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 전쟁으로 장난하냐? 그린 존

2001년 미국대폭발테러사건(9.11 테러사건)이 일어난 뒤 미국은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였다.
그 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Weapon of Mass Destruction)를 제거하여 자국민 보호와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대외명분을 내세워 동맹국인 영국 및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2003년 3월 17일 48시간의 최후통첩을 보낸 뒤,
3월 20일 오전 5시 30분 바그다드 남동부 등에 미사일 폭격을 가함으로써 전쟁을 개시하였다.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이다.

...미국과 영국 측이 승전을 선포한 뒤의 2004년 10월, 조사단이 "이라크에 대량 파괴 무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마지막 보고를 제출하였다. 전쟁을 시작한 근거가 된 대량 파괴 무기의 정보의 신빙성도 희박한 것이었던 것이 밝혀져
이 전쟁의 정당성이 크게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다.

- 두산 EnCyber 백과사전 및 위키백과에서 발췌.

장기인 스펙터클을 과시하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전쟁 영화를 큰 줄기로 가지고 있는 할리우드가
최신판 전쟁의 주인공이자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퇴임을 기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까.
대통령도 정권도 180도로 뒤집힌지 1년여, 이라크 전쟁을 다룬 영화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 첫 타자는 "제이슨 본" 시리즈에서 찰떡 궁합을 보여주었다는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 콤비!
어? 근데 본 시리즈는 액션성 강한 스릴러잖아? 그 포멧으로 전쟁 영화를 찍어도 괜찮을까?
그린그래스는 한편 "블러디 선데이"나 "플라이트 93"을 찍기도 했지만, 음..;;

어쨌거나 대량살상무기를 수색하는 MET(Mobile Exploitation Team)의 D팀장인 ~~제이슨 본~~ 로이 밀러 준위는
확실하다는 제보에도 불구하고 계속 헛탕을 치자 제보된 정보를 의심하게 되는데...
빗발치는 총탄과 저격수의 스코프를 뚫고 제법 전쟁 영화같은 분위기를 내는 것은 잠시,
이야기는 명석한 두뇌와 사태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진 밀러 준위의 음모 폭로극으로 변화한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하는가? 나에게 도움을 줄 이는 누구이며 나를 죽이려는 이는 누구인가?
그리고 도대체 그 놈의 WMD는 어디 있는거야? 아니 있기는 한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그다드에 간 제이슨 본'이라는 어디에선가의 평이 그야말로 정확하다.
요즘 미군이 정말 당나라 군대인지, 전시 MET 팀이라는 특수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내 알 수 없으나
현장의 한 팀을 지휘하는 일개 준위 주제(...)에 군의 철칙인 명령 계통은 불복하다 못해 완전히 무시하며
-비록 외부의 도움을 약간 받지만- 대부분을 스스로의 분석을 통해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로이 밀러의 모습은
그야말로 제이슨 본에 다름 아니다. WMD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그는 온갖 고난을 겪어나가지만
이라크에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음은 그만 모를 뿐 당신도 알고 나도 알고 이젠 전 세상이 다 아는 일.

밀러 준위는 정보를 조작한 정부 관리의 멱살을 당겨잡으며 전쟁이 장난이냐고 소리를 지르지만
아무리 무거운 카메라를 흔들며 뛰어봐야, 인위적인 노이즈를 섞어가며 다큐 분위기 내려고 해봐야
이 영화에서 다루는 이라크 전쟁도 단순한 오락물의 그럴듯한 배경 이상은 아닐진데.
오락성과 현실성을 적당히 버무린 적당한 영화를 기대했던 이라면 적당히 만족했을 지도 모르나
이렇게 가볍게 겉만 핥고 말기에는 이 시대가, 남겨진 과오들이 너무 무겁다.

이라크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