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품질 PVC 스테츄들이 등장하면서 한동안 그 입지가 상당히 위축되었다가 리볼텍으로 부활한 뒤
그것이 인체에 적용된 프로이라인 및 피그마 시리즈가 양강 체제를 구축한 액션 피겨 판도이지만
그 속에서 야마토도 독자 규격의 액션 피겨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이 별로 신통치 않아서 그렇지. ^^;
야마토의 vmf(variable motion figure) 제1작, 공각기동대 SAC의 쿠사나기 모토코입니다.

누차 말씀드린대로 저로서는 관절이 드러나는 인체 피겨에는 관심이 없지만
일단 소령님인데다, 발매된지 몇 달이 지나도록 사진이나 리뷰가 올라오지 않아 궁금하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모처에서 떨이 가격으로 풀리는 바람에 집어와버렸죠.
윈도우 박스 안에 포장된 것은 소령님 본체와 무기 2종, 교체용 팔, 그리고 작은 베이스 하나입니다.

먼저 소체의 모습입니다. 음, 이것은 소체가 아니라 의체라고 해야 할까요? ^^
전체 높이는 23cm 정도로 일반적인 리볼텍/피그마의 2배에 가까운 크기입니다. 약 1/7 스케일.
벨트로 절묘하게 가려지는 다리 상단을 제외하면 관절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데
소령님이 원래 사이보그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넘길 수도 있겠지만...
2중 관절 처리를 대놓고 해버린, 축 구멍까지 남겨진 무릎 부분은 좀 너무하긴 했네요.
그리고, 다리가 저엉말 깁니다~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거의 없는 만큼 가동성은 확실합니다.
세브로 C-26A 머신건을 양 손으로 잡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죠. (소음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팔의 상박과 하박은 분할선과 함께 색상 톤에서도 차이가 있어서 확 구분됩니다.

이번에는 세브로 M-5. 팔은 가늘다보니, 또 다리는 2중 관절로 처리되어 있다보니 팍팍 접혀줍니다.
긴 다리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세도 쉽게 나오니까요.
다만 무릎도 그렇고 고간도 그렇고, 움직임이 커질수록 드러나는 부분들이 썩 아름답지는 못하다는 게.

허벅지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라인을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조형되다보니
다리가 앞으로는 많이 올라가지만 뒤로는 움직이지 않고, 옆으로 움직이는 데도 제약이 있습니다.
대신 팔꿈치와 함께 무릎 관절도 굴절과 회전이 모두 가능한지라 이런 편법적인 움직임은 나옵니다.
즉 옆차기는 안되지만, 뒤돌려차기는 된다는 것. 극장판에서 멋진 발차기를 보여주셨죠. ^^
스탠드 사진은 깜빡 잊었는데, 그냥 한쪽 발바닥을 고정하는 작은 원판에 불과한데다
그런 것이 없어도 이런 연출이 가능할 만큼 발바닥 면적과 무게 중심은 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크기가 큰만큼 무게도 상당한데도 대부분의 관절은 그냥 볼 조인트라는 것이죠.
철심이 박힌 무릎은 아주 견고하지만 고관절이나 발목이 부실해서 이런 자세는 쉽게 흐트러집니다.

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비교적 다소곳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지만,
역시 극강 소령님께 이런 자세가 썩 어울리지는 않는군요. ^^;

그리고... 이렇게 재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제품의 포인트입니다.
팔을 빼낸 후, 소매가 없는 재킷을 조끼처럼 걸치고, 팔 상박을 교체하여 다시 끼워넣는 식이죠.
이 재킷을 입혀줌으로써 과했던 노출이 해소됨은 물론 어깨와 팔꿈치의 관절이 대부분 가려지고
또 하체에 비해 너무 왜소했던 상체의 볼륨까지 적당히 보강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재킷은 몸에 딱 맞는 것이지만 약간 뒤로 빼서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해줄 수도 있습니다.
단 이 경우 어깨와 맞물리는 부분도 밀려나면서 이렇게 소매가 좀 뜨게 됩니다.
게다가, 관절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가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재킷으로 인해 어깨의 움직임도 어느 정도 제약을 받지만 팔꿈치는 꽤 치명적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왼팔의 움직임이 한계니까요. 120도를 넘어가던 굴절각이 고작 30도 남짓..;;
즉 득이 있으면 그만큼 실이 있다는 것이면서, 움직임과 자연스러움 중 선택하라는 것이겠죠.
그러나 상대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다리 부분은 참 대책이 없습니다. 구멍이라도 막아주던가!

시제품 사진에서 좀 멍청해 보이던 얼굴도 이 정도면 잘 나온 편이고,
상하반신의 비례를 제외하면 액션 피겨이면서도 조형과 도색 모두 괜찮은 수준입니다.
단 재킷의 착탈을 제외하면 옵션이 달랑 두 종류의 무기 뿐이라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네요.
소령님이야 언제나 쿨한 누님이시니 딱히 다른 얼굴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손 마저 달랑 기본 한 쌍 뿐이라니... 그 기본 손의 표정이 좋아서 여기저기 잘 어울리는 게 다행이죠.

전체적으로 가지고 노는 액션 피겨라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자유도를 갖춘 포저블 피겨랄까,
마치 괜찮은 품질로 나온 고정형 스테츄를 관절 개조한 것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관절의 마모가 걱정되므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은 그다지 추천할 수 없지만
포즈를 가끔 바꿔가며 전시하는 용도라면 상당히 괜찮아 보이기도 하군요.
당장 알터, 굿스마일, 웨이브 등의 PVC 스테츄들과 비교하더라도 원작 재현도는 가장 높으니까요.
단 어쩔 도리없이 드러나는 관절 부분은 그저 못본 척~ 못본 척~
야마토의 이 새 액션 피겨 카테고리는 '애매함'이 키워드인 것인지
조형과 가동의 양립을 노렸다는 이 vmf 기본 시리즈와 함께
캐릭터 피겨와 구체관절 인형을 조합한 'vmf50'(크기가 50cm라서 붙은 이름인 듯)이라는 시리즈도
마크로스의 린 민메이를 필두로 전개중인데... 과연 성공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어차피 범위 밖이니 이 소령님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제가 손댈 일도 없겠습니다만. ^^
바이스/알터 - 공각기동대 S2 1/7 쿠사나기 모토코
굿스마일 - 공각기동대 S.S.S. 1/8 쿠사나기 모토코
웨이브 - TFC 공각기동대 S.A.C. 1/10 쿠사나기 모토코
덧글
그러고보니 일본에서 1/7 타치코마 제작중이라고 했었는데;...
어찌 되었는지 갑자기 궁금해 지네요...
(후다다다닥~) <= 구경하러감...
알트아이젠 님 / 나름 틈새 시장이랍시고 노린 듯한데,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물이 쫌...?
무릎 관절만 어떻게 티를 덜 내었어도 평이 한두 단계는 더 좋아졌을텐데 말이죠.
어쩌구 아츠나 어쩌구 EX는 엄밀한 의미에서 인체 피겨가 아닌지라 관점이 좀 달라지겠습니다. ^^
draco21 님 / 항상 애매한 길을 걸어가는 야마토입지요. 관절 노출에 별반 신경쓰지 않는 분이라면,
또 리볼텍/피그마의 사이즈에 불만을 가진 분이라면 괜찮은 선택이 될 듯도 합니다.
단 가격 문제가..;; 제가 아무리 소령님 팬이라도 떨이 가격 아니었다면 가져오지 않았을 테니..--
박군 님 / 1/7 타치코마라, 그건 또 그것대로 무시무시하겠군요. 거의 핫토이 텀블러급 덩치!?
세일 가격으로 구하셨다면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궁금하긴 한데 구입하기는 조금 꺼려져서 고민하던 제품인데 덕분에 잘 봤습니다. ^^
(특히 슴가부분이..=ㅂ=^)
프로포션이 너무 로봇같다는 느낌입니다만 (특히 무릎에서 발까지의 형태가)... "싸이보그니까 괜찮아" 하고 참아줄 수도 있겠습니다. ^^
그런데 지적하신대로, 야마토의 최근 제품들은 참 애매한 물건이 많군요. 기술력은 있는데 센스가 없다!
이광열 님 / 그게 또 벌어지지 않았다면 다리의 각도 변화가 매우 제한되어 버리니 말이죠.
근본적으로는 수영복처럼 맨다리를 드러낸 소령님의 의상 탓이겠지만..;;
불량가장 님 / 그쪽은 전신에 전투복을 입은 상태라 이쪽과 비교하기는 조금 힘들겠네요.
관절 노출에 부담감이 덜하다는 쪽에서 라이더류를 다룬 피규어아츠 쪽에 가깝지 않을런지. ^^
괜찮게 나온것 같긴 한데... 가격이 욱 비싸고, 엑스마키나 작품 자체가 황이라 편하게 패스했습죠.
TokaNG 님 / 여전히 한 포인트에 집중하시는군요. ^^;
KAI2 님 / 그래서 결국 저도 이렇게 얻어다가 리뷰도 하고 말입지요. T_T
비공개 님 / 아마 그 곳이 맞을 겁니다. 저게 이래뵈도 정가가 7,800엔이나 하는 물건입니다요.
기르스군 님, dy군 님 / 소령님 애매전설. 묻힐 만하다?
두드리자 님 / 저로서는, 관절 내장에 더해 움직임에 따른 근육 표현을 해주지 않는 이상
가동형 인체 피겨에 정 붙일 일은 없을 듯하죠. (이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Werdna 님 / 무릎도 그렇지만 발목의 부츠 윗단을 종아리와 일체형으로 만든 것도 약점이죠.
어차피 발목을 2중 관절로 처리할 것이라면 부츠 윗단을 분리 가동시켜도 되었을 텐데..--
뭐 그 많은 제작사들 중 이런 신기한(?) 것들을 만들어도 나쁠 건 없지만, 저러다 망하진 말았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