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을 코 앞에 두었던 지난 세기 말 1998년의 여름,
할리우드에서는 거의 같은 시기에 똑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가 두 편 만들어져 개봉되었다.
그 두 영화가 같이 잡은 것은, 과연 세기말에 어울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가항력의 대재앙.
그러나 두 영화가 다른 것은, 카메라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이 영화, 그러니까 미미 레더의 "딥 임팩트(Deep Impact)"를 극장에서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친구를 만났고, 영화관에 갔고, 시간에 맞춰 걸려있기에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을 뿐.
이 작품을 전혀 범위 안에 두지 않았던 것은 상황 설정만으로도 내용이 뻔히 짐작되었기 때문인데,
그 '뻔한 내용'은 이 작품이 아니라 브룩하이머/베이 사단의 두 달 뒤 작품의 이야기라는 것은
당시로서는 알지 못했다.
이 영화는 어딘가의 누구들처럼 지구를 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에는 강인한 터프가이도, 잘생긴 청년도, 그의 쭉쭉빵빵 애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행동이며
이 영화의 독립된 네 주인공은 각기 과거에 대한 화해, 후대를 위한 희생, 현재를 위한 리더쉽,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상징한다.
할리우드의 전형에서 한 발 비켜선 결과, 있음직한 현실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결과,
그리고 SF적인 고증을 -물론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충실히 세운 결과
이 영화는 비록 두 달 뒤의 경쟁작에 흥행에서는 밀렸을지언정 꽤 높은 평가를 받았고
나에게는 세기말 재난 영화들 중 최고로 꼽히며 이따금 DVD로 돌려보는 작품이 되었다.

그러나, 10년 뒤 미국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은
당시로서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덧글
월E VS 쿵푸팬더도 그렇고 미국은 의외로 저런 쪽으로도 관객이 모여주나봅니다.
박군 님 / 아니죠. 연임을 생각해야죠. (그 부시도 했는데) 그럼 일단 2016년까지 연장?
게온후이 님 / 똑같이 가는거죠. 5th 루나는 떨어지고, 액시즈는 어떻게 저떻게 간신히 저지!
렉스 님 / 그건 몇 년 후에 공중파에서 본 걸로 기억하는데, 공짜로 보고서도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_-
갈가마신 님 / 그러셨군요(...) 따지고 보면 아마게돈 쪽이 스타워즈에 가까울지도. ^^;
계란소년 님 / 호오, 미국에서는 그랬나요. 총수익으로 따지면 350 vs 550 으로 완패였지요...
감독위주로 보는 이유가 이전 영화들을 보면 지적수준 이랄까.. 취향들이 믿을만한 사람이었거든요.
운석으로 자폭을 결정한 승무원들의 명대사가 기억이 납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마요. 나중에 우리 이름을 딴 초등학교도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TV 드라마 쪽의 비중이 더 큰 모양입니다.
지기 님, harpoon 님 / 아마게돈과는 소재는 같아도 영화의 장르 자체가 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저도 이 쪽을 훠얼씬 좋아합니다. ^^
아노말로칼리스 님, 니트 님 / 전 이렇게 눈물 찔끔 하는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이 작품만은 묘하게 와닿았달까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 해일을 바라보던 부녀가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