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5월 22일
과연 구원받았나? 터미네이터 4


1991년, "심판의 날"이 6년 후 어떻게 도래하는지 사람들에게 예견되었을 때
'일부' SF 팬들과 메카 마니아들은 영화의 내용보다도 도입부의 전쟁 묘사에 관심을 보였다.
섬광을 토하는 플라즈마 라이플과 그것을 든 백은색 엔도스켈레톤들, 그리고 하늘과 땅을 덮은 헌터킬러들.
그들은 -그리고 나는- 그 매력적인 기계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도입부의 3분여에 불과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미래의 전쟁이 어떠한 것인지 저마다 상상하고 또 재현했다.
그리고 2009년, 그 미래 전쟁이 시작되었다.




느닷없지만 가지 다 치고 한 줄로 찔러보자면,
우리나라 개봉용 부제로 붙은 대로 '그래서 미래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뿐이다.
메카 팬들은 과도기적인 T-600이나 거대한 하베스터, 더 그럴듯해진 헌터킬러의 모습에 열광할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기계들은 지축을 가르고, 도로를 달리고, 하늘을 날고, 화끈하게 싸워준다.
쇼핑 호스트로 나선 카일 리스가 소개한 이것들은 모형 회사들을 통해 입체화될테고, 아마도 잘 팔릴 거다.
그런데 그뿐이다.

캐자면 너무 많은 자잘한 헛점들은 빼고,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주인공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크리스찬 베일의 존 코너는 터미네이터와 육박전을 벌인다는 것과 그 이름을 내세우는것 외엔 한 일이 없고,
샘 워싱턴의 마커스 라이트는 -분명 존 코너보단 낫지만- 숨겨진 주인공이라 하기에는 힘이 딸린다.
그러니까 사전에 유출되었다는 소문의 내용대로 결말이 그려졌다면 (난 영화를 보고 난 뒤에야 알았다)
-물론 팬들 사이에 격한 찬반 논쟁이 일었겠지만-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서는 훨씬 완성도가 높아졌을 법하다.
처음에는 살인마 기계로 시작했으나 속편에서 인간성을 갖춘 기계로 탈바꿈했으니
이제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기계를 지나 그 기계가 인간의 대역을 한들 안될 것도 없잖은가.
공각 식으로 따져보면 마커스는 로봇보다는 사이보그(그러니까 인간)에 가까운 존재이고
운명을 바꾸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한다는 점에서도 전작의 요소를 계승할 수 있지 않았을까.

T2의 가장 큰 미덕이 그 "운명은 정해져있지 않다"는 어둡지만 희망어린 선언에 있다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같은 대사를 되뇌지만 정작 정해진 운명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한 T4는 적잖이 실망스럽다.
"Terminator Salvation"은, 괜히 전설을 끌어내려, 자기 무덤만 열심히 파는 삽질 끝에,
그 안에 제 발로 드러누워, 흙 덮기 직전까지 갔던 터미네이터를 일단 구원했다.
제목대로 T4의 역할은 이것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로운 속편(T5: Termination?)을 기대하기엔 지쳤다.
'속편'하게 남 탓을 하자면, "그러니까 이 모든 건 T3 때문이다!"


덧: 덕분에 카메론의 신작 "아바타"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증폭되었다.

by glasmoon | 2009/05/22 14:37 | Memory remains in... | 트랙백(4)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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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ST's nEST at 2009/05/22 14:45

제목 :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2009.5.12
요점부터 딱 잘라 말하자면, 일단 은 꽤 볼만한 영화다. 감독이 맥지라는 얘길 듣고 기대치를 억눌렀던 탓도 있긴 한데, 부분부분 특기할 만한 점들은 있었으나 전체적으론 어정쩡함의 연속이었던 3편에 비해서는 훨씬 좋았다. 생각해보니, 난 아직 3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앞부분 따로 중간부분 따로 뒷부분 따로 또 어딘가 따로 하는 식으로 누더기처럼 부분부분 본 걸 이어서 한편으로 인지하고 있을 뿐이지. 제법 볼만한 오락영화의 꼴......more

Tracked from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 at 2009/05/22 20:46

제목 :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했었던 두편 그러니까 <터미네이터>가 1984년작, 그리고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이 1991년작이였으니 무려 18년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그 사이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이 연출한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이 발표되기는 했었지만, 차라리 안만들어진 것만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3편을 이 시리즈에서 제외를 시키고 있습니다. '시간'이라는......more

Tracked from 완득이네 골방 at 2009/05/23 14:26

제목 : 터미네이터 4 미래전쟁의 시작
2009.05.21 전세계 대개봉 전쟁이다. 창을 던지고 활을 쏘는 전쟁이건 미사일이 날라가고 폭탄이 터지는 전쟁이든 승자와 패자는 가려지게 마련이며 그 가운데 다수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명분이 없는 전쟁은 역사에 오류로 남게 마련이다. 미래의 전쟁이 시작됐다. 인간과 기계와의 전쟁... 기계와 인간 저항군의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스카이넷은 보다 우월한 터미네이터를 만들기 위해 인간들을 포로로 잡아 실험을 하게 되고 거기에 같이......more

Tracked from [허가영업소] 양계장 at 2009/05/25 23:25

제목 : 터미네이터 4 보고 왔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재밌습니다. 볼 만해요. 어쨌든 찌질한 블록버스터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터미네이터 여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음 분명 논란이 있을 수 있겠네요. 전작들로부터 따온 메카와 몇가지 세계관 설정을 제외하면 이전 터미네이터 들과는 장르부터가 엄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죠. 솔직히 어떤 다른 이름의 미래전쟁 SF 블록버스터라고 해도 별 상관 없을 내용들이니까요. 1, 2, 그리고 적지만 3......more

Commented by Blacklister at 2009/05/22 14:44
역사적 졸작인 T3대신에 이게 3편으로 나왔어야 하는 건데... T3는 정말이지 내용도 뜬금없고 진행도 뜬금없어서 실망 많이 했습니다.

게다가 존 코너를 트랜스포머의 샘보다 못한 대책없는 찌질이로 만들어 놨으니... (무려 인류 지도자가 될 사람인데!)
Commented by R쟈쟈 at 2009/05/22 14:44
터미네이터 팬들에게는 T3는 확실히 수렁인가보군요^^......




오늘 손님들하고 이야기를 하는데, 문득 터미네이터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주 T3는 오징어더만요^^;;;
Commented by 대마왕 at 2009/05/22 14:52
이미 T1~T2를 통해서 과거~미래의 스토리를 결론지어버린 마당에 그 안에 속편을 끌어넣어봐야
도대체 말이 안될 수밖에 없는 미궁인게죠...
(개인적으로도 T3는 재미없게 봤지만...결국 아놀드아저씨가 늙어버린것과 기타등등 문제도 있고..
스타워즈2-EP5-처럼 과도기적인 스토리로서의 역할을 시키려고 한것인지 흐리멍텅한 진도가 좀...)

어찌됐건 터미네이터는 터미네이트되야되죠 이젠 좀...

ps. 크리스찬베일은 여기저기 동시기에 얼굴 보이는건 좀 자제를.....비슷한 느낌밖에 없어서...
Commented by harpoon at 2009/05/22 14:55
오늘 7시 50분으로 예매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리달님의 포스팅 도입부분만 읽고 덧글 올립니다. 어떠한 양상으로 미래전쟁이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크네요......
Commented by 레인폴 at 2009/05/22 16:29
ㅜ0ㅜ T3는 정말 액션은 괜찮은데...

그 외에 스토리라든가..먼가 카메론 감독이 만든 이전시리즈와 너무 풍기는 느낌이 달랐던지라....

정확히 말하자면 2편에서의 인간과의 교류를 통한 좀 더 인간적인 형태로의 발전을 바랬었는데

다른놈(?)..한마디로 새로 모든것을 가르쳐야하는넘이 왔죠...거기다가 가르치고 싶어도 워낙

사건이 긴박한지라...시간도 없고....ㅜㅜ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5/22 20:48
정말로 Salvation을 해낼 수 있는 감독이 와야 할 것 같습니다.
딱 맥지의 그릇만큼만 나온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이제 지칩니다. T.T
Commented by 두드리자 at 2009/05/23 00:45
이번 4편은 재미있었습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을 보러 간 게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용 액션영화를 보러 갔거든요.
사실 1편만으로도 길이 기억될 걸작이고, 2편에서 모든 사람들의 걱정(별볼일 없는 속편이 나오는 거 아니냐)이 teminated 되었을 때 이미 그 후속편들의 운명은 정해졌다고 봅니다. 벽이 너무 높았어요.
Commented by 올드보이 at 2009/05/23 23:33
존코너와 카일리스가 만나는 후반부, 시간을 뛰어넘은 부자의 상봉장면에서 제대로 관객들은 울컥하게 만들었다면
급조한 엔딩조차 그럭저럭 넘어갔었을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여전히 터미네이터란 이름은 단순 액션영화로 보기엔 그 내재적가치가 아직 너무 크니까요.

ps.3편이 욕을 많이먹지만 그래도 3편이 4편의 가교역활은 부실하나마 해줬으니 뭐 충분히 의미는 있다고 봅니다.


Commented by Dr.hell at 2009/05/23 23:39
글라스문님이 언급하신 첫줄에 격하게 공감 합니다.

T1, T2 에서 간간히 짧게 볼수 있었던 미래의 끔찍함은 4편 이후로 우리가 상상하던 것보다는 끔찍한 세상이 아닌것 같아 그다지 걱정안해도 되겠더군요..

되려 핵전쟁 이후인데 공기도 마실만 해서 인지 살아남은 자들은 군데군데 야영도 하며 2MB 도 없을것 이고, 꼰대들이 휘두르는 세상을 밀어 버린후 새출발 하는 희망적인곳 이랄까요? 어째 매드맥스 미래세상보다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지...

많은 분들이 공격하시는 T3 는 T4 이후 제 개인느낌은 많이 누그려 졌습니다.

T3 는 별다를거 없는 중복되는 시나리오와 캐스팅엔 문제가 많았으나 U-571 을 연출했던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 연출력 이나 액션씬 까지 싸잡아 욕먹을 정도의 감독은 아니었던 반면 T 4 의 맥지 감독은 역량 자체가 미달 이었던거 같네요.

앞으로 2편이나 더 남았네요.... 감독 교체된다 하더라도 욕하면서 보고, 욕들으며 장사되는 엄청난 규모의 속편이 아닐지..ㅠ,ㅠ

역시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네요~ 개인적으론 한때 굉장히 열렬한 팬이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어비스' 이후 예전 같은 기대감이 안드네요.. 엄청 성공한 타이타닉을 보면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는 작위적 감동 이랄까요?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5/24 15:42
Blacklister 님 / 사실 T3는 정말 깨끗하게 잊어버렸습니다.

R쟈쟈 님 / 이젠 잊혀져서 씹으려 해도 기억이 안납니다. ;;

대마왕 님 / 스타워즈로 치자면 클론 워즈 정도의 위치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크리스찬 베일은 또 한번의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지.

harpoon 님 / 일단 치고박는건 화끈하니까, 만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레인폴 님 / 주지사님이 그 나이에 참 수고는 하셨는데, 감정 이입이 안된다는 게 역시.

배트맨 님 / 애시당초 큰 기대는 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습니다.

두드리자 님 / 그냥 때려부수는 액션 영화로 치부하기엔 터미네이터라는 이름이 너무 대단했던 거겠죠.

올드보이 님 / 존 코너가 관통상을 당하는 장면에서 결말이 뻔히 보인다는 것도 패인 중 하나일 듯.
기억에서 잊혀진 3편을 다시 한번 봐야 할까요?

Dr.hell 님 / 저도 지구 표면이 너무 깨끗(?)해서 좀 낯설었습니다. 핵전쟁의 규모가 좀 줄었을까요?
말씀들을 들으니 3편을 다시 한번 보긴 봐야할 듯한데... DVD로 사기도 그렇고, 근처에 대여점은 없고.
카메론의 아바타는 그래도 SF라니까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타이타닉은 영~
Commented by 독고구패 at 2009/05/26 19:33
다음 속편에선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존 코너>는 만능이 아니야. 전쟁이 낳은 슬픈 변종일지도 모른다.

그런 것은 스카이넷을 기쁘게 할 뿐이야.

스카이넷에 영광 있으라!

애쉬다운, 전투 중에 전투를 잊었다.

훌륭하군. 마커스. 그러나 자만하지마라.
너의 힘으로 이긴 게 아냐 <스카이넷>의 성능으로 이긴 거다.

나는, 스카이넷도 저항군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금의 나는 <마커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그딴 로봇, 수정해주겠어! (철썩)

사이버넷이여, 내가 돌아왔다.

꾀했구나. 닥터 세레나!

인간의 의지가 <기계>와 연결된다 말인가?

으윽. 너도 함께 데려가겠다. 존 코너

나의 <목숨>을 버려. 그리고 이기는거야.

<반란군>을 맡아주게. 마커스 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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