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제가 졸졸 따랐던 사촌형 댁에는 저희 집에 없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소룡의 화보집과 쌍절곤, 또 하나는 마이클 잭슨의 VHS 녹화 테이프와 비디오 플레이어.
둘 모두 시대의 아이콘이었음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굳이 꼽자면 후자 쪽에 좀 더 관심이 있던 듯합니다.
(리 대형을 무시하는게 아닌, 단지 쌍절곤은 어린 제가 흉내내기엔 너무나 어려운 묘기였던지라)
그러나 둘 사이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아뵤~' 혹은 '와우~' 하는 음정 높은 추임새(?).
둘 중 어느 쪽이든 놀이터를 낀 동네는 언제나 엇비슷한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그 뜻은 알 턱이 없으면서 '비리찐' 이나 '삐레'를 외치고 다녔죠.

그의 이름을 한동안 잊고 지내다 저도 어찌어찌 록음악을 해보겠다고 뛰어든 뒤
은근 무시하던 팝에서 돌아온 황제의 "Dangerous"를 들으며 초일류 세션들의 연주에 좌절한 것도 수차례.
그래도 저에게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과 직접 링크되는 노래는 "Billie Jean"도, "Thriller"도 아닌
삐레~, 즉 "Beat It"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무의식중에 그런 부분까지 눈치챘을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마^^;)
"Beat It"는 실상 아주 재미있는 구성을 갖춘 곡입니다.
우선은 A(리프)-B(변형)-C(코러스)라는 3단 구조에 1절과 2절 사이 기타 솔로가 나오는 것까지
당시의 팝으로는 드물게 일반적인 록 음악의 형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메인 리프와 그에 포함된 코드 둘만 가지고 곡을 끝까지 지탱한다는 점이었죠.

들으면 누구나 아실 "Beat It"의 메인 리프입니다. (악보에서 당김음은 생략했습니다^^;)
인트로와 코러스에 명확히 들리지만 사실상 리프가 간략화되었을 뿐 A나 B 부분에서도 그대로 지속되는데
B 부분에서는 분위기 전환을 꾀하며 C 코드가 살짝 지나가지만 주된 화성이 Em와 D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죠.
물론 잭슨식 팝 음악에서 하나의 화성만을 가지고 곡을 구성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예: "Shake Your Body")
그에 상응하여 곡이 -최소한 화성적으로는- 단조로운 면을 가지게 마련이고,
이를 보완하고자 코드를 포함한 리프 자체를 다른 화성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예: "The Way You Make Me Feel")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의 폭은 "Beat It"의 미묘한 것보다는 상당히 큽니다.
무엇보다 "Beat It"의 큰 미덕은 화성의 변화 없이 선율의 다양성을 확보하였다는 것에 있겠죠.
노래의 멜로디만을 뽑아내면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달랑 두 코드 위에 얹혀있다는걸 눈치채기 힘들 정도니까요.
화성을 적게 사용한다고 좋은 노래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나 그만큼 깔끔한 팝에 어울리는 노래가 만들어진달까,
하여간 이 시절 퀸시 존스의 역량, 반 헤일런의 기타,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노래와 춤이 어우러 만들어낸
실로 대단히 멋지다고밖에 할 수 없는 곡입니다.
그래서인지 간혹 몇몇 후배 아티스트들에 의해 커버가 되는 모양입니다만...
원곡이 워낙 대단해서인지 기타 톤이나 보컬 창법과 같은 소소한 변화를 주는 것 이상은 잘 없더군요.
기본적으로 록 음악의 형식에 그대로 들어맞는만큼 좀 더 파격적인 변형을 가하면 어떨까 싶은데. ^^;
비오는 밤 지나간 음악을 듣다가 뻘포스팅 해보았습니다.
영원한 팝의 황제의 죽음을 애도하며.





덧글
Thriller 앨범에는 폴 매카트니(The Girl is Mine)와 에드워드 밴 헤일런이라는 두명의 유명 락커가 참여해서
더욱 더 빛나는......ㅠ.ㅠ
ps. 저한테는 제가 최초로 제 용돈으로 산 앨범(테이프였지만)이자 팝 앨범이라는 큰 의미가 있는게 Thriller였죠..
(전 그때 Beat It, Thriller, Billy Jean도 좋았지만 지금도 그렇고 Human nature라던가 P.Y.T도 좋아했는데...ㅠ.ㅠ
2009/07/02 08:2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저도 마이클 하면 이 곡이 생각난답니다.
그 외에도 Human Nature(제프 포카로 작곡이죠 아마?)에 참여한 것만 기억했는데,
리프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조금 다른 기사들이 있는데 아마도 솔로만 밴 헤일런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스티브 루카서의 인터뷰에서 all the rhythm parts 라고 언급한것을 보니,
저처럼 "아~ Beat it 기타는 밴 헤일런이지~" 라고 어슴프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게 억울했을지도? ㅎ
그밖에도 다른 앨범에는 래리 칼튼, 스티브 스티븐스, 슬래쉬, 카를로스 산타나 등 수퍼 기타리스트들과
협연을 했었군요...역시 황제라서 그런가..다방면의 기타리스트들이 팝앨범에...
그런데 아래 현재시제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반 헤일런은 솔로만 녹음했습니다. 그것도 공짜로~
비공개 님 / 음, 소스는 이상 없는데요. 어떤 문제인지 잘 모르겠네요. 죄송. ;;
소월랑 님 / Thriller 앨범에서는 가장 하드한 곡에 속하죠. 비디오 마지막의 군무는 아직도 감동입니다. ^^
Monica 님 / 괜히 황제가 아니었던거죠.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면면도 초일류였고... 참 대단합니다.
플로렌스 님 / 그냥 느낌만 적어도 충분히 좋은 감상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곡을 들으면 습관적으로 분해하는지라, 음악 자체만을 감상하기가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T_T
현재시제 님 / 넵. 말씀하신대로 솔로는 에디 반 헤일런, 나머지는 스티브 루카서가 작업했습니다.
드럼 역시 루카서의 단짝인 제프 포카로가 연주했구요. 전부 넘사벽이죠. orz
화려했지만 외로웠을 마이클 잭슨..... ㅠ,ㅠ
f2p cat 님 / 문워커 DVD 주문해뒀습니다. 쿨럭~
랜디리 님 / 오늘 밤에 MBC에서도 방송한다더군요. 전 역시 DVD를 질러뒀..;;
Dr.hell 님 /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지도 모르지만, 저런 인생도 한편 불쌍합니다.
dy군 님 / 너무나 당연시했기 때문인지 이번 일은 갑작스럽습니다. T_T
draco21 님 / 세월이 지나 다시보면 과연 걸작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불멸의 노래들은 언제까지나.
진짜기린 님 / 폴아웃 보이라고, 재미있는 노래를 많이 하는 친구들이더군요.
저 외에도 유튜브에서 찾아보면 별별 버전들이 다 있습니다.
두드리자 님 / 사실 명곡들은 유기적인 관계가 미묘하게 결합되어 만들어지는게 많아서
저렇게 따로 떼어 열어보는게 좀 온당치 않기도 합니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