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13일
큰 파이가 맛있다? 드림 시어터: Black Clouds & Silver Linings


아트 록에서 프로그레시브 메탈로 이어지는 일련의 많은 결과물들을 물론 포함해서,
많은 록 밴드 또는 뮤지션들이 많은 앨범들을 통해 일종의 '대곡'을 만들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창작자와 연주자로 하여금 그들의 예술적인 성취욕(또는 예술적 허영)을 만족시키게 하며,
듣는 이들을 주눅들이거나 그 팬과 추종자들로 하여금 절대적인 숭배의 조건을 또 하나 늘이게끔 한다는
이 대곡이란 무엇일까. 러닝 타임이 일반적인 방송용 싱글 곡의 두 배인 한 8분을 넘어가는 곡?
글쎄, 일단 길다면 크기로만 따져서 문자 그대로 '大曲'이기야 할텐데.




현재 활동하는 주류 하드록/헤비메탈 판도에서 가장 대곡 지향의 밴드 중 하나가 드림 시어터임은 자명하다.
데뷔 당시의 'The Killing Hand'를 비롯해서 나중에 후속곡이 앨범 하나가 되어버린 'Metropolis Pt.1',
세 곡이 결합된 'A Mind Beside Itself', 너무 길어 EP로야 나올 수 있었던 'A Change of Seasons',
더블 앨범의 디스크 한 장을 통째로 먹어버린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등등에 이르기까지
이들만큼 소위 대곡이란 것을 즐겨 만들고 또 소화하는 밴드도 흔치 않다.
요즘 난데없이 싱글 앨범의 성격과 구성이 음반 시장의 화두가 되었는데, 그 관점에서 보자면
달랑 여섯 트랙에 불과한 그들의 금작, "Black Clouds & Silver Linings"은 비난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르나
실상 뚜껑을 열어보면 알맹이는 CD의 수록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육박한 75분여의 꽉 찬 앨범이다.
쉬어가는 'Wither'를 빼고, 싱글 커트된 'A Rite of Passage'도 어디가서 짧다는 소리는 절대 안들을 길이지만,
나머지 네 곡은 전부 10분을 훌쩍 넘어 20분을 향해 달려가는 대곡 일변도의 앨범이라는 얘기다.

자 그럼 긴 대곡은 다 좋으냐 하면, 그럼 누구나 닥치고 길게만 만들게.
드림 시어터의 이번 앨범에서는 그 좋은 예와 좋지 않은 예를 버라이어티하게 열거한다.
고딕적인 면모를 보였던 전작의 'Forsaken'을 넘어 -비록 조금 웃기더라도- 블랙의 냄새까지 풍기는 첫 곡
'A Nightmare to Remember'는 마치 현실과 꿈을 넘나들듯 A-B-C-B-A로 자연스레 진행-복귀하는 모범적인 예이나
'A Ritt of Passage'는 연결도 느닷없고 쓸데없이 긴 느낌이어서 차라리 5~6분대의 싱글용이 나을 법도 하다.
또 다섯 앨범에 나뉘어 수록된 일련의 프로젝트의 마지막 세 파트인 'The Shattered Portress'는
기존에 공개된 파트들과의 연관성을 굳이 찾아내지 않더라도 썩 훌륭한 부분들과 서로의 조화를 보이지만
'The Best of Times'는 연계가 희박한 두 부분으로 거의 명확하게 구분되는데다 계속 반복되는 코러스와 후주가
긴 러닝 타임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내용은 수치에 비해 가벼워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사소한(?) 불만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상당히 즐거이 반복해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게 된다.
팬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던 "Scenes from a Memory"도 음악과 내용 양면에서 썩 만족스럽지 못했고,
한 번 끝장을 낸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이후의 앨범들은 이전 요소들의 조합이라고 보는 나로서는
이번 "Black Clouds & Silver Linings"가 '뭐 뭐 뭐를 한데 넣은 앨범'이라는 포트노이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개중 상당히 양호한 조합을 보여주었다 말할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약한 거부감을 계속 느끼던 2000년대
이후의 그들의 사운드에 이제야(or 결국은?) 익숙해졌다(or 포기했다?) 할 수도 있겠다.
아니 당장 서두의 두세 곡은 괜찮다가도 뒤로 갈수록 그나물과 그밥처럼 지루해지는 무슨무슨 앨범들에 비하면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순식간에 질주해버리는 구성과 완급의 조절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기껏 공들여 잘 쌓아올린 뒤 절정의 선율에서 맥이 풀려버리는 멜로디의 여전한 부재가 새삼 아쉬울 만큼.

별별 요란한 스페셜 에디션을 같이 내놓은 로드러너 레이블의 장삿속 때문인지도 모르나
근래의 헤비메탈 음반으로는 드물게 상업적으로 주목받은 점(성공이라 하기엔 아직 이른 듯하다)과 함께
내용도 나쁘지 않아 한동안 플레이어에 자주 걸릴 예정이다. 내 귀에서는 한 열 몇 트랙 정도로 구분해버리겠지만.
여기에서, 내가 비록 어쩔 수 없는 "Awake"의 지지자여서이기도 하겠지만, 트랙 하나하나의 '대곡'적인 풍모보다는
개개로서 훌륭한 트랙들이 전체의 앨범으로도 잘 짜여진 진정한 '대작'을 다시 한 번 바라게 된다.
그러니까, 거의 포기했던 나를 다시 이렇게 정색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


Dream Theater is forsaken?

by glasmoon | 2009/07/13 15:19 | Glasmoon sets in...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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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天照帝 at 2009/07/13 16:22
응? 저건 설마 이데... (죽어랏)
Commented by 랜디리 at 2009/07/13 20:15
잘 읽었습니다 ^^;;

A Rite of Passage에 너무 징하게 데어서 이걸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지금은 3CD 안 산 게 아까울 정도는 되는군요. 하지만 지난 앨범의 In the Presence of Enemies나 지난지난 앨범의 Octavarium 정도로 꽂히는 곡들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대곡으로만 질러주신 게 좀 그랬습니다. Tuscany가 그나마 마음에 들지만, 위의 두 곡에 비해서는 소품 (19분짜리 소품이라니!) 적인 냄새도 좀 났구요.

어쨌든 오랜동안 좋아해왔고 지금도 변함 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밴드인 만큼, 뛰어난 상업적 결과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 헤비메틀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수혜를 받았겠지만 - 슬립낫의 빌보드 1위, 램 옵 갓의 빌보드 2위, 킬스위치 인게이지의 빌보드 7위 등등 - 이 정도의 평가를 받기에 큰 부족함은 없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

좋은 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Commented by 랜디리 at 2009/07/13 20:19
그나저나 AA Saga가 완결됐으니 라이브에서 함 달려주시겠군요. 근데 나 유리감옥 별론데 (...;; )
Commented by f2p cat at 2009/07/13 20:31
애정의 드림 띠어러,
애증의 드림 띠어러.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09/07/13 22:59
저는 드림시어터에 대한 이미지라면 그저 아직도 Image and words에서 멈춰있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7/13 23:18
새 앨범이 또 나왔군요. 2007년 앨범 나오고 공연 보러 갔던게 엊그제 같은데 참...
Commented by 대마왕 at 2009/07/13 23:42
듣고 있습니다만.....
역시나.......AWAKE 이후로는 두세번 연거퍼 듣게 만드는 뭐랄까....그런 매력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대곡이 주는 웅장함이랄까...장엄함...그런 힘은 있지만, 역시나 멜로디면에서는 좀 매력이 떨어지고,
예전에는 좋았는데 점차로 지겨운 기분이 드는 제임스 라브리에의 보컬 또한...
개인적으로 프로그레시브 계열이라면 이런 목소리! 라는 사람이
예스의 존 앤더슨과 지금은 세상을 떠난 섀도우 갤러리의 마이크 베이커(정말 좋은 목소리였는데 ㅠ.ㅠ)다보니
제임스 라브리에의 LA메틀, 멜로딕 스피드 메틀에 어울림직한 목소리가 귀에 까칠하게 들려버리는 문제점이...

그리고......CHANGE OF SEASON 이후에 늘 느끼는건데....뭐랄까....너무 숨이 막혀요 타이트함의 절정....
예스나 러쉬, 유라이어 힙이 들으면 들을 수록 매력이 있던건 틈틈히 숨쉴 공간을 만들어주는 여유로움인데....
이 냥반들은 실력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빈틈을 가만 놔두는 법이 없는듯.....
빈틈도 없이 10분여를 달리면...듣는 사람도 죽는단 말이죠 ㅎㅎ
Commented by 버섯돌이 at 2009/07/13 23:50
좋아요?
꿈극장도 이제 예전만큼 내 귀를 간지럽히지 못한다는.. -ㅅ-;
Commented by 두드리자 at 2009/07/14 00:04
20분이라. 클래식으로 달려가는군요.
Commented by 소월랑 at 2009/07/14 00:27
A Rite of Passage는 확실히 대놓고 솔로를 위해 다른 부분을 버리는 느낌이 나더군요. The Shattered Fortress는 개별 곡으로 보면 매력이 좀 떨어질지언정 Twelve-step Suite(마이크 포트노이는 AA SAGA란 표현 말고 이걸 써 달라더군요.)의 앞선 곡들과 연계될 때 확실한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The Best of Times는 14분에 달하는 곡인데 꽤 편하게 듣기 좋고요. A Nightmare to Remember는 쉴 새 없이 달리고 어르고 다시 달려서 좋고, Wither는 DT의 역대 발라드 중에서 가장 구성이 탄탄한 곡 같습니다. The Count of Tuscany야... 아마 내한 때 떼창 수준이 어마어마할 것 같더군요. Learning to Live의 느낌이 군데군데 느껴져서 좋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은 in the Presence of Enemies입니다만(조던 루디스 가입 이후의 DT + 헤비한 곡들을 더 선호해서), 이번 앨범은 7집 이후의 세 앨범 중 가장 뛰어난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glasmoon at 2009/07/14 16:36
天照帝 님 / ......... orz

랜디리 님 / 러닝 타임으로 보면 죄다 큰 곡들이지만 어깨에 힘을 좀 뺐달까,
Nightmare와 Portress 정도를 빼면 전작들에 하나둘 있는 비슷한 길이의 곡들에 비해 한결 가벼운 느낌입니다.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것 같네요. ^^
근데 그 12부작 라이브에서 하려면... 정규 투어 말고 공연을 따로 잡아야겠군요. 한 시간은 잡아먹을테니. --;

f2p cat 님 / 잊었다 하면서 계속 끄집어내는 누구도 바보. T_T

나인테일 님 / 판매고에서 보듯, 아직까지도 드림 시어터의 대중적 이미지는 그 앨범이 맞습니다. 크~

bluexmas 님 / 전 Train of Thought때 가고 이후로는 쉬었었는데, 이번에 온다면 생각 좀 해봐야겠네요.

대마왕 님 / 이번 앨범은 길이는 길지만 적당히 쉬어가며 한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들을만 하다는 거고. ^^
다만 여전히 멜로디는 안습. 이 잘난 양반들이 그게 참 안되나..;;

버섯돌이 님 / 나도 무슨 정성이 뻗쳐서 여태 붙잡고 있는건지. 그래도 이번 건 들을만 해요.

두드리자 님 / 클래식도 악장별로 구분하면 그렇게 길지도 않습니다. ^^;

소월랑 님 / Rite는 그 솔로라도 좋으면 모르겠지만 곡이랑 이래저래 따로 놀아서 좀..--
랜디리님도 그렇고 Tuscany를 다들 좋아하시네요. 전 그냥 그런 편이었는데. ^^;
(이야기를 쭉 읊어나가는 듯한 가사가 싫은 건지도. 마찬가지인 SFAM도 그 부분이 별로였기에)
전작의 Presence는 저도 좋아하지만, 앞의 pt.1 한정입니다. pt.2는 그닥.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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