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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2일
그 시절 제가 졸졸 따랐던 사촌형 댁에는 저희 집에 없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소룡의 화보집과 쌍절곤, 또 하나는 마이클 잭슨의 VHS 녹화 테이프와 비디오 플레이어. 둘 모두 시대의 아이콘이었음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굳이 꼽자면 후자 쪽에 좀 더 관심이 있던 듯합니다. (리 대형을 무시하는게 아닌, 단지 쌍절곤은 어린 제가 흉내내기엔 너무나 어려운 묘기였던지라) 그러나 둘 사이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으니, '아뵤~' 혹은 '와우~' 하는 음정 높은 추임새(?). 둘 중 어느 쪽이든 놀이터를 낀 동네는 언제나 엇비슷한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그 뜻은 알 턱이 없으면서 '비리찐' 이나 '삐레'를 외치고 다녔죠. ![]() 그의 이름을 한동안 잊고 지내다 저도 어찌어찌 록음악을 해보겠다고 뛰어든 뒤 은근 무시하던 팝에서 돌아온 황제의 "Dangerous"를 들으며 초일류 세션들의 연주에 좌절한 것도 수차례. 그래도 저에게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과 직접 링크되는 노래는 "Billie Jean"도, "Thriller"도 아닌 삐레~, 즉 "Beat It"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무의식중에 그런 부분까지 눈치챘을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마^^;) "Beat It"는 실상 아주 재미있는 구성을 갖춘 곡입니다. 우선은 A(리프)-B(변형)-C(코러스)라는 3단 구조에 1절과 2절 사이 기타 솔로가 나오는 것까지 당시의 팝으로는 드물게 일반적인 록 음악의 형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메인 리프와 그에 포함된 코드 둘만 가지고 곡을 끝까지 지탱한다는 점이었죠. ![]() 들으면 누구나 아실 "Beat It"의 메인 리프입니다. (악보에서 당김음은 생략했습니다^^;) 인트로와 코러스에 명확히 들리지만 사실상 리프가 간략화되었을 뿐 A나 B 부분에서도 그대로 지속되는데 B 부분에서는 분위기 전환을 꾀하며 C 코드가 살짝 지나가지만 주된 화성이 Em와 D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죠. 물론 잭슨식 팝 음악에서 하나의 화성만을 가지고 곡을 구성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예: "Shake Your Body") 그에 상응하여 곡이 -최소한 화성적으로는- 단조로운 면을 가지게 마련이고, 이를 보완하고자 코드를 포함한 리프 자체를 다른 화성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예: "The Way You Make Me Feel") 그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의 폭은 "Beat It"의 미묘한 것보다는 상당히 큽니다. 무엇보다 "Beat It"의 큰 미덕은 화성의 변화 없이 선율의 다양성을 확보하였다는 것에 있겠죠. 노래의 멜로디만을 뽑아내면 이게 처음부터 끝까지 달랑 두 코드 위에 얹혀있다는걸 눈치채기 힘들 정도니까요. 화성을 적게 사용한다고 좋은 노래가 되는 것은 전혀 아니나 그만큼 깔끔한 팝에 어울리는 노래가 만들어진달까, 하여간 이 시절 퀸시 존스의 역량, 반 헤일런의 기타, 그리고 마이클 잭슨의 노래와 춤이 어우러 만들어낸 실로 대단히 멋지다고밖에 할 수 없는 곡입니다. 그래서인지 간혹 몇몇 후배 아티스트들에 의해 커버가 되는 모양입니다만... 원곡이 워낙 대단해서인지 기타 톤이나 보컬 창법과 같은 소소한 변화를 주는 것 이상은 잘 없더군요. 기본적으로 록 음악의 형식에 그대로 들어맞는만큼 좀 더 파격적인 변형을 가하면 어떨까 싶은데. ^^; 비오는 밤 지나간 음악을 듣다가 뻘포스팅 해보았습니다. 영원한 팝의 황제의 죽음을 애도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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