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0일
그의 자서전, 그랜 토리노


가급적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고자 하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는 이는 좋든 싫든 대체로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까놓고 말하건데 난 보편적인 의미에서 보수주의자다. 쿠궁~

영화의 소재와 대사에 빗대어 말하자면 나는 멀쩡한 차의 지붕을 뜯는 것도 싫고,
유치찬란한 무늬를 그려넣는 것도 싫으며, 요란한 날개나 조명을 붙이는 건 더더욱 싫다.
나는 -그래봤자 나이 얼마나 먹었다고- 마냥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된 것들에 관심이 많고
당장 눈 앞과 코 앞의 것들밖에 모르는 애들-이거 실례인가-이 멋모르고 설치는걸 싫어하며
정작 그 알맹이도 모르면서 마냥 지양하거나 타도해야 한다고 나서는 경박함을 경멸한다.
그런데 간혹 정치 얘기를 하자면 다들 나보고 왼쪽이라고 하네. 왜 그럴까나.




작품을 보고 나오면서 대번 느꼈던 것처럼,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은
절대적으로 '건전한(진정한?) 보수주의자'에 촛점을 맞춘 것이 많은 듯하다.
사실 국내의 정치적 여건이 -최근 또 한 어른이 돌아가시기도 했다- 꽤나 현란하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의 큰 줄기가 '보수주의자의 (숭고한) 죽음'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괴팍한 영감님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정녕 그 뿐일까.

사실 영감님쯤 되는 내공 갑자면 보수다 진보다 하는 구태의연한 표현따윈 쳐다보지도 않을테다.
그저 자신의 생각과 이상에 맞추어 스스로를 만들고 또 지탱하여 왔을 뿐.
그런 의미에서 배우로서, 또 연출자로서의 여적이 하나의 개인으로서의 행적과 겹치는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사람의 행복이기도 하면서 또 스스로의 역량이기도 하겠다.
좋든 싫든 그것이 '이스트우드'임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는 한결같이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아무리 속에 고귀한 이상을 품은들 그 안에서만 그친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스스로 애차(愛車)를 조립했던 그는 지켜야할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고 실천에 옮긴다.
또한 그는 스스로의, 한편으로는 되살리고 싶지 않을지도 모를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 포용한다.
('그땐 내가 치기어렸네'라며 덮어씌우는 어딘가의 대머리 영감님과는 격이 다르다고밖에)
그리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을 모색하며 자신의 잔영을 직시한다.

그가 남긴 것은 1972년형 골동품 자동차 그랜 토리노 뿐만이 아니다.
이는 남겨진 이들에 대한 현자의 충고, 그리고 휘갈겨진 늙은 배우의 자서전.


by glasmoon | 2009/06/10 05:52 | Memory remains in...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1)
트랙백 주소 : http://glasmoon.egloos.com/tb/497555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EST's nEST at 2009/06/10 11:21

제목 : 그랜 토리노: 2009.3.20-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언제부터인가 눈물을 펑펑 흘리거나 목놓아 꺼이꺼이 우는 일이라곤 아예 없어지다시피 한 사람이지만, 의 마지막 장면이 지나고 그 위로 흘러가기 시작하는 엔드 크레딧과 함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목소리가 투박하게 울려퍼질때는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지는 걸 결국 참을 수 없었다. 세상에 대한 매정함이나 평소의 뻔뻔함은 잠깐 잊은 채 화장실에 가서 토끼마냥 빨갛게 된 눈을 씻으며 빌어먹을 영감쟁이 사람을 이렇게 울리나그래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주변에 대......more

Linked at Dark Side of the.. at 2009/08/16 22:21

... 파 후 새로 맞춘 1,200여장 들어가는 장이 미어터지기 시작해서 드디어 다시 정리할 것들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아쉬워도 다시 보기 힘들것 같은 영화는 걸러내야죠. -_- 그의 자서전, 그랜 토리노 ... more

Commented by 특공바넷사 at 2009/06/10 11:02
머랄까 오리지널(?) 미국인은 사람이 진국이다(?) 라는걸

보여주려고 하는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은 영화였습니다.ㅎ
Commented by harpoon at 2009/06/10 16:22
엔딩에 나즈막하게 깔리는 클린트옹의 목소리에 눈물이......오래 오래 사셔서 멋진 영화 많이 만드시길......
아 갑자기 더티 해리가 보고 싶군요(조디악 사건을 영화화 했다는 내용이 조디악이라는 영화에서 나오던데 아주 어릴적에 본 기억이 있어서 영화 내용은 그닥 생각나지 않네요. DVD라도 있느지 찾아야겠습니다.)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6/10 17:20
특공바넷사 님 / 그 진국인 사람도 부모자식간의 문제는 참 어렵다는게 조금 슬픕니다.

harpoon 님 / 마지막 그 목소리는 참..T_T 더티 해리 1편은 DVD로 나오지 않아서 더욱 아쉽습니다.
Commented at 2009/06/10 21: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pril07 at 2009/06/11 01:44
아.......... 저도 이 영화 정말 감명깊게 봤어요......... 정말 오래 사셔야할 분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ㅠㅠ/ 포스팅과 무관한 질문이라 죄송하지만, 제가 이글루를 처음시작해서요 ^^; 저는 스킨 편집할때 아무리 둘러봐도 글쓰는 부분(포스팅부분)에 색깔 넣는 툴이 없더라구요... 스킨 예쁜데 어떻게 편집하셨어요? ㅠㅠ 아무리 툴을 둘러봐도 헤더와 사이드바, 바디에만 컬러를 넣을수있던데..ㅠㅠ 답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겟어요!!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6/11 20:37
april07 님 / 이 스킨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typeMT_1(다크 그레이 버전)을 기본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저도 소스 편집은 잘 몰라서, 대문용 달 사진을 걸고 간격을 조정한것 외에는 거의 그대로지요. ^^;
Commented by 미미르 at 2009/06/12 00:21
저도 제 색깔은 모르겠더군요
어디서보면 오른쪽인거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왼쪽같기도하고(...)
그냥 회색으로~?(어?)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6/12 17:50
미미르 님 / 이 나라는 보통 사람들도 전부 왼쪽으로 몰고 있어서 말이죠. --;
Commented by 독고구패 at 2009/06/12 20:50
좌측통행이든 우측통행이든 중요한 건 사람이 다치지 않아야 된다는 점이죠.
Commented by Dr.hell at 2009/06/14 16:40
올해 본 영화중 최고 였습니다. 일부러 사전 정보 접하지 않고 본 마지막 장면에서는 설마 하며...ㅠ,ㅠ

마치 더티해리의 죽음 이랄까...이것으로 영화배우로서는 마지막 은퇴작 이라고도 하죠.

한국정치판에서는 저는 진보쪽인데, 문화 쪽에서는 요즘것들을 맘에 안들어 하는 나를 본 후배가 저를 완전 보수라던데요? *_*

예술 자체가 틀을깨고 혁신적인것에서 발전하는것이라 그런것을 좋아해서 높이 평가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전통적인것을 지키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면도 있는것 같습니다.

건담으로 치자면 퍼스트 와 그 언저리 만 좋아하고 Z 건담 조차 멋만 부린것 같아 좋아하지 않으면서 턴A 같은것은 받아들이고 말이죠...*_*

글라스문님 일러스트 서적은 담주중에 부쳐 드릴께요.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6/15 01:55
독고구패 님 / 사실 가장 기본적인 전제여야 함에도, 정치에서는 대의와 명분을 빌미로 경시하는 느낌이.

Dr.hell 님 / 정치적 성향과 문화예술적 취향에 대한 괴리는 저와 거의 같으시군요. ^^;
보내주실 책은 감사히 보겠습니다. 전에 질문 드렸는데 답이 없으시니 dvd는 그냥 제가 골라서~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