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다를까 뒤늦게 몰아서 정리하게된 4월의 영화들입니다. --;

올초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용문신을 한 소녀)" 덕분에
스웨덴판 2부(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3부(벌집을 발로 찬 소녀)가 몇몇 곳에서나마 뒤늦게 개봉했습니다.
1부가 어떤 소녀의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 풀어가는 내용이었다면
2부와 3부는 거의 이어지는 구성으로 여주인공의 길지 않지만 굴곡 많은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워낙 강렬하고 개성적인 캐릭터였던만큼 이야기를 길게 끌고가자면 반드시 해결되어야할 요소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전개에 앞서 매듭을 짓고 가겠다는 배치와 템포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지만
원작자가 3부를 내놓은 상태에서 사망했기에 그 '본격적인' 이야기가 앞으로 없다는 점이 아쉽군요.
하나의 영화 작품으로서나 스릴러 장르물로서나 완성도는 1부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며
셋을 묶어 '트릴로지'라 칭하기에도 좀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

그 살기좋다는 환상의 북유럽 스웨덴도 그늘진 곳은 시궁창임을 보여주는 밀레니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라도 정치판 지저분하기는 매한가지임을 말하는 "킹 메이커".
뭐 영화적 과장을 섞어 풍자한들 요즘 우리나라에서 터지는 것들과는 전혀 상대가 안되지만서도. -_-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일취월장하고있는 조지 클루니는 물론 요즘 뜨는 라이언 고슬링도 좋았지만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폴 지아마티, 마리사 토메이, 제프리 라이트 등 조연진의 무게감이 대단합니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은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의외로 괜찮았던 경우네요.
먼로를 익히 알려진 섹시 스타가 아닌 여배우로 접근한 점도 좋았고, 그를 연기한 미셸 윌리엄스도 좋았고,
그 대치점으로 배우에서 스타로 거듭나고자 했던 로렌스 올리비에를 설정한 것도 좋았고,
거기에 로렌스와 비슷한 길을 걸은 케네스 브레너가 캐스팅되어 연기한건 정말 좋았고,
이 모든걸 제목 그대로 일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잘 함축해 담아낸 것이 참 좋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시체가 돌아왔다"가 흥미로웠죠.
이야기의 큰 줄기야 아무래도 상관없을 법한, 어쩌면 뻔할 수도 있는 한바탕 소동극이지만
끝까지 처지지 않고 템포를 유지한 연출과 편집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배우들, 특히 류승범의 캐릭터가 조금 과한 듯하면서도 딱 밉지 않을만큼 화면을 장악했는데
3인조중 김옥빈은 중간이라 쳐도 나름 두목(?)급인 이범수는 상대적으로 딸리는 감이 있습니다.
이범수도 왕년엔 개성 강한 배우였건만 올라운드형으로 변신(?)한 뒤론 이도저도 아닌 느낌;
다른 하나는 재난형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대차게 까인 "인류멸망보고서".
대충 어떤 작업의 결과물인지 알고 갔기 때문에 그쪽으로 기대하진 않았음에도
좋은 작품이라 하기엔 다소 심심한 감이 있습니다. 세 에피소드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라.
다소 시사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제작으로부터 공개까지 6년이나 지나버려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나
딱 개봉을 전후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해주는 기막힌 타이밍은 참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저예산 영화로는 "로맨스 조"가 단연 화제였군요.
영화의 알맹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돌려말해도 다음에 보실 분들의 재미를 반감시키기 때문에 빼고^^;
제작에 관여한 씨네21의 칭찬(자찬?)은 좀 오바한 면이 있다고 보지만
어쨌든 간만에 영화적 재미를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정기용 건축가의 이야기를 정재은 감독이 담은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는
내용은 참 흥미로웠는데 편집이 지나치게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좀 들더군요.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건너뛰고서 그 이야기를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한참 뒤에 있거나 아예 없거나.
촬영 기간 중 정기용씨가 돌아가시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그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투병과 마지막 전시회보다는 고인의 건축관에 대해 좀 더 분량을 할애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슬슬 제 취향 범위로 들어가자면 "그녀가 떠날 때"를 먼저 꼽아야겠네요.
지금이야 맞고 사는 남편도 드물지 않다지만 우리도 소박맞은 여자는 인생도 끝나는 그런 시대가 있었죠.
주인공의 선택과 행동은 한편 보는이를 답답하게도 하지만 가족의 연이란 그만큼 쉬운 것이 아니며
일견 가해자처럼 보이는 그들 또한 모두 피해자에 불과하다는데서 큰 울림이 생겨납니다.
아프간에 파견된 평화유지군의 밀착 촬영한 덴마크 필름 "아르마딜로"는
분명 다큐멘터리임을 먼저 인지했으면서도 보면서 왕왕 연출극처럼 받아들여 놀라곤 했는데
그 원인은 최근 유사 다큐멘터리의 외피를 하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가 왕성하다는 것과 함께
병사들 헬멧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얻어지는 다각적인 영상을 아주 매끄럽게 편집했다는 점,
그리고 익히 여러 영화를 통해 접했으되 현실에서 정말 이럴까 싶은 전개와 결론 때문이었죠.
근래 가장 좋았던 전쟁영화인 "허트 로커"(2008)의 현실 버전? (그러고보니 포스터도 은근 닮았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수확이었던 두 작품 중
분노와 고독, 치유와 구원에 대해 이만큼 되는 작품을 본게 언제였던가 싶은 "디어 한나".
작품에 비해 자의적으로 바뀐 국내판 제목(원제 Tyrannosaur)과 카피가 더없이 초라해보이더군요.
이게 초보 감독 패디 콘시딘의 첫 장편이라는 것도 믿기 어렵거니와
피터 뮬란의 무게 앞에서는 더이상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존경하는 명배우 리스트에 바로 등재!
미국에서 불법 체류하며 일하는 멕시코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민자"는
배경 외에는 다분히 고리타분한 요소를 가지고도 잘 완성시킨 예라고 봐도 되려나요.
먼저 "그녀가 떠날 때"가 독일 영화였던 것처럼 "이민자"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실제 터키나 멕시코계 사람들의 관점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웃분들의 최고 화제작은 "어벤져스"였겠죠? 저도 봤습니다.
전 어벤져스건 저스티스리그건 AVP(?)건 여러 캐릭터를 한데넣고 우린 모듬 전골은 좋아하지 않는데
그 개성 작렬 캐릭터들을 적절히 소개하며 등장시키는 초반은 의외로 매끄럽게 잘 됐더군요.
그러나 이미 예상하긴 했으되 제가 "토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로키가 완전 바보가 됐기에 감점!
마지막으로 프랑스 애니메이션인 "파리의 도둑고양이"가 있었네요.
알맹이는 소녀용 동화에 살을 조금 붙인 정도겠지만 말그대로 동화에서 튀어나온듯한 그림이 좋았죠.
그러고보니 저번의 "고양이 춤"에다 곧 나올 "미래는 고양이처럼"까지 올해 유독 고양이 영화 홍수?
음, 4월에도 좀 많았군요.
하나 꼽으라면 역시 "디어 한나"(그러니까 이 제목은 좀--;)를 뽑겠습니다.
5월에는 좀 관람 페이스를 떨어뜨릴줄 알았는데 세어보니 어째 4월과 비슷할지도? 하아.
1/4분기에 본 영화들
덧글
제가 본 영화는 어벤저스 밖에 없어서,, 뭐라고 더 말씀을 못드리겠어요. ㅎㅎㅎ
전 1년에 5편 보기도 힘든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시간 단축되지 주차 걱정없지... 아하하.
노이에 건담 님 / 제가 무슨 마니아나 업계 관계자도 아니구만 좀 과했다는 기분이 들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