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제임스 본드: 코네리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무어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달튼 & 브로스넌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번외 아류 그리고 패러디
자동차다 HGUC다 뭐다 해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말이죠,
피겨 스케이팅의 이번 시즌에서 김연아 선수가 쇼트 프로그램의 테마로 007을 사용하면서
미뤄두던 DVD 박스도 결국 사버리고 전 시리즈 다시보기 겸 짤막 포스팅을 하던 게 있었더랬습니다.
일단 본편은 해놓고 곁가지는 남겨둔 채로 해가 바뀌도록 잊고 지내던 것을
결국 TV에 김연아가 다시 나오고 나서야 떠올리게 되네요. ^^;
이번에는 007 영화의 또 하나의 주역, 제임스 본드가 타는 멋진 자동차들입니다.

사람 죽이는(...) 기술은 물론 운전 실력도 초일류에다,
스피드도 죽어라 좋아하고 악당들과 추격전을 벌일 일도 많은 제임스 본드이다보니
007 영화에는 매력적인 자동차들이 셀 수 없을만큼 많이 또 자주 등장합니다.
악당이나 주변 인물들을 제외한, 제임스 본드가 거쳐갔던 자동차만 꼽아도 수 십에 달할 텐데
그걸 다 다루는 것은 무리인데다 제가 다 알지도 못하므로^^;
중요하거나 화면상에서 부각되는 것만을 추려보았습니다.


처음으로 '본드카'라고 불릴만한 자동차가 등장한 것은 1964년의 시리즈 제3탄, "골드 핑거"에서였습니다.
애스턴 마틴 DB5가 기상천외한 장치들을 달고서 그 위력을 마음껏 발산했죠.
유럽 각국에 맞춰 자재로 바뀌는 번호판에 벤허에서 빌려온듯한 바퀴의 드릴, 연막탄에 기관총까지~
원조이면서, 40년이 넘는 긴 시간을 지난 현재까지도 가장 유명한, 본드카 그 자체인 자동차.
다음작 "썬더볼 작전"은 물론 까마득한 후대의 "골든아이"나 "카지노 로얄"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들에 등장하고 있는 그야말로 본드카의 상징입니다. 하악~


1967년의 "두번 산다"에서는 일본의 자동차, 도요타 2000GT가 등장합니다.
일본차가 등장한 이유는 역시 영화의 설정이 '일본으로 파견(출장?)나간 제임스 본드'였기 때문이죠.
때마침 그 즈음에 일본 스포츠카 사상 최고의 위치에 있는 2000GT가 있었던 것이 우연인지 요행인지.
도요타는 영화를 위해 원래 쿠페인 2000GT의 컨버터블 버전을 특별히 만들어 출연시켰다나요.
제임스 본드의 차가 아니라 일본 정보부가 소유한 자동차였기에 통신 설비 외에 특수한 기능은 없었지만
순백의 아름다운 곡선이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만으로도 너무나 멋졌습니다. TT


제임스 본드가 조지 라젠비로 바뀐 1969년의 "여왕 폐하 대작전"에서는
다시 애스턴 마틴으로 돌아와, DBS의 1세대 모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태반이 산꼭대기의 별장(?) 부근에서 이루어지기에 이 차가 활약할 일은 거의 없었지만
제임스 본드와 그 처음이자 마지막 아내의 첫 만남과 마지막 이별을 함께 한 자동차이죠.
시리즈 유일의 새드 앤딩을 보여주는, 웨딩카 치장까지 한 DBS의 뒷모습이 쓸쓸합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영국식 첩보물에서 미국식 액션물로 전환되면서 미국차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셸비 머스탱이라던가, 시보레 임팔라라던가, 캐딜락 플리트우드라던가. ^^
1974년의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는 AMC의 호네트가 대활약을 보여주었죠.
너무나 미국적인 생김새 때문인지 Q로부터 지급받은 정식 본드카라는 설정은 아니고
급한 김에 근처 자동차 매장에서 그냥 끌고나와 몰아버린 자동차이긴 합니다만. ^^;
추격전 끝에 끊어진 다리를 비틀어 뒤집으며 넘는 스턴트 장면이 그야말로 압권이었죠.

사실 "황금총을..."에서는 급조된(...) 본드카가 못한 것을 악당의 자동차가 대신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악당 스카라망가의 자동차, 같은 AMC의 마타도어입니다.
제임스 본드의 추적을 유유히 뿌리치고 창고에 들어가더니 윙윙대며 이것저것 붙인 뒤 비행기로 변신!
물론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무언가에 매달려서 움직이는 어색함이 여실했지만 말이죠. ^^


그리고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이르러 드디어 '그 자동차'가 등장합니다!
로터스 에스프리 S1...라기보다, '제임스 본드의 잠수정 자동차'라고 하면 누구나 아는 그 자동차!
제가 처음 본 007 영화가 이 작품이기에 더욱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바다에 빠진 뒤 잠수정으로 변형하는 모습과 해수욕장을 통해 다시 뭍으로 올라오는 장면은
이후 몇 번을 다시 보아도 그저 입을 떡 벌리게 만들었죠. 물론 지금 수준에서는 귀여운 정도겠지만. ^^
그 장면의 임팩트가 워낙 대단했던 탓에 역대 본드카 인기도에서 DB5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1983년의 "유어 아이스 온리"에는 후계형인 에스프리 터보가 나왔더랬죠?


시리즈가 정점에 달했던 1983년의 "옥토퍼시"는 뛰어난 오락성과 함께 잘 만들어진 도입부로도 유명한데
그 도입부의 말미를 말 그대로 휘어잡은 것이 비드 사의 초소형 제트기, BD-5J 아크로스타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건 뻥이라고 고개를 젓는 사람들도 있었다지만 명백히 실존하는 비행기죠.
물론 영화 촬영에는 갖가지 트릭이 쓰였으나 지금 봐도 아날로그 시대에 대단했다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아, 자동차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왜 이 비행기를 얘기하느냐 하면,
아시다시피 도입부의 마지막 장면이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들어가는 것이기에..^^;;
(여기서 제트 엔진에 자동차용 가솔린이 어쩌구 저쩌구 따지면 지는 겁니다!)


길고 길었던 무어의 시대가 끝나고 티모시 달튼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데뷔하자
영화의 분위기가 일신되면서 본드카도 다시 본류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바로 애스턴 마틴 V8 밴티지.
현행으로야 DB9이나 DBS 같은 쟁쟁한 것들에 밀려 애스턴 마틴의 엔트리급(하아..)에 위치한 V8 밴티지지만
당시에는 최고급 스포츠카 라인이었죠. (영화에 등장한 것은 볼란테, 즉 컨버터블)
본드카는 역시 애스턴 마틴이라는 것인지 간만에 첨단 장비를 마음껏 선보였는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드릴이 레이저로, 기관총이 로켓탄으로 바뀌는 등 일신된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창고를 통째로 덮어쓰고 얼음 호수 위를 질주했던 그것? ^^



6년여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피어스 브로스넌의 제임스 본드 작품들에는
시대의 변화를 통해 협찬을 통한 광고, 즉 PPL이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부각되는 소품일 터인 자동차라고 예외일 리 없으니, 그 자리에 들어온게 BMW였죠.
"골든 아이"에 Z3, "네버 다이"에 750iL, "언리미티드"에 Z8을 차례로 선보였습니다.
근데 크게 활약하진 못해서, Z3는 잠깐 드라이브만 한 뒤 퇴장했고 Z8은 로켓 한방 쏘고 절단났죠.
초대형 전기톱에 좌우 양단이라니, 본드카 사상 가장 불쌍한 최후를 맞은 Z8..;;
그래도 750iL은 휴대폰을 통한 무선 조종이라는 호화 옵션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는데
"네버 다이" 영화 자체가 전반은 BMW 바이크 광고, 후반은 BMW 자동차 광고라는 비아냥을 듣긴 합니다. --;
제 주관적 느낌이라면, 영국 신사 제임스 본드에게 BMW는 어째 어울리지 않았다는 느낌?

뭐니뭐니해도 브로스넌 시대의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자동차(...)라면 단연 이것이겠죠.
"골든 아이"에서 빌려(...) 탄 러시아 육군의 T-55! 이것이야말로 이름 그대로 블록 버스터!!
근래의 액션 영화에서 군용 전차의 압도적인 위력을 이렇게 보여준 영화가 또 있었나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단시간 내에 얼마나 부수고 돌아다니는지, 그야말로 할리우드식 물량전의 모범(?)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보는 사람의 속이 그냥 다 시원해진다니까요? ^^;


브로스넌 본드의 마지막 출연작인 "어나더 데이"는 시리즈 40주년 기념작이기도 했기에
영화 전체에 걸쳐 과거 시리즈의 요소를 많이 드러내고자 하는 편이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도 원점으로 돌아갔는데, 때마침 애스턴 마틴도 DB7을 거쳐 전통의 재해석에 들어간 참이었죠.
그런 절묘한 타이밍으로 등장한 것이 V12 엔진을 얹은 애스턴 마틴 뱅퀴시. 아 멋져요.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자잘한 기능들은 기본에 무려 광학위장(투명자동차) 기능까지 갖춘 엄청난 물건. 덜덜~
상대도 만만치않아서, 거의 동등한 성능을 갖춘 재규어 XKR과 장시간에 걸친 혈투를 펼쳤는데
영화 전반에 걸쳐 그런 요소가 좀 지나치다보니 시대착오, 혹은 만화같다는 소리도 적잖이 들었더랬습니다.
그러고보니 외계인 분장(...) 하고 XKR 몰았던 릭 윤은 요즘 뭐하나 몰라요?


그리고 다시 4년이 지나, 현역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동차도 그에 맞추어 애스턴 마틴 뱅퀴시의 후계형이자 최신형인 DBS V12로 발전하였네요.
영화의 성격이 확 바뀌면서 본드카도 적잖이 황당한 장치들을 내장한 요술 병기가 아닌
자동차 본래의 매력과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하긴 뭐 가만히 서서 엔진만 돌리고 있어도 외관으로나 성능으로나 압도적인 차이기도 하고..--;
이렇게 시대별로 주욱 늘어놓고 보면 역시나,
역대 본드카는 애스턴 마틴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 애스턴 마틴만 추려내어 보면 그 디자인의 변천이나 시대의 흐름도 어느정도 보이고 말이죠.
지금의 성격이 계속 유지될 리 없으니 앞으로의 본드카는 또 어떻게든 변화해 가겠죠.
그걸 지켜보는 것도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대하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
나름 추리고 추려서 간단히 한 방에 간다고 했건만, 해보니 꽤 벅차네요.
괜히 이런걸 시작해가지고..;; 다음은 본드걸인데, 그쪽은 숫자도 훨씬 많은데 어쩌나. -_-;;
어쨌든 김연아 파이팅입니다! >_< / (뻘쭘)
김연아와 007
007 제임스 본드: 코네리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무어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달튼 & 브로스넌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번외 아류 그리고 패러디
007 제임스 본드: 무어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달튼 & 브로스넌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번외 아류 그리고 패러디
자동차다 HGUC다 뭐다 해서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말이죠,
피겨 스케이팅의 이번 시즌에서 김연아 선수가 쇼트 프로그램의 테마로 007을 사용하면서
미뤄두던 DVD 박스도 결국 사버리고 전 시리즈 다시보기 겸 짤막 포스팅을 하던 게 있었더랬습니다.
일단 본편은 해놓고 곁가지는 남겨둔 채로 해가 바뀌도록 잊고 지내던 것을
결국 TV에 김연아가 다시 나오고 나서야 떠올리게 되네요. ^^;
이번에는 007 영화의 또 하나의 주역, 제임스 본드가 타는 멋진 자동차들입니다.

사람 죽이는(...) 기술은 물론 운전 실력도 초일류에다,
스피드도 죽어라 좋아하고 악당들과 추격전을 벌일 일도 많은 제임스 본드이다보니
007 영화에는 매력적인 자동차들이 셀 수 없을만큼 많이 또 자주 등장합니다.
악당이나 주변 인물들을 제외한, 제임스 본드가 거쳐갔던 자동차만 꼽아도 수 십에 달할 텐데
그걸 다 다루는 것은 무리인데다 제가 다 알지도 못하므로^^;
중요하거나 화면상에서 부각되는 것만을 추려보았습니다.


처음으로 '본드카'라고 불릴만한 자동차가 등장한 것은 1964년의 시리즈 제3탄, "골드 핑거"에서였습니다.
애스턴 마틴 DB5가 기상천외한 장치들을 달고서 그 위력을 마음껏 발산했죠.
유럽 각국에 맞춰 자재로 바뀌는 번호판에 벤허에서 빌려온듯한 바퀴의 드릴, 연막탄에 기관총까지~
원조이면서, 40년이 넘는 긴 시간을 지난 현재까지도 가장 유명한, 본드카 그 자체인 자동차.
다음작 "썬더볼 작전"은 물론 까마득한 후대의 "골든아이"나 "카지노 로얄"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들에 등장하고 있는 그야말로 본드카의 상징입니다. 하악~


1967년의 "두번 산다"에서는 일본의 자동차, 도요타 2000GT가 등장합니다.
일본차가 등장한 이유는 역시 영화의 설정이 '일본으로 파견(출장?)나간 제임스 본드'였기 때문이죠.
때마침 그 즈음에 일본 스포츠카 사상 최고의 위치에 있는 2000GT가 있었던 것이 우연인지 요행인지.
도요타는 영화를 위해 원래 쿠페인 2000GT의 컨버터블 버전을 특별히 만들어 출연시켰다나요.
제임스 본드의 차가 아니라 일본 정보부가 소유한 자동차였기에 통신 설비 외에 특수한 기능은 없었지만
순백의 아름다운 곡선이 시원하게 달리는 모습만으로도 너무나 멋졌습니다. TT


제임스 본드가 조지 라젠비로 바뀐 1969년의 "여왕 폐하 대작전"에서는
다시 애스턴 마틴으로 돌아와, DBS의 1세대 모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태반이 산꼭대기의 별장(?) 부근에서 이루어지기에 이 차가 활약할 일은 거의 없었지만
제임스 본드와 그 처음이자 마지막 아내의 첫 만남과 마지막 이별을 함께 한 자동차이죠.
시리즈 유일의 새드 앤딩을 보여주는, 웨딩카 치장까지 한 DBS의 뒷모습이 쓸쓸합니다.


영화의 분위기가 영국식 첩보물에서 미국식 액션물로 전환되면서 미국차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셸비 머스탱이라던가, 시보레 임팔라라던가, 캐딜락 플리트우드라던가. ^^
1974년의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는 AMC의 호네트가 대활약을 보여주었죠.
너무나 미국적인 생김새 때문인지 Q로부터 지급받은 정식 본드카라는 설정은 아니고
급한 김에 근처 자동차 매장에서 그냥 끌고나와 몰아버린 자동차이긴 합니다만. ^^;
추격전 끝에 끊어진 다리를 비틀어 뒤집으며 넘는 스턴트 장면이 그야말로 압권이었죠.

사실 "황금총을..."에서는 급조된(...) 본드카가 못한 것을 악당의 자동차가 대신 보여주었는데,
그것이 악당 스카라망가의 자동차, 같은 AMC의 마타도어입니다.
제임스 본드의 추적을 유유히 뿌리치고 창고에 들어가더니 윙윙대며 이것저것 붙인 뒤 비행기로 변신!
물론 날아오르는 장면에서는 무언가에 매달려서 움직이는 어색함이 여실했지만 말이죠. ^^


그리고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이르러 드디어 '그 자동차'가 등장합니다!
로터스 에스프리 S1...라기보다, '제임스 본드의 잠수정 자동차'라고 하면 누구나 아는 그 자동차!
제가 처음 본 007 영화가 이 작품이기에 더욱 그러하기도 하겠지만,
바다에 빠진 뒤 잠수정으로 변형하는 모습과 해수욕장을 통해 다시 뭍으로 올라오는 장면은
이후 몇 번을 다시 보아도 그저 입을 떡 벌리게 만들었죠. 물론 지금 수준에서는 귀여운 정도겠지만. ^^
그 장면의 임팩트가 워낙 대단했던 탓에 역대 본드카 인기도에서 DB5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1983년의 "유어 아이스 온리"에는 후계형인 에스프리 터보가 나왔더랬죠?


시리즈가 정점에 달했던 1983년의 "옥토퍼시"는 뛰어난 오락성과 함께 잘 만들어진 도입부로도 유명한데
그 도입부의 말미를 말 그대로 휘어잡은 것이 비드 사의 초소형 제트기, BD-5J 아크로스타였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건 뻥이라고 고개를 젓는 사람들도 있었다지만 명백히 실존하는 비행기죠.
물론 영화 촬영에는 갖가지 트릭이 쓰였으나 지금 봐도 아날로그 시대에 대단했다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아, 자동차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왜 이 비행기를 얘기하느냐 하면,
아시다시피 도입부의 마지막 장면이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들어가는 것이기에..^^;;
(여기서 제트 엔진에 자동차용 가솔린이 어쩌구 저쩌구 따지면 지는 겁니다!)


길고 길었던 무어의 시대가 끝나고 티모시 달튼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로 데뷔하자
영화의 분위기가 일신되면서 본드카도 다시 본류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바로 애스턴 마틴 V8 밴티지.
현행으로야 DB9이나 DBS 같은 쟁쟁한 것들에 밀려 애스턴 마틴의 엔트리급(하아..)에 위치한 V8 밴티지지만
당시에는 최고급 스포츠카 라인이었죠. (영화에 등장한 것은 볼란테, 즉 컨버터블)
본드카는 역시 애스턴 마틴이라는 것인지 간만에 첨단 장비를 마음껏 선보였는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드릴이 레이저로, 기관총이 로켓탄으로 바뀌는 등 일신된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창고를 통째로 덮어쓰고 얼음 호수 위를 질주했던 그것? ^^



6년여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피어스 브로스넌의 제임스 본드 작품들에는
시대의 변화를 통해 협찬을 통한 광고, 즉 PPL이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통틀어 가장 부각되는 소품일 터인 자동차라고 예외일 리 없으니, 그 자리에 들어온게 BMW였죠.
"골든 아이"에 Z3, "네버 다이"에 750iL, "언리미티드"에 Z8을 차례로 선보였습니다.
근데 크게 활약하진 못해서, Z3는 잠깐 드라이브만 한 뒤 퇴장했고 Z8은 로켓 한방 쏘고 절단났죠.
초대형 전기톱에 좌우 양단이라니, 본드카 사상 가장 불쌍한 최후를 맞은 Z8..;;
그래도 750iL은 휴대폰을 통한 무선 조종이라는 호화 옵션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는데
"네버 다이" 영화 자체가 전반은 BMW 바이크 광고, 후반은 BMW 자동차 광고라는 비아냥을 듣긴 합니다. --;
제 주관적 느낌이라면, 영국 신사 제임스 본드에게 BMW는 어째 어울리지 않았다는 느낌?

뭐니뭐니해도 브로스넌 시대의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자동차(...)라면 단연 이것이겠죠.
"골든 아이"에서 빌려(...) 탄 러시아 육군의 T-55! 이것이야말로 이름 그대로 블록 버스터!!
근래의 액션 영화에서 군용 전차의 압도적인 위력을 이렇게 보여준 영화가 또 있었나 기억이 잘 안나는군요.
단시간 내에 얼마나 부수고 돌아다니는지, 그야말로 할리우드식 물량전의 모범(?)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보는 사람의 속이 그냥 다 시원해진다니까요? ^^;


브로스넌 본드의 마지막 출연작인 "어나더 데이"는 시리즈 40주년 기념작이기도 했기에
영화 전체에 걸쳐 과거 시리즈의 요소를 많이 드러내고자 하는 편이었습니다.
따라서 자동차도 원점으로 돌아갔는데, 때마침 애스턴 마틴도 DB7을 거쳐 전통의 재해석에 들어간 참이었죠.
그런 절묘한 타이밍으로 등장한 것이 V12 엔진을 얹은 애스턴 마틴 뱅퀴시. 아 멋져요.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자잘한 기능들은 기본에 무려 광학위장(투명자동차) 기능까지 갖춘 엄청난 물건. 덜덜~
상대도 만만치않아서, 거의 동등한 성능을 갖춘 재규어 XKR과 장시간에 걸친 혈투를 펼쳤는데
영화 전반에 걸쳐 그런 요소가 좀 지나치다보니 시대착오, 혹은 만화같다는 소리도 적잖이 들었더랬습니다.
그러고보니 외계인 분장(...) 하고 XKR 몰았던 릭 윤은 요즘 뭐하나 몰라요?


그리고 다시 4년이 지나, 현역 제임스 본드인 다니엘 크레이그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동차도 그에 맞추어 애스턴 마틴 뱅퀴시의 후계형이자 최신형인 DBS V12로 발전하였네요.
영화의 성격이 확 바뀌면서 본드카도 적잖이 황당한 장치들을 내장한 요술 병기가 아닌
자동차 본래의 매력과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하긴 뭐 가만히 서서 엔진만 돌리고 있어도 외관으로나 성능으로나 압도적인 차이기도 하고..--;
이렇게 시대별로 주욱 늘어놓고 보면 역시나,
역대 본드카는 애스턴 마틴이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로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또 애스턴 마틴만 추려내어 보면 그 디자인의 변천이나 시대의 흐름도 어느정도 보이고 말이죠.
지금의 성격이 계속 유지될 리 없으니 앞으로의 본드카는 또 어떻게든 변화해 가겠죠.
그걸 지켜보는 것도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대하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
나름 추리고 추려서 간단히 한 방에 간다고 했건만, 해보니 꽤 벅차네요.
괜히 이런걸 시작해가지고..;; 다음은 본드걸인데, 그쪽은 숫자도 훨씬 많은데 어쩌나. -_-;;
어쨌든 김연아 파이팅입니다! >_< / (뻘쭘)
김연아와 007
007 제임스 본드: 코네리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무어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달튼 & 브로스넌 에라
007 제임스 본드: 번외 아류 그리고 패러디
덧글
(영화 자체도 살짝 유머러스한 분위기고) 엔딩에서는 상당히 본드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는데 그게 마지막 출연이라니...ㅡ,.ㅡ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도 나름 맛이 있지만 Q도 없고 장난감도 없고, 이게 007인지 본 시리즌지 햇갈리기도 합니다.
저 모델(db5)은 도유사에서 나왔던 적이 있긴한데 구하기가 지금은 힘드네요.. 에구구..ㅠ,.ㅠ
모래쯤 되면 역대 최고의 본드걸이 뉴스를 장식하겠죠?
왕년엔 좀 이질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시보니 라젠비도 달튼도 본드에 나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크레이그 본드는... 음, 본 시리즈와 너무 비슷해졌다는 많은 지적들의 이유에 수긍은 가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전혀 달리 받았거든요. 전 본 시리즈엔 하품 연발했지만 카지노 로얄엔 열광한지라. ^^
아, 물론 퀀텀은 별개입니다. 애써 살려놓은 걸 그따위로..--+
draco21 님 / 안타깝게도(?) DB5보다는 에스프리를 실시간으로 먼저 접한 세대이다보니. ^^;
T-55 본드카 화끈하죠. 골든 아이를 아직 안보셨군요. 브로스넌 본드 중에선 강추합니닷.
노이에건담 님 / 뉘라서 주신들 놔둘 곳도, 넣을 기름도 없어요. ;;
큰바우 님 / 도유사 DB5는 저도 꾸준히 노리는데 잘 닿질 않네요. 그저께는 정말 구하는줄 알았건만. TT
두드리자 님 / 음, 계획상으로는 그러한데 타이밍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본드걸의 면면은 의외로 방대하답니다. 으흑.
덕분에 네버다이에 나오는 BMW은 개인적으로 제일 매력없는 본드카로 개인적으로 직혔죠.
찬영 님 / 감사합니다. 당시에 람보르기니 쿤타치를 필두로 저런 쐐기형이 유행이었더랬죠. ^^
야라레메카 님 / 본드카로 4도어 세단이 나온 것도 정말 드물지 싶죠.
네버 다이는 정말 광고를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 보면서도 눈살이 좀..--;
에스턴 마틴의 기술력도 상당히 뛰어났는데 ㅎㅎ
더군다나 007 에 저 차가 등장할때 깜놀...
이번에는 제대로 부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뭐 그런들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겠지만. TT
Lane 님 / 호호호~ 그럼 이번에 타미야에서 나올 DBS도 지르셔야죠?
http://glasmoon.egloos.com/5196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