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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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혹은 여럿, 퍼블릭 에너미'즈' by glasmoon



여느 역사와 마찬가지로 그 시대를 지나고 나서야 선명해지는 사실이지만
치안이 불안해지고 범죄율이 치솟는 현상에는 왕왕 국가 및 경찰 권력의 비대와 부패가 선행한다.
그런 그들이 때때로 다분히 선전적 효과를 노리고 유포하는 선정적 구호가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공공의 적'. 참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매력적인 갱스터 존 딜린저를, 마이클 만이 조니 뎁이나 크리스찬 베일과 함께 다룬다고 했을 때부터
이 영화는 대단히 관심이 쏠리는, 나로서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혀있었다.
조니 뎁은 존 딜린저를 새롭게 해석하여 소화함으로써 과연 그에게 어울릴까 하는 걱정을 불식시켰고
(그가 갱 역할을 맡은 것은 마이크 뉴웰의 "도니 브래스코"가 유일한데다 그마저도 실체는 경찰이다)
마이클 만 답게 칼같은 화면과 총기 묘사, 난사되는 총성의 음향 효과는 여전하며
특별 수사팀 사무실을 둘러보는 등의 일부 장면(실화에 기인했다 한다)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 뿐. 전체적으론 14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그저 늘어놓는데 다 써버렸다는 느낌이니 어쩌나.

부끄럽게도 영화가 끝난 후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그제서야 깨달은 것인데,
이 작품의 제목은 단수형이 아닌 복수형, 즉 "Public Enemies" 이다.
(윌리엄 웰먼이 제임스 캐그니를 일약 스타로 만든 1931년작은 단수형 "The Public Enemy".)
그제서야 돌아보니 아니나다를까 마이클 만은 이 영화를 통해 존 딜린저라는 한 명의 갱에 그치지 않고
1930년대 낭만 갱스터의 황혼기 전체를 조명하고 싶었던 듯하다.
딜린저 외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 베이비 페이스 넬슨, 앨빈 카피스 등 여러 동업자들에게 시선이 분산되며
열내는 에드가 후버, 쫓아오는 멜빈 퍼비스, 또 퍼비스 주위의 특별 수사관들 등등 챙길 사람은 무척 많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정작 딜린저에 대한 설명은 '120달러를 훔친 죄로 8년 반 감옥에 있었다'는 대사로 끝.
그가 어째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나 하는 부분도 '인질 여성에게 코트를 덮어주는' 동작 하나로 끝.
주인공이 이 정도니 다른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는 마치 종잇장처럼 얇아도 할 말이 없질 않나.
결국 반영웅 드라마와 시대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모두 놓쳐버린 결과가 되어버린게 아닌지.
너무 기대가 컸을까, 30년대판 "히트"를 기대했던 팬으로서는 그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다.
뒤늦게 본 "콜래트럴"은 그나마 괜찮더니만, "마이애미 바이스"도 그렇고 만 아저씨 요즘 왜 이럴까나.

이하는 사족.
- "히트"의 은행강도 장면은 "다크 나이트"를 지나면서 그 음악(현악 효과)까지 달고 돌아왔다. 아하하~
- 크리스찬 베일은 왜 나왔나. 안그래도 존재감 떨어지는데 모호한 죽음도 영화는 자살로 단정, 찌질남 등극.
- 대학로 CGV의 디지털 상영으로는 첫 관람인데, 영화 자체도 HD 소니 카메라로 찍어서 그런지 너무 칼같아
마지막 총격 장면같은 경우 영화 본편이 아니라 '메이킹 오브...'나 다큐멘터리로 느껴질만큼 낯설었다.



덧글

  • 갈가마신 2009/08/26 21:23 # 답글

    베일형이 배역잘잡기로 유명했는데
    요새는 계속 미끄러지네요
  • 잠본이 2009/08/26 21:25 # 답글

    칼같은 화면은 '1930년대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거기 같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라는 시각도 있는 모양입니다.
  • 일단 서 2009/08/27 09:31 # 삭제 답글

    히트도 그렇고, 저는 갱영화는 그리 익숙치 않다고 할까? 관심을 가지기 어렵더라고요. 예고를 보면서
    의적 이라는 느낌의 영화구나 라는걸 강하게 느꼈죠.
  • 아노말로칼리스 2009/08/27 12:09 # 답글

    평론가들이 너무 설레발을 쳐댄 탓도 있지만,
    확실히 마이클 만의 내공이 예전같지 않은 듯 합니다.

    콜래트럴과 마이애미 바이스는 실망에 가까웠고...

  • AyakO 2009/08/27 17:37 # 답글

    원래 멜빈이 좀 찌질남이었으니... 사실 딜린저 추격 수사에서도 계속 삽질만 계속 하고 -ㅁ-;
    실제로도 그의 사망은 거의 자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었나요?

    원작 책에서는 '왜 퍼비스가 그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이라는 식으로 그의 삽질-_-;을 계속 비춰주고 있지요;
  • 두드리자 2009/08/27 22:00 # 삭제 답글

    크리스찬 베일이 이번에는 미끄러진 모양이군요. 훌륭한 조연배우라고 알고 있었는데.....
  • Werdna 2009/08/28 18:53 # 답글

    개봉했군요. 물론 극장에선 못봅니다만 DVD라도 살랍니다...
  • glasmoon 2009/08/28 21:03 # 답글

    갈가마신 님, 두드리자 님 / 터미네이터도 그렇고, 요즘 좀 그렇죠?

    잠본이 님 / 그런 기사는 저도 어디선가 읽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역효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단 서 님 / 히트와는 성격이 좀 다른 작품이긴 합니다만, 의적이 왜 의적인지 얘기를 안해줘요. ^^;

    아노말로칼리스 님 / 콜래트럴은 개중 나은 편이죠. 마이애미 바이스는 왕실망이었습니다. -_-

    AyakO 님 / 자살인지 총기 사고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자살할 이유는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원작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영화에서는 베일의 체면을 생각해서 나름 덜 깐 것일까요? 크~

    Werdna 님 / DVD로서의 소장 가치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지만, 워낙 바쁘시니 도리 없군요. ^^
  • 배트맨 2009/08/29 01:09 # 답글

    특별 수사팀의 사무실을 둘러보는 장면이 영화적인 연출이 아니였었군요.
    참 대단한 사람이였네요.. 할 말이 안나옵니다. ^^
  • glasmoon 2009/08/30 20:34 # 답글

    배트맨 님 / 그러니까 연출할 꺼리가 더 있었을 법한데... 영화가 좀 아쉽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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