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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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이은 성찰, 이스턴 프라미스 by glasmoon



열이면 아홉, 백이면 아흔 여덟?
사실 영화로 만나게 되는 사연들의 대부분은 언젠가 한 번쯤 듣거나 보았음직한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요리들의 대부분은 언젠가 한 번 이상은 먹어보았을 음식이다.
이제 지구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식재료와 어지간한 레시피는 거의 전부 알려진 상황.
그러나 그 똑같은 재료와 방법을 가지고도 출중한 맛을 내는 사람을, 우리는 '거장'이라 부른다.



마피아, 범죄, 보스, 스파이...
열거된 이 몇 개의 단어들만을 가지고도 당장 연상되는 영화가 열 편은 족히 될 터다.
작년 최고의 영화, 아니 일생의 기억에 남을 영화중 하나로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비고 모텐슨 콤비의
"폭력의 역사"를 주저없이 꼽았던 만큼, 같은 멤버로 비슷한 영화가 연이어 만들어지는 것이 내심 불안했다.
게다가 이 바닥은 영원한 마스터피스 "대부"를 위시해서 쟁쟁한 걸작들이 발에 채일만큼 널린,
어지간한 작품이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갱스터 장르가 아닌가.
나는 그 불안함이 기우이길 바랬다. 그리고 기우는 정말 기우로 그쳐버렸다.

"유주얼..."과 "식스..."(하도 말많고 탈많은 영화들이라 또 태클걸릴까 싶어 전체 제목을 쓰지 않았다--)
를 전후로 하여 한때 반전(당연히 反戰은 아니다!) 영화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크로넨버그의 전작 "폭력의 역사"와 금작 "이스턴 프라미스"도 나름 반전이라면 반전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영화들과 그 숱한 아류작들이 '반전'에 목을 맨 결과 알고 보면 허탈해지는 것과 달리
크로넨버그의 연출은 노골적으로 반전을 예고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것을 의심하게 만드는 한편
그 과정이 지난 후에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모호함을 남겨 불쾌한(팬으로서는 유쾌한) 감정을 조장한다.
그리고 그 낭자한 선혈의 기저에는,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뚜렷하게 양분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적나라한 분석/해부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것을 문무쌍전, 재색겸비라 하는가.
이 두 작품을 통해, 젊은 시절부터 대선배 샘 페킨파를 이을 폭력 연출의 달인으로 기대되던 크로넨버그는
일찍 개화한 후배격인 아벨 페라라 못지않게 내면 묘사에도 경지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비고 모텐슨은 잭슨이 아닌 크로넨버그를 만나, 나이 쉰에 드디어 연기의 꽃을 피웠다.

마틴 스콜세지는 "디파티드"를 가지고도 2007년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주류 영화계는 언제까지 크로넨버그를 도외시할 텐가?


잔혹하고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


핑백

  • Dark Side of the Glasmoon : 2008년, 유리달의 영화 best 3 2008-12-31 18:42:48 #

    ... 겠죠. 가장 빛나는 모습을 보여준 히즈 레저의 연기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점이 너무나 슬픕니다. 2. 이스턴 프라미스 (Eastern Promises) 역사에 이은 성찰, 이스턴 프라미스 올해 최고의 영화는 "다크 나이트"가 될 터였고, 그래야만 했는데, 저에게 있어 그 아성을 위협한 유일한 작품이 "이스턴 프라미스". 작년 최고로 ... more

덧글

  • Dr.hell 2008/12/16 15:24 # 삭제 답글

    엇 벌써 보셨군요. 저도 오랫만에 기대되는 영화 임다...*_*
  • 작은 우유 2008/12/16 17:47 # 답글

    1주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거의 막을 내렸더군요.

    멀지만 오랜만에 극장 한번 찾아가보려합니다.
  • Werdna 2008/12/18 16:55 # 답글

    힉~ 이거 개봉했습니까?
    거기다 이제 슬슬 간판 내린다구요??
    죽겠네요. OTL
  • 니트 2008/12/18 19:16 # 답글

    정말 기대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물론 극장 못가서 DVD를 기대하는 중입니다만 ㅠㅠ
  • glasmoon 2008/12/19 18:17 # 답글

    Dr.hell 님 / 보기는 몇 달 전 소규모 영화제(?)에서 봤는데 정식 개봉을 맞아 한 번 더 봤죠.
    올해 최고의 영화는 단연 "다크 나이트"가 될 줄 알았건만 연말에 강적 부상입니다요. -_-b

    작은 우유 님 / 개봉 스크린 수가 적은 거야 그렇다지만,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 올라오지 않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홀대받을 영화는 절대 아닌데 말이죠.

    Werdna 님 / 아직 몇 개 스크린으로 연명은 하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영화들 개봉하면 확실히 내려갑니다.
    그 전에 어떻게 시간을 내 보심이..^^

    니트 님 / 요즘 DVD판이 꽁꽁 얼어서 이런 작품이 과연 나와줄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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