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glasmoon.egloos.com

포토로그



10월에 본 영화들 by glasmoon



영화를 몰아서 정리하기 시작한게 얼마 안된것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10월에 본 영화들 올라갑니다.



"에일리언(프로메테우스)", "다크 나이트" 등과 함께 제가 기대한 올해의 굵직한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007"의 23번째 작품이자 50주년 기념작인 샘 멘데스의 "스카이폴"이 개봉했습니다.
올드 팬들과 신세대 팬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원점으로의 회귀를 멋지게 완성한 작품이었죠?
그에 대한 개인적인 칭찬은 지난번 포스트에서 줄줄이 발라뒀으니 패스.
2005년 "브릭"으로 놀라움을 안겼던 라이언 존슨과 조셉 고든-레빗이 다시 의기투합한
"루퍼"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었습니다. 조토끼(...)의 브루스 윌리스 모방 연기도 연기지만
진부를 넘어 고루해져버린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깔끔하게 연출한 존슨 감독에게 한 표.



액션 비스무리한 쪽에서는 어째 제목도 비슷한 둘이 더 있었군요.
존 힐코트의 "로우리스"는 국내판 포스터를 보고 서부 배경 코미디인가 했더만 본 알맹이는 실화 정극.
금주법 시대의 갱스터 영화는 널리고 널렸지만 술을 유통시킨 마피아와 단속하는 경찰들이 아니라
밀주의 제조 공급책을 다룬 이야기는 처음이어서 꽤 신선했습니다.
톰 하디, 가이 피어스 등과 함께 간만에 멋진 악역으로 잠깐 얼굴을 보인 개리 올드만의 모습도 굿.
그에 비하면 올리버 스톤의 "파괴자들"은... 도대체 뭘 얘기하고 싶은건지 감이 안잡히네요.
그나마 힌트라면 원제인 야만인(savage)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다른 의미로 작중 몇번 쓰인다는 건데
그렇다 쳐도 복수극에 명분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코미디나 풍자가 있는것도 아니고, 도대체 뭔지?
스톤의 안습 행보보다도 델 토로나 트라볼타의 낭비되는 에너지가 아깝습니다.



또 예상외의 복병이라면 벤 애플렉의 "아르고"가 있겠네요.
이 또한 이란 혁명 당시 캐나다 대사관에 고립되었던 직원들의 구출 작전의 실화를 토대로 한 것인데
특수부대가 투입되어 총질하는 그런 요란함 없이도 긴장의 흐름을 유지하는 수완이 돋보입니다.
자료 화면을 자연스럽게 삽입하기 위해 촬영분에도 필름 노이즈를 인위적으로 추가한 것도 특이점.
전작 "타운"에서 뭔가 범상치않다 싶더니, 벤 애플랙은 배우보다 감독으로 더 이름을 높이게 될지도?
마르탱 프로보스트의 "롱 폴링"은 어떤 의미에서 가정 폭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편이지만서도
그와 십중팔구 묶이게 마련인 여성 해방에 관한 부분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혼자서 극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욜랭드 모로의 연기가 압권.



지난달에는 또 공교롭게도 묘한 기분을 주는 영화가 둘이 있었네요.
박루슬란 감독의 "하나안"과 이상우 감독의 "바비".
먼저 마약에 엮여 시달린 끝에 낙원을 찾는다는 "하나안"의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것이되
미국이나 멕시코가 아닌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들의 상황, 또 그들의 꿈의 나라가 한국이라는건
한국인이라면 자유롭기 힘든, 이래저래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합니다.
"바비" 또한 해외 입양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제목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그 중 하나가 일종의 상징으로서의 미국에 대한 동경과 맹신이라는건 명백한 사실이겠죠.
코리안 드림과 아메리칸 드림이라. 아직 유효한가 싶긴 하지만서도, 아하하.



국내 메이저급 영화 중에서는 두 개가 있었네요. "회사원"과 "용의자 X".
소지섭을 내세운 임상윤 감독의 "회사원"은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그외 어떤 막장 국가라 하더라도
수십 명 킬러들의 살인청부조직이 어엿한 기업으로 위장 영업을 한다는게 가능하냐는게 기본 에러지만
외적 폭력성을 거세하고 나면 일반적인 회사 조직의 생리와 다를바 없다는게 포인트겠죠.
그나저나 이미연은 참 연기가 변하질 않더구만요.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요새 부쩍 많아진, 일본 스릴러 원작을 옮긴 "용의자 "X"는 제가 원작 소설이나 일본 영화를 보지 않아서
비교해볼때 이렇다 저렇다 말할 부분은 없지만서도, 각색되면서 빠진 중요 요소가 어떻다 하는 부분은
대놓고 '이건 멜로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으니 그런가보다 합니다마는...
천재 수학자 어쩌고 하기엔 극적 장치가 별다르지 않다는 것, 그리고 관객들을 낚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남녀 주인공의 감정 흐름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네요.



문화계에도 참으로 섬세한 손길을 뻗히셨던게 이유일까요,
임기 말에 이르러 가카와 그 주변, 또는 굵직한 사건 등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에 개봉한, 아예 후보시절 가카의 용안을 포스터에 그대로 내세운 김재환의 "MB의 추억"은
선거운동 시절과 당선 뒤 재임 시절의 자료 화면들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스스로 '표를 위해 못할건 없다'고 공언한 가카로 대변되는, 앞과 뒤가 다른 정치인의 속성을 까발립니다.
아무래도 가카께서 원톱 주연이다보니 다소 희화화된 편집이 있어 거슬리는 분도 계시겠지만서도. ^^;
가카 친인척들의 재테크에 적극 활약했다는 소설이 있는 맥쿼리를 다룬 김형렬의 "맥코리아"도 있는데...
어림짐작만으로도 엄청난 액수에 달하는 맥쿼리의 국내 투자와 거기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에 비해
정작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그 내막은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TV 시사 프로그램보다도 못한 판.
상영 시간의 절반 이상이 무턱대고 취재를 시도하다 저지당하거나 실패하는 일의 반복이니 원.
시종일관 돈키호테의 비유를 드는걸로 보아 국민적 무력감 또는 좌절감을 전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독립 다큐멘터리라 하더라도, 관객은 댁들의 삽질을 구경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건 아닙니다.



해외의 다큐멘터리도 둘을 보았군요.
재작년 (다큐치고) 국내에서도 꽤 흥행했던 "위대한 침묵"을 의식한듯한 국내 제목을 가진 "사랑의 침묵"은
번잡한 런던 중심가에서 묵언 수행하는 수녀원의 일상을 다룹니다. "위대한..." 때처럼 피정하는 기분으로
경건하게 관람할 터였는데..;; 제가 요새 좀 바쁘다보니, 보다 자버렸습니다. 정말 편히 잤어요;;; (쿨럭)
본토 미국에서는 단발로 그친 무명 가수가 지구 반대편에서는 수퍼스타가 되어있었다는 "서칭 포 슈가맨"은
그 믿지 못할 이야기 만큼이나 추적하는 과정과 인물들의 사연 또한 극적이어서 '이게 다큐 맞나' 싶을 정도?
어떤 일이든 인물이든 성공하는데는 외적 요인 또한 중요하다는걸 암시하면서도
내적 함량은 역시 필수 요인이라는데 감탄할만큼 음악이 매우 좋았네요.



이번에도 짝을 찾지 못한 두 작품이 끝에 남았습니다.
먼저 팀 버튼의 초기 단편을 장편(이라기보다 중편?)화한 "프랑켄위니".
근래 버튼의 작품들을 보면서 실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편이었기에 초기 센스를 간직한 반가운 작품이었죠.
확장되면서 추가된 요소들 또한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정규작이라기엔 좀 애매한 성격과 위치랄까.
부디 이를 바탕으로 팀 버튼이 정신 차리기를 기대합니다.
이재용 감독이 나름 훌륭한 한국판을 만들어놓은 판에 허진호 감독이 왜 또 만드나 싶었던 "위험한 관계"는
감독과 남자 주인공이 한국 인력일 뿐 배경도 포맷도 완전히 중국 영화더구만요.
세 주인공의 매 장면은 그대로 화보인양 그림처럼 잡았지만 이야기는 별 새로움 없이 맹맹.


여기까지 10월에 본 영화는 모두 16편이었습니다.
이제야 좀 편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군요. 이번달부터는 일도 더 바빠지고 해서 더 줄어들 듯.
기억할만한 작품을 꼽으라면 "007 스카이폴", "루퍼", "서칭 포 슈가맨" 정도가 되겠습니다.


9월에 본 영화들
8월에 본 영화들
7월에 본 영화들
6월에 본 영화들
5월에 본 영화들
4월에 본 영화들
1/4분기에 본 영화들


핑백

  • Dark Knight of the Glasmoon : 12월에 본 영화들 2012-12-30 15:56:16 #

    ... 이었습니다. 좋았던걸 꼽으라면 "로얄 어페어"와 "주먹왕 랄프", "아무르" 외 몇몇...정도 되겠습니다. 이제 2012년 총정리를 해야 하는군요. 하아~ 11월에 본 영화들 10월에 본 영화들 9월에 본 영화들 8월에 본 영화들 7월에 본 영화들 6월에 본 영화들 5월에 본 영화들 4월에 본 영화들 1/4분기에 본 영화들 ... more

덧글

  • 두드리자 2012/11/06 01:56 # 삭제 답글

    '서칭 포 슈가맨'이라는 영화의 개봉시기가 절묘하군요. 고향에서는 평범하던 어느 가수가 만리타향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기네스북까지 올라가는 일이 지금 일어나는 중이니까요.
  • 2012/11/06 14:1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노이에 건담 2012/11/06 19:18 # 삭제 답글

    오늘 스카이폴 보고 왔습니다. 하비에르 바르뎀이 너무 허무하게 간 것 같아 좀 아쉬웠어요.
    그리고 K사의 넘버5와 스포티한 SUV가 순찰차로 병풍출연했더군요.
  • glasmoon 2012/11/11 20:45 # 답글

    두드리자 님 / 그래도 시대가 바뀌어 그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게 그 가수에게는 다행이로군요.
    하긴 이런 시대의 이런 방법이 아니면 그렇게 히트할수도 없었겠지만. ^^

    비공개 님 / 아 그러니까... 일단 세례는 받았습지요. 나간지 워낙 오래돼서 신자수 집계엔 포함되지 않을듯 아하하

    노이에 건담 님 / 그 순간에 이미 주인공은 본드도 아니요 실바도 아니요 오로지 M이었으니까요. ^^
    전 K사 자동차들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본드와 마찬가지로 DB5가 파괴되는 순간 눈깔이 뒤집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