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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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THEMA, 빛을 꿈꾸나 by glasmoon




같은 계보에 묶이는 여타 많은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아나테마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헤비한 리프가 점차 자취를 감추는 것과 함께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평가를 왕왕 받게 되었음에도
초창기 시절부터 그들이 추구했던 한결같은 방향, 즉 고독, 절망, 슬픔의 그들식 음악화는 한결같았습니다.
핏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노래했던 "A Natural Disaster"로부터 7년,
눈부신 태양을 마주한 이들의 음악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이제는 재작년이 되어버린 그들의 2010년 앨범, "We're here because we're here"를 뒤늦게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작지않은 놀라움과 크지않은 걱정을 얻었죠.

위에 무슨 큰일이라도 난 양 적어두었는데,
그렇다고 이들의 음악이 그런지가 되었다던가 혹은 테크노가 되었다던가 하는 그런 암담한 사태는 아닙니다.
아나테마의 상징인 허무의 미학과 환각적인 사운드는 여전히 유효하고, 게다가 이번엔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다만 다른점은, 대체로 이전까지는 수면 아래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다가 심연으로 가라앉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가라앉는 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어이 마지막 한 번 수면 위로 솟구쳐오르는 느낌일까요.
(앨범 자켓의 영향인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의미로는 대단히 상징적으로 잘 그려진 자켓이라 하겠습니다)

이제 막 앨범을 받아 서너번 들어보았을 뿐인데도
그래서 저는 이들의 다음 작품이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되며 또 조금은 걱정됩니다.
이번 앨범은 1996년의 "Eternity"와 마찬가지로 아나테마의 음악에서 하나의 정점이며 전환점일 것이기에
다음에는 암중모색을 계속할지, 어둠을 걷고 완연한 빛으로 나올지, 다시 저 깊은 곳으로 가라앉을지
쉬이 전망할 수가 없네요.

비슷한 경지에 이르렀던, 그러나 더이상 갈곳을 잃고 생명을 소진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아나테마는 치열한 고민 끝에 새로운 길을 찾아내길 바라며.



덧글

  • 두목케이 2012/10/16 09:48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음악을 30년 가까이 들어왔다고 자부했는데 Anathema를 이제서야 알게되다니 왠지 부끄럽네요 처음 듣는순간부터 이 그룹의 음악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Anathema 노래들을 공유해 주실 수 있으실런지요 khoikim@naver.com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 glasmoon 2012/10/16 17:34 # 답글

    두목케이 님 / 음, 먼저 중기작 셋을 묶어 나온 소니 오리지널 클래식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아나테마의 사운드가 완성되는 시기인데다 가격도 엄청 저렴! 그 전이나 최근 앨범이라면 수입 매장을 찾거나 해외 주문을 하는 수밖에 없을것 같네요. 만약 음원 파일을 찾으시는 거라면,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구글링으로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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