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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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떼들의 수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by glasmoon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장작 패던 손길을 거둔다.
저 멀리 지평선이 흙먼지에 흐려진다. 반가운 손님은 아니겠군.
"너희는 집에 들어가 있어." 낮지만 단호한 어조로 딸들을 허름한 집 안으로 들여보낸다.
세수를 하고 돌아서니 이미 낯선 손님이 코앞에 섰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예의를 차린듯 보이는 몸짓의 여유로움 속에는 차가운 권총이 자리하고 있음을 나는 안다.
여전히 희미한, 그러나 기분나쁜 웃음을 띈 얼굴로 그가 말한다.
"다 알고 왔어. 열차 턴 돈 어디에 숨겼어?"
앗차, 이게 아니지. "다 알고 왔어. 망할 유태인 놈들 어디에 숨겼어!"
그리고 올라가는 타이틀. "Once Upon A Time In (Nazi occupied) France"~

왜, 내 절친 로드리게즈도 "Once Upon A Time In Mexico"를 찍었잖아.
나라고 "원스 어폰..." 찍으면 안되나? 난 프랑스-독일편을 찍고 싶은데? (타란티노 曰??)



타란티노의 2007년작 "데스 프루프"가 전작들에 비해 대중들로부터 썩 호평받은것 같진 않지만
나에게는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 이후 간만에 눈물 흘려가며(물론 슬펐단 얘기는 아니다) 본 영화였다.
그 두 영화들의 공통점이라면 일단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날리는 강렬한 수다의 펀치랄까나.
뭐 강중약의 조절이 있을 뿐 타란티노의 여느 영화라고 그렇지 않겠냐마는,
이번엔 뭔가 다르다. 이 "개떼들"(바스터즈 머시기는 진짜 입에 안붙는다)은 한두 방으론 만족 못한다!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진 매 챕터마다 긴장 속에 펼쳐지는 언어와 수다의 향연~
과연 타란티노의 입담은 우주 제일이라니까.

이제 더이상 희화화하지 못할 것이 남아있냐 싶은 할리우드 영화판이지만
그래도 2차대전물, 특히 홀로코스트 등의 유태인 문제만큼은 아직까지도 예외였나보다.
그러나 타란티노는 이 "바스터즈..."의 첫머리부터 'Once upon...' 운운하며 선빵을 날리고 시작한다.
'그래서 그게 어쨌는데? 난 상관 안해. 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 키득~' 하는 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
아니나다를까 줄거리의 흐름은 기존 대전물의 관점에서 보면 산으로 가는지 바다로 가는지 모를 정도.
그리고 이 수다극의 중심에는 한스 란다 대령, 즉 크리스토프 발츠가 있다.

나이 쉰, 연기 경력 30년을 넘기도록 이런 배우가 -최소한 메이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 없을만큼 이 영화에서 그의 행동과 대사, 그리고 한스 란다 대령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물론 '일단 주인공이에요~'를 외치는 브래드 피트의 단무지 연기도 아주 물이 올랐고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할 이탈리아인 중 한 명을 흉내내는 그 장면에서는 다들 폭소를 금치 못할 터)
멜라니 로랑, 다이앤 크루거, 틸 슈바이거, 일라이 로스, 마이클 패스벤더 등등에 아주 잠깐 등장하는
마이크 '오스틴 파워스' 마이어스에 이르기까지, 다들 한결같이 때론 훌륭하게 때론 능청스럽게 잘해내지만
역시 크리스토프 발츠 앞에서는 그 빛을 잃는다. 오오.

그런데 크리스토프 발츠의 호연, 그러니까 한스 란다 대령의 너무나 생생한 냉혹함이
영화의 흐름 속에서 약간 이질적으로 보여졌다면 너무 민감한 반응일까.
영화를 통틀어 억압과 폭력을 상징하는 역할인데다 그 대상이 유태인까지 되고보니
'이건 타란티노식 판타지에염~ 웃고 즐기셈~'하는 속에서도 그의 장면만큼은 웃기기보다 서늘하다.
-막판에는 희화화로 귀결되어서 나름 다행이지만- 그만큼 크리스토프 발츠의 연기가 대단하기도 하거니와
어쩌면 이것은 차마 조롱할 수만은 없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타란티노의 마지막 배려이려나.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차단한 상태에서 감상한 결과
"Inglourious Basterds"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에 비해 정작 그 '개떼들'의 비중이 적다는 것이 아쉽지만
(번역의 센스가 기대되었건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라고 어물쩡 뭉뚱그려버린 그 제목도 아쉽지만)
안그래도 빡빡한 전개에 그것까지 넣기는 무리였거니와 들어갔으면 영화의 성격도 흐려졌을 듯하니 뭐 OK~
그럼 누락된 그들의 막가파식 활약상은 로드리게즈가 속편으로 만들어주면 어떨까나?
"Inglourious Basterds: Undisclosed Files" 정도의 제목으로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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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11/01 07: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時作 2009/11/01 13:29 # 답글

    문제는 이거 홍보를 완전 브래드 피트 주연의 액션영화처럼 하고 있다는 거... 크리스토프 왈츠 주연의 구강액션영화인데 말입니다.
  • 잠본이 2009/11/01 13:31 # 답글

    정말로 개떼들이 별로 하는 일이 없어서 놀랐...(브래드피트는 더더욱 비중이 없...OTL)
    진짜 주인공은 란다와 소○○씨 아닌가 싶더라고요 OTL
  • 두드리자 2009/11/01 21:42 # 삭제 답글

    영화를 안 본 탓에,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할 이탈리아인 중 한 명'이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 인물을 알더라도 영화에 대한 지식이 그리 넓고 깊지 못한 터라 "에? 그런 사람 있었어?"라고 반응할 가능성이 큽니다만.
  • 내일공방 2009/11/01 23:18 # 답글

    이거 보러갈래요~~!!!
  • 대마왕 2009/11/02 09:25 # 답글

    뭔가...리뷰를 읽어보니...광고화면에 폼잡고 서있던 졸리님의 남편님께서는 얼굴마담이었다는 얘기로 귀결?
    흠.......예~~전 펄프픽션을 처음봤을때의 뒤통수광 귓볼언저리의 찜찜함이 남는 유쾌함이 돌아왔다는 얘긴가요..
    펄픽 이후로는 타란티노 영화에 썩 유쾌한 기분을 느낀적은 없었는데........
  • glasmoon 2009/11/02 20:08 # 답글

    비공개 님 / 감사합니다. 그러나 브래드 피트는 그야말로 얼굴 마담. ^^;

    時作 님 / 그러니까요. 예고편만 봐도 좀..;; 그래도 '구강 액션'이라는 단어는 참 멋지네요. ^^

    잠본이 님 / 그렇죠. 眞 주인공은 란다 대령입니다! 소○○ 아가씨는 뭐 여우주연 시켜줄까요.

    두드리자 님 / 상식의 범위에 들어가는 캐릭터이기에, 보면 바로 아실 겁니다. ^^

    내일공방 님 / 꼭 보세요!!

    대마왕 님 / 전 펄프 픽션에서는 좀 휘둘리다 끝나버렸다는 느낌이었습니다...만 그게 언제적이냐.
    다시 한 번 보고싶은데 DVD로 구할 수가 없어요. 흑.
  • 뀨뀨 2009/11/04 15:51 # 답글

    데스프루프 재미있게봤어요~
    이것도 보려고 대기중 ^^
  • glasmoon 2009/11/04 22:58 # 답글

    뀨뀨 님 / 데스프루프 대체로 별로라던데 뀨뀨님 반가워요~
    이번 개떼들도 재미있으니 플로렌스님과 손잡고 꼭 같이 보시길! 아 잔혹 장면은 쬐끔 있습니다. ^^;
  • 특공바넷사 2009/11/05 12:05 # 답글

    솔직히 쇼산나하고 란다하고 차마시는 장면은 정말 제가 다 심문 받는 기분이 들더군요.ㅎㅎ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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