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14일
대출은 계획적으로, 드래그 미 투 헬


뒤늦은 얘기지만 나는 근래 영화화된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영 마뜩찮았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수퍼 히어로에 대해 얽힌 어릴적의 추억이 전혀 없었던 바는 아니나
이제와서 그와 동류의 가면 남자들 중에 배트맨을 제외하면 딱히 교감이라 할만한 것이 남질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부록에 혹해 DVD 박스 세트는 구입했었다. orz)
무엇보다 B급 호러의 간판 중 한명이었던 샘 레이미가 그런 주류 블록 버스터를 찍는다는 것이 불만이었다.
시작은 비슷했으나 "반지의 제왕" 3부작을 통해 영영 다른 세계로 떠나버린 피터 잭슨처럼
사랑해 마지않는 비주류 호러 영화를 제대로 만들 줄 아는 몇 안되는 이를 잃어버릴 듯하여 내심 불안했다.
그러나 그는 긴 외도를 끝내고, 드디어, 지옥으로 돌아왔다!




사실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 적잖이 걱정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적당히 싼티나는 제목과 초기의 상황 설정만으로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는 이미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역사와 전통의 슬래셔 시리즈들도 몇 배의 피와 매끈한 편집으로 중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요즘의 관객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강력한 반전도 미리 차단된 상태에서 과연 잘 끌어나갈 수 있을까?
보고 나온 후의 대답은, 과연 그러했다.
원래 B급 호러란 뻔한 이야기 속에 공포감을 얼마나 잘 배합하고 양념을 잘 넣느냐 하는 게 생명인 법.
이제와서 산전수전 다 겪은 호러 팬들에게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무서운 감정을 부여하기 힘들겠으나
눈을 살짝 찌푸리면서도 미소가 지어지는 적당한 역겨움과 레이미 특유의 코믹한 센스 속에
공식을 따르면서도 타이밍과 효과가 절묘하게 조율된 연출은 공포와 폭소를 동시에 제공한다.

역시 샘 레이미는 이런 B급 정서가 진국이란 말이지.
외도를 통해 갖춘 준 A급 때깔로 인해 다소 혼란스러울 지도 모르지만 그런 표면적인 것에 현혹되지 말고,
화면을 통해 보여지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바를 그저 충실하게 즐기면 되겠다.
무엇보다 그의 대표작인 "이블데드"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닥치고 볼 것을 추천!
단 그의 출신 배경을 모른 채 홍보 포스터에 박힌 것처럼 "스파이더맨"같은 블록 버스터를 기대한 이라면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으므로 "이블데드 2" 정도를 먼저 복습하여 기호를 가늠하는 것도 좋을 듯.
(1편은 조금 원초적(?)이고 3편은 액션 활극에 가까우니 2편이 딱 좋다^^;)

코믹 호러의 제왕의 귀환을 환영한다. 이블데드 4도 멋지게 만들어 주기를~

영화의 교훈: 은행 대출은 받는 것도 주는 것도 계획적으로.


by glasmoon | 2009/06/14 04:23 | Memory remains in...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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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 at 2009/06/16 14:42

제목 : 드래그 미 투 헬 (Drag Me to Hell)
호러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다시 호러 장르로 금의환향 한 것을 두 팔 벌려서 환영하시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것 같습니다. 2000년에 발표한 <기프트> 이후 9년만에 호러 장르로 돌아온 셈이네요. 그 사이에 발표한 몇 편의 호러 작품들은 연출이 아닌, 제작에만 참여를 했었으니까요.그동안 국내의 수입/배급사들은......more

Commented by theadadv at 2009/06/14 09:11
다크맨 리턴즈나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울트라김군 at 2009/06/14 10:44
이블데드2와 3를 한 20번 정도 본거 같은데 어서 4가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불량가장 at 2009/06/14 11:43
저에게는 이블데드3 정도가 딱 좋은데 말입니다.
(사실, 공포영화 잘 못봅니다. 이블데드2도 보다가 너무 무서워서(?) 말았지요... ^^)
Commented by Dr.hell at 2009/06/14 16:25
닥치고 담주중에 볼예정 입니다. ^_^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6/15 01:49
theadadv 님 / 갇힌 스파이더맨보다는 열린 다크맨이 나았던 듯. 근데 속편을 만들기엔 시간이 너무...?

울트라김군 님 / 내후년 안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다리는 팬이 많으실 듯?

불량가장 님 / 아, 이블데드 2를 중도 포기할 정도면 조금 심하신데요. ^^;;

Dr.hell 님 / 넵. 닥치고 추천할만한 영화입니닷.
Commented by 배트맨 at 2009/06/16 14:44
이 작품을 보며 '꽤 재미있게 보는 관객들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저와는 역시 코드가 맞지를 않더군요. <이블데드> 이후, 최근에 그가 연출(2000년작, 기프트)한 호러물이나, 근래 제작에 참여한 호러물처럼 심리적인 공포감을 안겨주는 영화였다면 코드가 맞았을지도 모르지만요.

무엇보다도 저는 호러 영화를 보며 좀처럼 놀라는 일이 없습니다. 저 아무래도 호러물 보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T.T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6/17 16:43
배트맨 님 / B급 슬래셔를 즐기는 관점을 살짝 바꾸면 의외로 즐기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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