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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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오지맨디아스와 거대괴물 by glasmoon

어쨌든 영화화, 왓치맨


같은날 개봉한 "더 레슬러"와 "프로스트 vs 닉슨"이 포스팅을 기다리는 마당에
"왓치맨"을 한 번 더 꺼내는 것은 가장 만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복수형 "Watchm'e'n"이건만
왜 한글 제목이 "왓치멘"이 아닌 "왓치맨"이냐 하는 자잘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복수형 제목과 이름은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인정한다 해도 복수형 's'는 무조건 '스'로 표기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등장하는 그 여러 명의 왓치맨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빈약하게 묘사된 캐릭터를 집어내라면
역시 오지맨디아스를 꼽을 수 있겠다.

* 이하는 영화의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돌아가 주세요.


장르를 몇 번이나 갈아타는 이 복잡한 작품에서 모든 의문과 갈등이 해결되는 끝마무리는 매우 중요하고
그 모든 가닥의 끝을 쥐고 있는 인물은 두말할 것도 없이 오지맨디아스다.
따라서 다소 황당하기까지한, 기존의 히어로물과는 스케일이 다른 결말을 납득하는 것은
그것을 계획하고 실행한 오지맨디아스의 인물과 언행에 관객이 얼마만큼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나의 오지명은 저렇지 않아!' 라는 일부 팬들의 외침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작에 비해 영화의 오지맨디아스가 현격히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오지맨디아스, 그는 누구인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17세때 부모의 사후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제로에서부터 다시 성공한 인물.
스스로를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과 동일시하며 그의 길을 20세기 말 현재에서 모색하는 남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적으로도, 기타 모든 면에서도 범인을 완전히 뛰어넘는 완벽한 인간.
조나단 오스터맨, 즉 닥터 맨하탄이 그야말로 초능력을 지닌 수퍼맨이라면
아드리안 바이트, 오지맨디아스는 나머지 평범한(?) 히어로들 중에서 가장 수퍼맨에 가까운 존재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과 완전히 격을 달리하는 능력과 재산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았고
그것이 인간에게 흥미를 잃어버린 닥터 맨하탄과의 차이점이며 거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 그려진 오지맨디아스는 뭐랄까.
우선 나이트 아울이나 로어셰크와 비슷한 연배의 40대 남성이라 하기엔 젊다못해 어려 보인다.
제한된 상영 시간에 쫓긴다지만 그가 그런 엄청난 계획을 실행하는데 따른 고뇌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며
결국 그 계획을 성공시킨데 대한 인간적인 환희 또한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가 계획을 만들고 추진한 것이 아니라 그 계획된 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한 것처럼
감정은 철저히 배제되고 이성만이 남아있는, 어찌보면 로봇과 흡사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신에 가까운 남자'를 그려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겠냐마는, 연기한 매튜 구드에게는 미안하지만
수퍼 히어로임과 동시에 철학자, 선지자로서 오지맨디아스의 고유한 존재감(포스?)은 대부분 거세되었다.


그리고 원작을 거의 그대로 옮겼다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이 그 오지맨디아스의 계획이다.
원작에서 그 계획의 핵심으로 창조되었던 문어 비슷한 형태의 거대한 외계 괴물과 충격파는
시간 관계상 닥터 맨하탄의 능력을 복제하여 만들어진 막대한 위력의 폭탄으로 대체되었다.
그래. 가뜩이나 인물도 많고 사건도 많은데 이 정도는 바꿀 수도 있지.
잭 스나이더의 말마따나 이것이 결말을 바꾼 것은 아니며, 그 의미는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영화 속에서 받아들여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을 품게 만든다.

평범하고 어리석은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아야만 믿곤 한다.
그리고 거꾸로 직접 확인할 수 없거나 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존재와 힘에게서 두려움을 느낀다.
진정한 공포란 그 대상이 무엇인지 특정지을 수 없을 때,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만들어진다.
전 인류가 그 앞에 단합할 절대적인 공포의 상징으로 오지맨디아스가 -그리고 원작자 앨런 무어가-
뜬금없는 정도를 넘어 다소 황당한 거대 외계 괴물을 만들어낸 이유는
그것이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실체를 설명할 수 없는 가상의 것이자 상식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대체된 복제 폭탄은 본질적으로 그와 다르다.
물론 폭탄의 특성, 즉 닥터 맨하탄의 능력이라는 것 또한 일반적인 상식의 범위 밖에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 만들어진 공포는 -그것이 진실과는 다르더라도- 닥터 맨하탄이라는 명백한 실체를 대상으로 한다.
공포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 특정되는 순간 그 정도가 반감되며,
인간은 그 공포의 대상 앞에서 일시적으로 굴복하더라도 그 원인을 제거하려 들게 마련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 또한 가공되고 날조된 더 큰 공포 앞에 세계가 단합한다는 결말은 같으나
그 대상이 명확히 존재하기에, 단합의 이유는 발전적 대비보다는 근원적 제거로 변질될 수 있다.
물론 설정상 닥터 맨하탄이 제거될 수 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오지맨디아스의 말대로
인간이란 본디 어리석다.


아아, 몇 줄만 간단히 끄적거린다는게 길어졌다.
영화 개봉 소식을 들으면서 '이 장면은 빠질 리 없다'고 생각했던 장면들 중 하나가
닥터 맨하탄과 실크 스펙터가 거대한 유리의 성을 타고 화성의 곳곳을 돌아보는 부분이었다.
영화와 잭 스나이더의 장기인 비주얼적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한데다
그 비주얼과 겹쳐 닥터 맨하탄의 능력과 우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스나이더 본인도 가급적 넣고 싶었겠지만 빡빡한 시간에 어쩔 수 없었겠지.
아니 어쩌면 정말 찍어두었으나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가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지맨디아스도 닥터 맨하탄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할 충분한 시간을 얻지 못했다.
역시 이 영화는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 평가하기 보다는
원작 그래픽 노벨의 영상판 부독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은듯 싶기도 하다.
그래도 패러디 가득한 오프닝과 함께 영화에서 독자적으로 추가되어 마음에 든 장면이 있다면,
월터 코백스가 죽으며 눈 위에 남긴 마지막 로어셰크 얼룩.


어쨌든 영화화, 왓치맨


덧글

  • 므흣한김밥 2009/03/08 15:50 # 답글

    음...저도 오늘 보고 왔는데 그다지 썩 감정이입은 안되더군요.
    왜 저 자칭 수퍼맨들이 저래야 되나.. 왜 저렇게 행동하나에 대한 의미 부여가 부족했던 듯 하네요.
    뭐 중간 중간 섞여 있는 미쿡식 조크에 쫌 웃기는 했는데 영~ 남는 것은 없네요...
  • 더카니지 2009/03/08 17:25 # 답글

    계획의 핵심인 외계 괴물이 닥터 맨하탄의 공격으로 위장된 에너지 공격으로 대체되면서 전 개인적으로 설정적 오류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에 포스팅했는데 결과적으로 앨런 무어가 보지는 않더라도 주변 지인들을 통해 영화판에 대한 이런저런 내용을 들을 확률은 높기 때문에 "흥, 내 그럴줄 알았지!" 하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겠군요. ㅡㅡ
  • SDf-2 2009/03/08 19:14 # 답글

    글래스문님도 이미 언급은 하셨지만 초월자 거의 신에 가까운 닥터맨해튼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공포감은 충분히 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제가 원작을 안 봐서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니 아무튼 조만간 원작을 봐야겠군요^^
  • 카바론 2009/03/08 19:33 # 삭제 답글

    닥터 맨해튼으로 괴물을 대체한건 괜찮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만화에선 시종일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다가(예술가들 잠깐 비치기만 하고) 좀 뜬금이 없었거든요.
    80년대 현대가 그래도 배경인데 영매의 뇌를 복사해서 유전공학으로 만든 괴수라.......
  • 카바론 2009/03/08 19:37 # 삭제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높게 좀 쳐보고 싶은 부분이 여깁니다 (..)
  • 마스테마 2009/03/08 23:47 # 답글

    저도 개인적으로 마지막 결말부분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거기서 가짜 외계인이 툭 튀어 나왔다면 상당히 뻘쭘한 결말이 나왔을 것 같고 아니면
    그 앞의 과정들을 다 설명해야 설득력이 있어지는데 짧은 영화시간안에 그 내용을 다 집어넣었다면 영화가 더 산만해졌을것 같습니다.

    원작에서는 맨하탄을 신으로 비유하는 사설을 집어넣었던 것을 영화에서는 방송에서 직접언급하는 방식으로 강조합니다. 신으로 비유될만큼 엄청난 존재가
    적으로 나타난다면 외계인의 침공 못지않은 두려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 오히려 왓치맨의 구성원들 안에서 모든 사건을 정리한 것이 더 깔끔한
    느낌이 들고 마음에 들더군요.

    더카니지// 원작을 본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런 오류들이 거슬릴수도 있지만 원작을 모르고 영화만 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외계인 문어괴물이 등장하는것이
    더 어색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
  • 두드리자 2009/03/09 00:01 # 삭제 답글

    '가공되고 날조된 더 큰 공포'라..... 불안하군요. 누군가가 날조라는 걸 알아내면 산통 다 깨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박군 2009/03/10 03:04 # 답글

    확실하게 할려면 최근의 동향처럼 3부작으로 만들면 참 좋았을 영화 같은데,
    그렇지 못한게 참 아쉽기도 하구요...

    그중에서도 제일 이상한건 오지맨디아스... 도대체 저 꼬라지는 뭔지;...
  • 아노말로칼리스 2009/03/10 11:21 # 답글

    영화를 보고 원작을 보고있는데
    과연 오지맨디아스의 이미지는 코믹판이 더 압도적이긴하군요.

    일단 배우가 너무 음흉한 여피 이미지라...(배우 욕하는건 아님)

    영화자체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 glasmoon 2009/03/12 04:03 # 답글

    므흣한김밥 님 / 압축률이 좀 많이 높아서 말이죠. 크.

    더카니지 님 / 음... 코미디언의 경우는 영화판의 설정으로도 충분히 좌절할만하지 않나 싶기도 한데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규모가 달라버리니까요), 앨런 무어가 코웃음칠 것은 거의 확실할 듯. ^^;

    SDf-2 님 / 영화판이 되면서 맨하탄의 신적인 면모에 대해 쪼금은 더 신경쓴 듯하지만
    기본적으로 설정된, 그는 미국 정부에 고용된 뒷처리꾼이라는 인상을 바꿀 수는 업었으니까요.

    카바론 님, 마스테마 님 /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쯤은 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말씀대로, 안그래도 빡빡한 영화에서 느닷없이 괴물이 나왔다가는 코미디로 전락할 우려가^^;
    그 괴물에 대한 부분은 원작을 읽으면서도 다소 의아한 부분이었는데, 앨런 무어가 왜 그래야만 했는가
    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이 포스팅의 내용이고, 그렇게 납득했더니 이번에 바뀐 영화의 얘기가
    심리적 공포를 이용하는 차원이 한 단계 떨어져보인다는 얘기였습니다. ^^

    두드리자 님 / 그것이 너무 커버리면 진실이 아닌 거짓말이라 떠벌려도 아무도 믿지 않겠죠.
    증거는 모두 사라진 상황이니까요.

    박군 님 / 스나이더 입장에서 그 안을 타진하지 않았을 리는 없고, 워너 간부진에 먹히지 않은 것이겠죠.
    아직 그의 입지가 그 정도의 프로젝트를 관철시킬 수준은 아니라는 반증이려나요.

    아노말로칼리스 님 / 다른거 다 제쳐두고 오지맨디아스가 좀 더 설득력있는 캐릭터였다면
    영화가 이처럼 원작 팬들에게 욕을 먹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 dy군 2009/03/12 12:29 # 답글

    영화왓치맨... 여러모로 논란이 많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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