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가졌던 첫 레고는 아마 평생 가도록 잊지 못할 겁니다.
6685의 번호를 가진 소방 헬기. 1985년경 맘모스 백화점(현 롯데 청량리)에서 구입가 4,500원.
물론 선물받은 것인데, 비슷한 크기의 경찰차를 두고 엄청나게 고민하다 이걸 고른 까닭은
아무래도 그 무렵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었던 드라마 "에어울프"의 영향이었지 싶네요.
지금처럼 통짜 부품이 만연해지기 훨씬 전이라 작은 크기에도 브릭 수는 94개인데
그래서 외양은 좀 투박하지만 플레이 밸류가 넓어 이 하나를 가지고 몇 달을 잘 놀았더랬죠.
이걸 받기까지 부모님을 얼마나 졸라댔는지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군요. ^^;
당시의 레고는 엄청난 고가 사치품(...)이었기에
이후 같은 타운 시리즈의 자동차, 스페이스 시리즈의 작은 우주선, 사자성 시리즈의 마차 정도로
저의 레고 경력은 끝납니다. 레고 박람회(?)같은게 열리면 달려가서 엄청 황홀한 표정을 짓곤 했죠.
그래도 레고의 혜택을 받은 첫 세대의 일원이라는데 의의가 있...으려나?
언젠가부터 꽤 활성화된 국내 레고 유저의 상당수가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는 사실은
어릴적 갖고싶었던 간절한 소망이 수 십년을 뛰어넘어 발현된 것임이 당연합니다.
요즘 모델들이 외관의 완성도가 높아진 반면 가장 큰 장점일 자유도가 대폭 하락한게 아쉽지만
아마 저도 프라모델이다 뭐다 벌여놓은게 많지 않았다면 거기에 기꺼이 동참했을테죠.
제대로 뛰어들게 아니라면 아예 건드리지 않는 성격 탓에 다행히 여태 그 마수를 피해 잘 살아왔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 하나 샀습니다. 5816, 듀플로 "카" 시리즈의 하나. 물론 조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자유도따위 쌈싸먹어버린 완전 통짜 위주지만 유아용 듀플로니까 괜찮습니다??
아직 장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해할 나이가 먼 어린아이여서 잘 가지고 놀지 조금 걱정됐는데
받자마자 주인공 맥퀸을 손에 잡고서 놓질 않더군요; 역시 디즈니(픽사) 캐릭터의 힘은 위대하도다;;
제가 즐길 여건이 안되니 조카 핑계로 욕망을 대리 충족한다고 지적하신다면, 정답입니다. ^^
몇 달을 노래하고 기다린 끝에 손에 넣어 보물처럼 소중히 다룬 저의 경우와
기억에 남지 않을 어린 시절부터 삼촌이 안겨준 선물이 될 조카의 경우가 같을 리는 없지만
이것은 시대의 반영일 뿐, 레고를 구심점으로 공유하는 하나의 같은 세대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조카가 너무 잘 놀아서, 또 뭘 지르던 세트병에서 벗어날수 없다는건 저의 숙명과도 같아서
"카"의 주요 캐릭터들을 다 구비하려면 어떤 제품들을 구입해야 하는지 일찌감치 계산이 끝났다는게 함정.
현재 수급도 대체로 여유로운 편인데, "카"라면 닥 허드슨(폴 뉴먼)을 빼고는 이야기가 되질 않구만,
그 닥이 유일하게 들어있는 5815는 이제 생산되지 않는 모양이네요.
혹시 국내에 어디 남아있는지 정보 아시는 분!!??
덧글
고가사다리차였는데 요즘은 통짜로 쓰는것들도 참 기상천외한 부품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서 기억이 남네요
저도 시티 스리중에 소방서를 가지고 있었네요..첫번째 산 제품은 엠트론의 포저였고요 ㅎㅎ...요새 다시 올드 스페이스 위주로 모으는데 비인기 주류라 그나마 가격이 다른 스리즈에 비해 저렴하긴 한데 여전히 부담이 크네요..
프라모델도..레고만 있으면 전부 제현가능하니 레고로 넘어오시는 겁니다!!
스타워즈 X윙이랑 타이 파이터가 요즘 급땡기니 어쩌죠 ㅠㅜ
마음만 먹으면 실물 크기 자동차나 집도 만들 수 있는 게 레고잖아요?
그당시제가 접한 레고시리즈는 소방소밑 경찰서, 우주시리즈, 캐러비안해적시리즈(친구집의 레고
해적선은 로망이었죠..ㅜ.ㅜ) 아마 국민학교5학년때까지 갖고놀았다는..-_-;;
그나마 다행인것은 아들내미가 아직 닌자고에는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대신 요즘은 토미카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올 크리스마스는 토미카 트랙(고속도로)을 사주었죠 ㅡㅡ;; (올 생일은 주차장)
본인은 초6때 테크닉 시리즈에 한참 빠져 있다가 (그래봐야 선물로 한 3가지 받아본게 전부) 한동안 잊어 먹고 있었습니다만, 요즘은 스타워즈 시리즈 땜에 마트에만 가면 아들과 장난감 코너에서 죽치고 있습니다. ㅡ.ㅡ;;
어렸을 때 좀 사는 집이었음에도 레고 대신 영플레이모빌을 사는 쪽이 가성비가 좋아 결국 그걸 택했으니...
전 다행히(?) 레고 피규어 위주로 모으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레고는 건프라처럼 재판되는 것이 아니라서 그때그때 사지 않으면 프리미엄이 엄청 붙죠.
건프라는 레고에 비하면 거의 돈이 안드는 취미생활입니다.^^
카우말리온 님 / 역시 바깥을 알아봐야 하나요. 하아...
그리고 프라모델을 전부 레고로 대체하려면 대체 돈이 얼마나 있어야. -_-+
에코노미 님 / 그냥 홀랑 넘어가주시는 겁니다. 에코노미님의 몰락을 보면서 전 반면교사로... (야!)
잠본이 님 / 덕분에 카를 다시 한번 봤죠. 오오 맥퀸 오오 허드슨
백금기사 님 / 저에게까지 악명이 들려오는 닌자고;; 조카가 그런 쪽으로 빠지지 않기를;;
태천 님 / 켁~ 이런 우연이 설마--;;
두드리자 님 / 전 예나 지금이나 너무 큰 것들에는 오히려 흥미가 떨어져서 말이죠. ^^;
Zion 님 / 상당히 많았다니! 소방차 경찰차가 아니라 소방서 경찰서였다니!! 우앙~~
draco21 님 / 정말 행복할지, 커가면서 뭘 좋아할지는 모르는거죠. 흐.
다크쪼비 님 / 어차피 레고 카 시리즈는 캐릭터성이 강해서 자유도와는 거의 담쌓다시피 했으니까
정규 모델보다는 차라리 매끈하게 통짜로 곡면을 살린 듀플로가 제 눈에도 괜찮아 보입니다. ^^;
아들과 함께 조카와 함께 레고라는 것도 꽤 무섭네요. 음냐.
플로렌스 님 / 영플레이모빌도 꽤 쓸만한 물건이었는데 말입죠. 전 하나도 가져보진 못했지만.
노이에 건담 님 / 피규어쪽도 쪽수 제대로 갖추려면(특히 스토미라던가) 기둥뿌리 흔들리는걸로 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