 비긴즈에서 좀더 리얼리티로 접근한 다크나이트는 호오가 꽤 갈릴 것 같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긴 하더군요...;;
  • glasmoon 2008/10/07 13:05 # 답글

    draco21 님 / DVD가 나오면 또 장면장면을 구분하며 무수하게 돌려보게 될 듯한 예감이..;;
    '현실이 아닌데 현실과 가깝게 느껴져서 생기는 위화감', 동감합니다. ^^

    생체기계 님 / 이번 다크 나이트로 인해 비긴즈를 뒤늦게(?) 보게된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떠도는 루머로는 리들러 역에 조니 뎁을 캐스팅한다는 것인데, 조커 역은 어떨지 또 궁금하네요.
    하여간 이제 와서 누가 그 부담 백배인 역을 덥석 맡을지 그게 참..^^

    잠본이 님 / 그것이 모든 분야에서 한계를 깨뜨리는 인물/작품들의 공통점이겠죠.
    그러나 살다보면 이 위상을 이어 이와 대등하거나 또는 넘어서는 작품이 나오지 않겠나요?
    저로서는 한가지, 겉모습만 흉내낸 뭔가 있는척하는 짝퉁들이 쏟아지지않나 하는 것이 우려였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어설픈 짝퉁조차도 만들기 어려운 위치까지 올라간 듯도 합니다. ^^;

    두드리자 님 / 다크 나이트에서도 엄밀히 말하자면 배트맨은 조커에게 완패한 셈...
    그래서 판타지는 판타지, 현실은 현실이라는 것이겠죠.

    니트 님 / 비긴즈 당시에도 이미 그에 대한 찬반이 꽤 있어왔는데, 이번 다크 나이트가 미국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반대를 압도하는 지지를 받은 것이 꽤 의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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