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0일
TIME
great GIG in the sky


최근에는 국내의 서 모씨도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서 나름 화제가 되었더랍니다마는,
대중음악이 고전음악(오케스트라)과 함께 연주하는 것은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죠.
물론 다들 나름대로의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있겠지만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새로이 포장하는 것이
결국은 고전음악에 대한 대중음악의 무의식적 열등감(?)을 적잖이 표출하는 부분이 있달까,
또 이러한 시도가 흔해지면서 마치 '대중음악으로 성공했다'는 하나의 징표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있어
심성이 삐딱한 저로서는 썩 좋게만 생각되지는 않는 시도이지만... 뭐 이거야 제 사견인 것이고. ^^;

이렇게 대중음악과 고전음악을 융합시키는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위에 언급한 서 모씨나 메탈리카의 "S&M"처럼 오케스트라를 동원하여 같이 연주(공연)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음악의 원래 연주자를 배제하고 관현악곡으로 새로이 해석하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는 -물론 편곡을 거치지만- 아무래도 연주 또는 공연의 배경 또는 장식적인 요소에
머무르는 일이 많다보니 저는 아무래도 곡 전체를 새롭게 해석한 후자 쪽에 관심이 가는 편입니다만
이런 경우는 원곡(물론 아주 유명할 터)의 이미지를 남기면서 재해석해야 하는 작업의 어려움이 있고,
그에 따라 편곡자의 능력과 오케스트라의 역량이 전자에 비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 속하는 많지 않은 것들 중 하나로,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곡들을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여
연주, 녹음한 "Us and Them: Symphonic Pink Floyd"라는 1995년의 앨범이 있습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좀처럼 재판되지 않아 이제는 희귀 음반이 된 사정에 비하면 의외로
핑크 플로이드와 쌍벽을 이루는 예스의 환상적인 커버들로 유명한, 그러나 정작 핑크 플로이드의 커버는
한 번도 그린 일이 없었던 로저 딘이 묘사한 화려한 커버 그림으로 시작해서
편곡은 재즈 콜만, 연주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나름 화려한 면면을 가지고 있죠.
핑크 플로이드의 양대 명반인 "The Dark Side of the Moon"과 "The Wall"의 수록곡을 추려낸 구성인데,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음악적 성취도에서는 별반 주목할 부분이 없는 앨범입니다. ^^;

예를 들면 'The Great Gig In The Sky'는 솔로를 맡은 바이올린이 너무 경직되어 감정이 부족하고,
그와 반대로 'Nobody Home'은 주선율이 감정 과잉으로 신파에 가깝게 들리며,
앨범 타이틀인 'Us And Them'은 너무 늘어지는데다 절정부의 멜로디가 아예 연주되지 않아버리는 등등...
전체적으로 -그들의 이름이 무색하게- 편곡은 늘어지고, 연주는 딱딱한 편입니다.
그나마 들을만한 부분이라면 의외로 멋드러지게 주제를 변주한 'Another Brick In The Wall'의 도입부와
원곡과 달리 활화산과 같은 효과와 에너지를 부여한 'Breathe In The Air',
그리고 앨범의 첫머리와 마지막을 장식하는 실질적인 타이틀곡, 'Time'정도겠지요.

좀 심하게 혹평한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일단은 들어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의외로 핑크 플로이드 관련 음반들 중 제 오디오에 비교적 자주 걸리는 앨범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편곡과 연주의 성취를 떠나,
다른 록 밴드에 비해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자체가 관현악의 포맷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지.

지난번 릭 라이트 추모 포스팅에 이어 올릴 것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뜬금없이 올라가게 되는 12월의 새벽이었습니다. ^^


by glasmoon | 2008/12/10 05:13 | Glasmoon sets in...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glasmoon.egloos.com/tb/477226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Dark Side of the.. at 2009/07/03 13:22

... 드림 시어터의 이번 신보 "Black Clouds & Silver Linings"는 계속 들어보는 중입니다. 다음 주 안으로 짤막하게라도 포스팅해보지요. Glasmoon 6:00 TIME ... more

Commented by EST_ at 2008/12/10 10:13
와아 이 앨범 오랜만이군요. 대학시절 친구 하나가 갖고 있었더랬습니다. 제게 보여주며 자켓에 대해서 glasmoon님 글과 거의 동일한 얘기를 했었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때는 핑크 플로이드의 원래 음악들과도 그리 친하진 않았던지라, 사실 음악보다는 로저 딘의 일러스트에 더 관심이 갔었지요.
(좀 샛길입니다만 아트락 레이블로 나름 이름 날렸던 시완레코드 엠블렘이 로저 딘 그림을 도용했는데 그게 또 이런저런 뒷얘기가 있더라라는 기억도 나고...)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12/10 18:05
EST_ 님 / 로저 딘의 그림들이 워~낙에 유명했으니까 말이죠. ^^
시완 레코드의 엠블렘이 거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뒷얘기가 궁금해지는데요? *_*
Commented by zolpidem at 2008/12/10 20:08
아.. 가지고 있는 앨범입니다. 플로이드/예스/킹크림슨 앨범을 보이는대로 사던 시절이 있었죠. 건담을 만나기 전..ㅠㅠ
나름 신선하면서도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가는 그런 음악이었지만, 말씀대로 another brick의 도입부는 꽤 좋았더랬습니다.

로저딘 자켓은 역시, yes 것들이 더 멋지다는 느낌.. fragile이라던가...말이죠.
Commented by glasmoon at 2008/12/11 21:42
zolpidem 님 / 처음에 곡명을 보지 않고 들었을 때는, 그 곡이 'Another Brick...'인지도 몰랐습니다. ^^
그런데 정작 시작과 끝의 그 변주를 빼면, 알맹이는 역시나 지리하게 이어질 뿐이어서 좀 김이 빠지죠.
로저 딘이라면 예스의 커버, 예스의 커버(와 로고)라면 로저 딘, 서로 떼어서 생각하긴 힘들죠?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