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결산 그 두 번째는 영화입니다.
에, 올해 바쁘다 바쁘다 하면서도 그 사이사이 챙길 영화는 거의 다 챙겨본것 같습니다마는
그냥 가볍게 주절댈 수 있는 오락영화 몇몇 외엔 거의 포스팅을 못했습지요.
한 번 포스팅이 밀리기 시작했더니 걷잡을 수가 없게 되어버려 나중엔 자포자기;;;
그러니까 올해 영화 이야기도 이 포스팅 하나로 싹 해치워버린다는 얘기 되겠습니다. 눼.
작년과 마찬가지로 둘씩 짝지워 소개해보면...

먼저 전혀 예상하지 않다가 건진 의외의 대박, "아이 엠 러브"와 "사라의 열쇠"입니다.
고급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안봤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그런 작품들이었죠.
"아이 엠 러브"는 촬영, 편집과 같은 양식미와 존 애덤스가 맡은 음악의 결합이 환상적이었고 (OST 강추!!)
"사라의 열쇠"는 참상의 고발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아픔이 어떻게 이어지는가, 어떻게 치유될수 있는가
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전해주었습니다.
물론 존경해 마지않는 두 누님, 틸다 스윈튼과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가.

주류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꼽아본 "파이터"와 "블랙 스완"은 공교롭게도
대런 아로노프스키라는 공통인자(파이터 기획, 블랙스완 감독)를 가지고 있군요. 무서운 양반 같으니.
그래서인지 그의 전작 "레슬러"와 살짝 이미지가 겹치는 "파이터"일까 싶었지만 이건 또 좀 다른 얘기였죠.
감히 "성난 황소" 이래 "록키(1)", "내일의 죠"와 함께 가장 인상적인 권투 영화였다 하겠습니다.
"블랙 스완"은 다분히 상투적인 각본을 연기와 촬영, 연출의 힘으로 엎어버린 경우랄까요.
익히 예상했으면서도 소름이 쫘악~ 돋는, 그래 CG는 이럴때 이렇게 써야 하는거야! 싶은 그런 장면들~
차이코프스키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저로 하여금 OST를 사게 만든 그 살짝 비틀린 음악도 절묘.

좀 무거웠나요? 말랑달콤(...)한 영화로 디저트를 삼아봅시다. "비기너스"와 "환상의 그대".
"비기너스"는 음 뭐랄까.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 시작을 해야 끝을 본다 뭐 그런 느낌?
조연이라기엔 너무나 비중이 큰 강아지의 귀여운 행동(과 대사)도 대단했지만요. ^^
우디 앨런식 쌉싸름한 코미디가 간만에 작렬한 "환상의 그대"는 뭐라 설명이 불요. 직접 보세요~
새삼 이제와서보니 원제대로라면 "동쪽의 귀인(을 만나리)" 정도가 딱인데 저런 어정쩡한 타이틀이라니;;

좀 더 막 나가보면 어떨까요. "초(민망한)능력자들", 그리고 "마셰티".
아 정말 둘 다 아무 생각없이 배꼽잡고 웃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어요. 우하하하하하하하~
그렇다고 B급 영화로 치부하기엔 출연진의 면면이 만만찮다는게 오히려 부담(마셰티는 강화?)스럽달까.
두 작품 모두 뒤로 가면서 좀 될대로 되라 식으로 가버린다는게 흠이라면 흠인데
영화의 성격이 워낙 그렇다보니 그것도 그 나름대로 즐길만 했달까 뭐 그랬습니다. ^^
이렇게 제대로된 막장 영화도 흔치 않아요~

국내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이 둘을 꼽고 싶네요. "고지전"과 "돼지의 왕".
어째서인지 수 년 전부터 한국전 소재의 영화들이 부쩍 늘어났고, 물론 그 전에도 무수히 많기도 했으나,
한결같이 몰두했던 반공사상 내지 휴머니즘을 벗어나 전쟁의 본질에 이른 것은 "고지전"이 처음이 아닐지.
"돼지의 왕"은 다루는 소재나 표현의 정도에 있어서 과연 실사를 넘는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어필했는데
저예산 제작에 따른 작품의 비균질성은 미뤄두고, 현실의 고발에만 그친다는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단연 "일루셔니스트"가 압권이었습니다.
무슨 초대작 어드벤처 게임의 데모 퀄리티의 동영상을 한시간 반동안 내내 보여주는 엄청난 영상이었죠.
그러나 그 화려한 영상 뒤에 그려진 인간 군상들의 쓸쓸한 내면의 대비가 더욱 깊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레드 라인"은 어떤 의미로는 일맥상통하지만 다른 의미로는 정반대편이었을까요.
알맹이야 어찌됐든, 대부분 3D로 이행된 시대에 2D 셀 애니메이션의 그야말로 극한, 끝장을 보여주더만요.
구시대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피가 불끈불끈!!

마지막으로 이 둘을 꼽고 싶습니다. "그을린 사랑"과 "비우티풀".
우리 시대에 충분히 있음직한,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이지 못한 인물의 인생과 희생을 담담히 따라가는
"그을린 사랑"을 차마 남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는 없었죠. 어떤 의미로 먼저의 "사라의 열쇠"와 상통한달까.
"비우티풀" 또한 역설적인 표현으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주장합니다.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에 기댄 부분이 많다고는 하나 그걸로 흠잡기엔 나머지 부분도 충분히 좋았어요.
수미쌍관식 편집이야 오바라 해도, 그 장면 전후의 상징과 아버지와 딸의 대화란.
이밖에도 뭔가 한줄로나마 언급하고싶은 영화가 한참 더 있건만
일일이 얘기하자면 날밤을 샐것같아 여기서 접습니다.
진작 하나씩 포스팅했으면 좋았을텐데 이게 다 제 게으름의 댓가인 게지요.
내년에는 비록 짤막할지라도 그때의 소감을 제때 남기고 싶네요.
그리고... 오늘, 아니 어제, 시대의 고통을 짊어졌던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2010 유리달이 본 영화들
덧글
일루셔니스트 보고 났을 때 뭔가 말로 하기 힘든 기분이더군요.
영상미도 대단했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그 담담하면서도 절절한, 그러면서도 조용히 관객을 빨아들이는 이야기가 참...
p.s 저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년에는 영화도 좀 챙겨보고 싶은데 어찌 될지는 며느리도 모른다지요.. 쿨럭쿨럭
일단 내년 여름에 나올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징"은 확정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놀란 감독이 없는 배트맨 시리즈와는 작별을 고해야 할듯 싶습니다..ㅜ.ㅜ
삼가 김근태 님의 명복을 빕니다.
정무문 100 대 1의 전설, 고지전, 퀵, 7광구, 최종병기 활, 퀵 (두 번 관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리얼스틸, 미션임파서블 고스트프로토콜, 마이웨이(시사회), 퍼펙트게임...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엑스맨 퍼스트클래스, 슈퍼 에이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상당히 만족했고
리얼스틸과 메카닉, 미션임파서블은 재미있게 봤고
마이웨이와 퀵은 부분적으로는 단점이 있지만 흥미롭게 봤어요.
써니와 퍼펙트게임, 최종병기 활은 생각보다 기대 이하였었구요.
레드라인은 '무기' 비중을 조금 줄이고 '달리는 맛'에 좀 더 집중했으면...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생각나는게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의 포드 레이싱인데, 거기도 무기는 있지만 '달리는 맛'은 참 죽여줬거든요. 그런 면에서 레드라인 라스트 신은 참으로 나이스한 신이었습니다.
'고녀석 맛나겠다'는 얼핏 관심은 있었는데 못봤네요;;
노이에 건담 님 / 영화고 취미고 일단 몸부터 완전히 회복하셔야죠. ^^
올해 굵직한 시리즈 속편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007' 신작 정도 있던가요.
동사서독 님 / '활'과 '혹성탈출'을 못봤습니다. 케이블에 언제쯤 걸리려나~?
원더바 님 / 이마가와의 자이언트 로보 이후로 이렇게 치닫는 연출은 참 간만이었습니다. ^^
Hineo 님 / 몇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2D 셀 방식을 고집한 부작용 중 하나일수도 있습니다.
2D에서 달리는 시점의 배경 묘사는 노가다 레벨을 아득히 뛰어넘는 별개의 차원이니까요.
그래도 말씀하신 라스트신을 포함한 나머지 요소들이 워낙 흡족해서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