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지만, 유리달의 2010년 정리 두번째는 음반입니닷.
그러니까 일단 제 본업은 음악이라니까요...라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으시려나. 쿨럭~
그동안 제가 소홀했던건 주된 관심 대상인 헤비메탈이 한동안 빈사 상태에 처했던 것이 큽니다.
물론 가뭄에 콩나듯 가끔 건질만한건 있었고, 몇몇
그런데 재작년 무렵부터인가 슬슬 정통 헤비메탈이 살아나는 기미가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관심 범위라면 일단 사서 꾸준히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국내 DVD 시장이 붕괴하면서 그쪽에 투입되던 자금이 CD로 돌아온 부분도 있다는걸 부정하진 못하겠고^^;,
또 시간 여건상 예전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밴드들이나 신인급 밴드들까지는 소화하지 못하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제가 올해 재미있게 들었던 록음반인즉~!

먼저 오지옹의 "Scream"~
전작 "Black Rain"이 그 뽀대나는 타이틀과 재킷에도 불구하고 내용면에서 좀 만족스럽지 못했고,
금작에 이르러 음악적 분신과도 같았던 기타리스트 잭 와일드도 쓰지 않는다 해서 우려가 있었는데
잭 와일드 이전에, 기타리스트를 발굴하고 빨아먹는(...)데 워낙 탁월했던 오지옹이라는 것을
제가 잠시 잊었던 모양입니다. 새로이 거스 G를 맞아 다시 한 번 회춘에 성공!
물론 이젠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가 다 까발려져 옛날의 악마적 포스는 커녕 코믹+싼티가 가미된 판이지만
어째 그마저도 자신의 일부로 소화해버린 듯. (앨범 마지막 트랙 대박!)
그니까 이 영감님 48년 12월생이시니 딱 만 62세 되셨습니다요.

올해 록음악에서 가장 충격적인 뉴스 중 하나는 바로 독일의 전설, 스콜피온즈의 해체 선언이었습니다.
신작 "Sting in the Tail" 작업 도중 흡족한 나머지 이만한 결과물을 또 만들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힘이 더 빠지기 전에, 가장 멋진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때 무대를 내려오기로 결정했다는군요.
뒤집으면 이번 앨범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한데 그만큼 완성도가 뛰어나기도 했고
그래서 활동을 접는 것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강하게 남아있기도 합니다.
밴드의 주축인 클라우스 마이네와 루돌프 쉥커가 공히 48년생으로 위의 오지옹과 같이 62세.
뭐 오지옹이나 재거옹이 반칙인 것이고, 아직 최고의 위치일 때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현재 약 2년 예정으로 고별 투어 중인데, 우리나라에도 한 번 와주면 안되려나요?
참고로 위 곡의 여성 코러스는 나이트위시의 전 보컬 타르야 투루넨.

올해는 무슨 향우회라도 했나, 스콜피온스 말고도 유독 독일 밴드들이 대거 신작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고참격인 억셉트가 무려 14년만에 돌아왔고, 국내 지명도 최상위권에 꼽히는 헬로윈을 위시하여
그 단짝(?)인 감마 레이와 블라인드 가디언, 레이지 등까지 전부 튀어나왔는데...
그 중 블라인드 가디언의 것과 함께 괜찮았다고 여겨지는 헬로윈의 "7 Sinners" 중 한 곡입니다.
사실 저는 불후의 명반이라는 "Keeper..."를 포함하여 초기 전성기 시절의 헬로윈은 그닥 취향이 아니어서
보다 무겁게 나아갔던 세기말 전환기의 앨범들, 즉 "Better than..."이나 "The Dark Ride" 쪽을 선호하는 편인데
금작은 그 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강렬하게 완성된 모습입니다.
저로서는 괜찮은 곡만큼이나 별로인 곡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호평이 많다는 모양.
그래서 쏟아진 독일 밴드들 중 이 둘을 제외하면 억셉트와 레이지는 중간쯤? 감마 레이는... 쩝.

그리고 드디어 본론, 미 본토의 스래시 메탈에서 간만의 걸작이 납시셨습니다. 오버킬의 "Ironbound"!!
재작년의 전작 "Immortalis"에서 낌새를 보이더니 금작에 이르러 대형 사고를 쳤네요.
쌍팔년도 스래시 메탈을 21세기판으로 되살린듯한 이 통쾌한 질주감은 가히 명불허전입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여전히 건재한 보컬, 바비 횽님의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자리하고 있구요.
"Under The Influence"(1988)이나 "W.F.O."(1994) 등과 더불어 그들의 최고작으로 꼽힐 듯하네요.
이쪽에서는 엑소더스의 "Exhibit B: The Human Condition"도 괜찮았고,
라이센스 발매 예정이라는 소돔의 "In War and Pieces"도 공개된 음원을 들어보니 훌륭하더군요.
또 독일 얘기가 되는데, 소돔을 마지막으로 디스트럭션, 크레아토르(크리에이터) 등 저먼 스래시 3인방은
모두 멋지게 귀환하는 것이 됩니다. 으허.

올해에는 국내 밴드 크래쉬도 7년만의 새 앨범 "The Paragon of Animals"으로 돌아왔습니다.
좋든싫든 한국산 스래시 메탈을 대표하는 팀인 것에는 이견이 없을텐데,
밴드의 음악 자체도 점점 인더스트리얼이나 그 외 장르의 색채가 강해지는 쪽으로 변화해서
이제 '정통 스래시'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는 이야기가 나오려는 찰나,
원년 멤버인 윤두병(기타)의 복귀와 함께 내용도 기름기가 쫙 빠졌습니다.
헤비메탈에 열악한 국내 스튜디오 여건상 레코딩(특히 드럼)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합니다만.
크래쉬도 크래쉬 나름의 사정과 이유가 많았겠으나, 결과적으로는
뉴메탈이 쇠퇴하고 중견 밴드들도 정통으로 복귀하는 작금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게 되었네요. ^^

익스트림 쪽에서는 블랙의 양대 메이저인 딤무 보르기르와 크래들 오브 필스가 같이 돌아왔는데,
역시 제 취향은 크래들보다는 딤무 쪽인고로 이쪽으로. 후, 분장 쇼는 안해도 좋았을텐데. -_-
앨범 타이틀이 "Abrahadabra"지만 국내 모 걸그룹의 "아브라카다브라"와는 철자도 다르고 의미도 다릅니닷!
전전작 "Death Cult..." 보다 화려함(=뽀대)은 덜하고, 전전전작 "Puritanical..."보다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보지만
멤버들이 대거 이탈하여 앨범 자체가 의심스러웠던 상황에 비추어본다면 게스트빨이라 하더라도 만족할 만하죠.
뭐랄까, 딤무의 초중기가 이름 그대로 어두운 숲을, 중후기가 웅장한 성채를 연상시킨다면
금작은 눈덮인 설원을 연상케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아브라하다브라'의 주문과 함께 묘한 중독성이;;
뭐 제가 딱히 블랙 메탈 마니아가 아니기도 하고, 이젠 그냥 심포닉 메탈이라고 보는게 편할지도? ^^
이외에 멜로딕데스/메탈코어 쪽에서는 다크 트랭퀼리티, 소일워크, 올 댓 리메인스 등이 신보를 냈는데
딱히 귀에 꽂히는건 없었다...기보다, 저에겐 그동안 대체제(?)로서의 의미와 역할을 가지고 있었기에
본류 스래시의 큰형님들이 복귀하시니 들을 기회와 입지가 줄어들어버렸달까 뭐 그렇네요.
인 플레임스의 방향 전환 이후로 장르 자체에도 좀 회의적이고. 아직 아치 에너미는 예외지만. ^^;
아예 아쉬운 쪽이라면 역시 감마 레이의 "To the Metal"부터? 전 원래 헬로윈보다 감마레이 쪽이었는데도;;;
굵직한 쪽으로는 아이언 메이든도 "The Final Frontier"을 내놓았는데 원래 아이언이 취향도 아니지만 역시나.
비교적 신진급으로는 일본에서 뜬다는, 최근 내한 공연도 했다는 갈네리우스의 "Resurrection"을 들어봤지만
제가 소위 멜스메(...)라는 쪽에 정이 떨어지기도 해서인지 이건 어째 애니 오프닝송에 빡센 연주를 붙였을 뿐 아닌가,
또 포트노이의 이름에 혹해서 어벤지드 세븐폴드의 "Nightmare"도 사봤지만 이건 뭐 메탈리카 카피 밴드냐..;;;
(해당 밴드의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제 개인적 감상일 뿐이니 노여워하지 마세요 쿨럭쿨럭~)
그러니까 그 마이크 포트노이가 드림 시어터를 탈퇴하는 얘기로 또 시끄러웠죠.
드림 시어터의 음악을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시도때도없는 변박 리듬의 뼈대를 만드는 핵심 멤버이건만
뭘 어쨌기에 이런 상황이 됐는지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처음엔 좋게 나온 듯하더니 갈수록 분위기도 험해지고;;
그리고... 올 5월 16일, 록 보컬 불멸의 전설 중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한 로니 제임스 디오 옹이 타계하셨습니다.
워낙 정열적인 분이라 좀 더 사실줄 알았건만 그 빈자리가 허전하기 짝이 없네요. 편히 쉬시길.
이렇게, 제가 올해 즐겨 들었던 음반들 +α 이야기였습니다.
지나치게 메이저 위주로 흐른 듯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도 이제 노땅인 것을.
실은 하드록/헤비메탈 외에도 좀 있긴 한데 분위기가 이질적인데다 수도 적으니 같이 올리기 뭣하네요.
이제 시작이니 내년 이맘때에는 보다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음반을 소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기보다, 새 카테고리부터 좀 채워보지? 만든게 언젠데 여태 포스트가 하나도 없냐??)
덧글
저도 포트노이 때문에 어벤지드 세븐폴드 신보를 사 보긴 했는데, 대놓고 메탈리카, GNR 등의 잘 나가는 밴드를 따라한 듯한 인상이 들더라고요.
스코피온즈의 해체와 마이크 포트노이의 드림씨어터 탈퇴..
그리고 주다스 프리스트의 월드투어 은퇴 선언이었죠.....ㅠ.ㅠ
대마왕 님 / 아니 주다스가 투어 은퇴라니 이 무슨 청천벽력!!!!
우르 님 / '다시 이런걸 만들기는 힘들것 같다'는 소회가 납득이 가는 명반이었습니다. T_T
중학교 시절 그들을 처음 접했던 그때 느낌 뭍어나는
멋진 음반이었습니다..^^
아이언바운드 들어보고 뻑~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