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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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본 영화들 by glasmoon



계속 뒷북만 치다가 이번엔 제대로 5월 영화 결산을 해봅니다.
아니 한 달에 한 번 몰아치니 뒷북인건 마찬가진가? ;;



원작이 세상에 나온지 200주년이 되는 해라지만 묘하게 같은 5월에 맞붙은 백설공주 두 편,
타셈 싱의 "백설공주"와 루퍼트 샌더스의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입니다.
전자는 원제를 그대로 옮겨 "거울아 거울아"로 했다면, 후자는 너무 기니 좀 줄였으면 더 좋았겠죠?
비주얼, 특히 원색 대비에 특출난 싱이지만 "신들의 전쟁"에 이어 이번 것까지 속아본 결과
원작이 있거나 내러티브가 중요한 이야기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_-
"스노우 화이트..."도 대규모 서사 판타지를 방불케하는 물량과 때깔은 썩 나쁘지 않았죠?
그 허세를 채우기엔 알맹이가 부실하긴 했지만 그 모든걸 만회하는 한 방이 있으니
오오 테론 여왕님 오오. 여왕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게 맞다니까요!? 어디 스튜어트 따위가!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3부작화 착수했다지만 여왕님 안나오시면 관심 끝.



많은 이들이 세세한 부분에서 백설공주와 왕왕 헷갈리곤 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도
카트린 브레야가 작업한 2010년작이 이번에 개봉했더랬습니다.
"푸른 수염"에 이은 그녀식 동화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인데,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는 크게 갈리겠지만
어설픈 비틀기나 서사물 덧씌우기보다는 이런 과감한 재구성이 생각할 꺼리는 많이 안겨주곤 하죠.
또 5월에는 잉마르 베리만의 57년작 "제7의 봉인"이 영화제가 아닌 일반 상영으로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네 뭐 이런건 걸리면 바로바로 가서 맞아드려야죠. 필름의 디지털 복원 상태가 아주 좋더군요.
비슷한 신학적 의문을 오래 가지고 있었던 이로써 볼때마다 감흥이 남다릅니다.



신작이 걸릴 때마다 봐 말아 고민스러운 라스 폰 트리에도 "멜랑콜리아"로 돌아왔습니다.
전작 "안티크라이스트"도 불편하기로는 만만치 않았더랬는데 이번엔 제목부터 달착지근하더니
'이게 폰 트리에 맞아?'라는 의문이 들 만큼 지독히 아름답고 지독히 우울한 영화를 찍었더군요.
거짓말도 크게 치면 예술이라는게 대체로 영화에 잘 들어맞는 표현이긴 하지만
우울증을 이렇게 우주적 스케일로 그려내는 것도 참 대단한 재주긴 합니다.
폭력과 선정성의 대가, 크로넨버그가 프로이트와 융을 다루어 화제가 되었던 "데인저러스 메소드".
음, 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요. 나이틀리 외 모르텐센, 패스벤더, 카셀이 이르기까지 연기는 훌륭하고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흘러가긴 하는데 뭔가 크로넨버그다운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하긴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다보니 아무리 그라고 한들 변주하는데 제약이 있었겠지만서도.
그 결과 남은건 크로넨버그가 해설하는 두 시간짜리 정신분석학 개론.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건 정신분석학이 아니라 건축학이었죠? "건축학 개론".
영화가 설정한 남녀주인공의 나이가 딱 저와 비슷하다보니 반쯤은 의무감에 보긴 했는데
음... 역시 과거의 찌질한 기억은 끄집어내봐야 별로 좋을게 없습니다. 영화적 포장을 입혀도 말이죠. ^^;
그에 가려진(?) 어쩌면 비슷하게 말랑한 이야기, "저스트 프렌즈".
영화 작업에 지인이 참여해서 또 반쯤은 의무감으로 찾아가서 보게 되었는데
이건 또 영화속 설정은 20대 후반인 듯하지만 어째 10말~20초에게 더 먹힐 법한 이야기?
왕년에 유명했던 로맨틱 코미디(??) 만화들 생각도 나고 말이죠. ^^;;



국내에서는 또 양 상수 감독이 나란히 작품을 내놓고 나란히 칸에도 갔더랬죠. 그러나...;
먼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슬쩍 겉핥기만 하고 지나가버린 느낌.
이야기의 구성과 상업적 흥행을 위해서라지만 몇몇 캐릭터와 사건들에 작위적인 냄새도 나구요.
백윤식과 윤여정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만...
다음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역시나 여주인공이 외국에서 왔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그 '외국 여자'에게 남자들이 껄떡대는 광경들이 저로선 영 불편하더군요.
전작들에서는 충분히 큭큭거리고 웃을수 있었건만 상대방이 이자벨 위페르라서 그런가.
한국 남성들의 서양 여성에 대한 환상이 딱하면서도 저는 특정 여배우에 환상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두 감독도 그들식 코미디를 선보였습니다.
먼저 이들이 여태 왜 뱀파이어물을 찍지 않았을까 싶은 버튼x뎁 콤비의 "다크 섀도우".
왕년의 유명 TV쇼에서 가져왔다는 기본 포맷은 차암 좋은데, 이것도 역시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못말리는..." 시리즈에 나올 법한, 버튼에게는 좀 낯설은 노골적인 패러디와 개그가 나쁘다는건 아니나
작품이 전체적으로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느낌입니다. 아예 대놓고 코미디면 좋았으련만.
역시나 기대 왕창했다가 김 팍삭 빠졌던 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단 나으니 그나마.
버튼 월드에 처음 초대된 에바 그린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저에겐 파이퍼 언니가 짱이더군요. 하악~
근데 언니의 딸이 막판에 뜬금없이 XX로 나오는건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언니가 이미 XX였는걸??
"인게이지먼트"로 외도(?)했던 장 피에르 주네가 주특기로 돌아온 "믹막: 티르라리고 사람들"은
스팀펑크같은 분위기 속에 어딘가 좀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일으키는 소동극이라는 점에서
사실 그의 대표작인 "델리카트슨 사람들"이나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주네의 독특한 질감을 즐기는게 관객의 몫이고 선택이겠죠.
참 이번엔 프랑스의 (전)대통령과 무기상들을 까는 깨알같은 재미가 더해진건 보너스? ^^



동양 무술에 심취한 영국 감독 가렛 에반스가 인도네시아에서 찍은 "레이드: 첫 번째 습격"은
과연 "옹박"으로 접했던 리얼 액션의 충격을 이어갑니다. 게다가 이번엔 곡예에 가까운 맨몸 액션뿐만 아니라
총, 나이프, 맨손 격투에 이르기까지 실전에 쓰일법한 온갖 액션이 총망라되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마는 전 이제 이런 아름답기까지한 액션에 전같은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아쉬울 따름이죠.
핵전쟁 이후의 생존 게임을 표방한 "디바이드"는 아이디어와 초반 설정은 참 좋았으나
진행되면서 그걸 잘 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놓쳐버린 경우일까요.
끝까지 힘을 잃지 않았던 재작년의 "배리드"같은 작품과 비교할때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드디어 마지막인가요. 10년만에 돌아온 새카만 사나이들, "맨 인 블랙 3"!
간만의 복귀에도 그들은 여전히 유쾌합니다. 특히 조쉬 브롤린의 토미 리 존스 흉내는 압권!
그러나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특유의 기상천외한 개그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어버렸으니;;
숀 펜을 전면에 내세운 파올로 소렌티노의 "아버지를 위한 노래"는 우리말 제목이 가장 큰 오류겠죠.
실상은 아버지를 위한 여정이었다기보다는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었을텐데.
펜의 연기야 언제나 좋고 영화적 연출도 괜찮은데 정작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저로서는 넙죽 받아들이기 곤란한 건가?
작품의 승자라면 펜과 더불어, 영화의 음악을 맡으며 뮤직비디오(?)를 통째로 밀어넣은 데이비드 번!


하아. 5월에도 많이도 봤네요. 4월보다 줄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늘었;;;
저에게 5월의 영화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멜랑콜리아"가 되겠습니다.
우울증이란게 직접 마주치면 악몽이지만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나?
6월의 초기대작! "프로메테우스"가 곧 개봉합니다!!


1/4분기에 본 영화들
4월에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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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태천 2012/06/02 00:32 # 답글

    5월에 보신 영화들을 6월 첫날 결산하시니 아주 적절하시다고 생각됩니다만?
    (전 요즘 게으름의 극에 달했는지(...) 한달 동안 본 책도 제대로 결산 안한단말입죠...oTL)
  • 노이에 건담 2012/06/02 01:15 # 삭제 답글

    컥 한달에 16편을 보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돈의 맛 보고 나온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속았다"라는 분위기가 많더군요..
    아무래도 감독에게 속았다기 보다는 홍보에 속은 느낌이랄까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것에 낚여서(?) 보러 가신 분들도 꽤 되신 것 같더군요...
  • 두드리자 2012/06/03 00:38 # 삭제 답글

    프로메테우스.
    과연 '그것'이 몸안에서 튀어나올까요?
  • glasmoon 2012/06/08 14:47 # 답글

    태천 님 / 요즘은 책 한 권 읽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

    노이에 건담 님 / 전 일부러 홍보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기에 그런 위험은 덜합니다??

    두드리자 님 / 제목도 바꾼 만큼 '그것'이 안나와도 좋다고 생각했는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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