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보니 포스팅을 서두르게 되네요. 아직 달이 끝나기도 전에 영화 정리를 얘기하게 되다니 감격~
2012년의 마지막 달에 본 영화들입니다. ^^

먼저 최고 히트작인 "레 미제라블".
전 음악극, 그러니까 오페라 뮤지컬 등등에 취향이 없는고로 이쪽은 거의 패스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원작은 좋아한달까 배역진에 혹했달까 뭔가 의무감같은게 들었달까 싶어서 극장을 향했습니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건 알겠는데, 역시 취향이 아닌건 아니더라구요. ^^;
어떤 판본에서든 제가 가장 주목해서 보는 자베르 역도 98년 판의 제프리 러쉬가 워낙 압도적이기에 흠.
의외로 열기가 금방 식어버린 "호빗"도 어떤 의미로는 비슷한데,
전 딱히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톨키니스트도 아니죠. 원작을 읽어보지도 않았고,
"반지의 제왕" 3부작 중에서는 셰익스피어극과 닮았다는 이유로 2부의 로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번 "호빗"은 글쎄요, 아기자기한 재미는 있는데 제 흥미를 잡아끌만한 그런 부분은 없었던 듯.
"반지원정대"와 비교하자면 파티가 비슷비슷한 드워프 일색이라 차별화도 안되고 감정이입할 대상도 없고.
그나마 반지 캐릭터들이 재등장한 부분(그러니까 여왕님이라던가.. 여왕님이라던가..;;) 정도만이.. 음음.

좀 쏘고 부수는 쪽으로는 이 두 작품이 있었습니다.
"트레이닝 데이", "다크 블루", "하쉬 타임" 등 도시 범죄 전문 데이비드 에이어의 연출작 먼저 "엔드 오브 와치"는
강력 범죄 사건을 일상으로 끼고 사는 LA 경찰 2인조의 일상과 파국을 건조하게 담은 괜찮은 영화였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에게 이런 쌩양아치 저리가랄 정도의 날건달.. 아니 경찰 역할이 가능할줄은 몰랐네요. ^^;
다만 객관적으로 보이게끔 하기위한 장치임은 알겠으나 페이크 다큐멘터리 시점을 꼭 써야 했는지는 의문.
다른 하나는 17년만에 돌아온 "저지 드레드" 였군요.
예산상의 문제로 복장이나 장비의 볼품이 좀 없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헬멧을 벗지않는 드레드라니, 쏘 쿨~
작년 리얼 액션을 내세웠던 인도네시아 영화 "레이드"의 할리우드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단순한 내용이지만 화끈하게 때려부수는 B급 영화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간만에 걸물이 하나 나왔죠? "주먹왕 랄프"!
예고편부터 뭔가 범상치않다 싶었는데, 표면적으로 내세운 구시대 게임들에 대한 향수 요소 뿐만 아니라
신구의 대비, 캐릭터들의 배치와 함께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괜찮았어요.
저로서는 악당들의 비애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악역이 전부 그를 연기할 뿐인 순둥이라는 설정이다보니
극중 장치로서의 악을 홀로 떠맡은 버그(?)들이 불쌍해지더군요. 애초에 게임내에서 통제가 안되는 요소라니--;;
근데 여기서 영화적 낭만을 깨는 쓸데없는 질문. 게임센터 문 닫을때 전원 다 내리지 않나요? 전기료 어쩔!?
오토모 가츠히로의 "메모리즈" 또한 17년만에 국내 개봉되었습니다.
오토모의 작품들 중 "아키라"보다 이걸 더 좋아하는 저로서는 필감! ...이었는데 단관 개봉이라 보기가 참..;;
이제 완전히 CG 및 3D로 이행된 판에 셀 노가다의 극한을 가끔 돌아보면 참 대단한 시대였구나 감탄하게 됩니다.
충분히 여러번 본 작품임에도 간만에 보니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하고...
하긴 대학생 시절에 직장인의 비애나 사회 계층화같은걸 몸으로 느끼고 이해했을 리가. 크.

좀 말랑한 쪽으로는 이 두 작품이 있었네요.
멜라니 로랑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마린"은, 또한 그녀가 출연했던 재작년 "비기너스"와 온도가 비슷합니다.
시간, 삶, 현재, 가족, 인생, 죽음, 미래 등등에 대한 잔잔하지만 의미있는 돌아봄이랄까.
예쁘고 연기 잘하면 됐지 연출까지 잘하려 들다니,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쳇.
우리나라 제목은 '마린'으로 바꿔버렸는데 원제인 '입양'의 의미를 어떻게든 살렸다면 더 좋았겠다는게 아쉬운 점.
"원 데이"는 제목과 카피에서 이미 다 드러내는 내용이 저에겐 좀 닭살이라 처음에는 제쳐뒀다가
결국 어찌어찌 가서 보게된 영화였군요. 생각보다는 괜찮은 작품이라 다행이었습니다. ^^
꼭 '그 날'에 사건들을 끼워맞추려다보니 작위적인 냄새가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지만
그래도 벌여놓은 것들을 잘 수습한 느낌이었어요. 올해 최고의 여배우로 거듭난 앤 해서웨이도 좋았고.
반면 지나간 "업사이드 다운"에서도 그랬지만 남자 주인공 짐 스터게스는 도대체 어디가 매력인지 모르겠음.
참, "마린"과 "원 데이" 둘 다 보신 분이라면 두 영화의 중요 사건에 공통점이 있다는걸 아실텐데...
하필 비슷한 시기에 함께 개봉해버리니 관객 입장에서는 좀 헛웃음이 나오네요. 이런류 영화의 법칙인가? 큭~

소위 예술 영화라는 쪽에서도 두 작품이 있었습니다. (이번 달은 특히 짝이 잘 맞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착한 영화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저를 포함한 여럿을 놀라게 했던 "아무르".
황혼기 인생의 사랑과 죽음에 대한 영화가 올해 또 여럿이었어요. 우리나라의 "해로", 핀란드의 "볼케이노" 등등.
제가 어줍잖게 가타부타 덧붙일 작품이 아니므로 그 둘과 잠시 나란히 놓고 보자면
수고하신 분들께는 죄송하게도 TV 드라마 수준인 "해로"는 뭐 어떻다 말할 꺼리가 없고,
"볼케이노"의 촛점이 '인생'에 맞춰져있다면 "아무르"의 촛점은 제목 그대로 '사랑'을 향한다 하겠습니다.
다만 제 취향의 문제로 넘어가자면 귀족적이고 우아한 "아무르"보는 거칠고 현실적인 "볼케이노" 쪽이 좀 더?
한편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이 만든 "신의 소녀들"은
동유럽의 여전히 폐쇄된 사회, 맹목적인 신앙을 강요하는 공동체에서 개인의 자유 의지가 충돌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담담하지만 섬득하게 보여줍니다. 이게 2005년 루마니아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정치적 사회적인 해석을 필수적으로 동반하는 것이겠죠.
극장에서 놓쳤던 감독의 전작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을 일단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제가 보다 좋아할 법한 두 편...인데,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파우스트"는 원작과 꽤나 다른 전개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아니 큰 줄기 자체는 원작 1부를 따르지만 캐릭터들, 특히 주인공 파우스트의 성격이 너무나 판이하달까요.
포스터에도 그려진 것처럼 '구원'보다는 '욕망'에 몰두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데
검색해보니 감독의 권력 4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라 하는데... 앞 세 작품은 볼래도 볼 수가 없고..;;
마지막 "로얄 어페어"는 평이하게(?) 제목 그대로 덴마크 왕실의 스캔들을 그린 역사물입니다.
절대왕조 시대 새로운 신하가 개혁을 추진하다 좌절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조선조의 홍국영이나 조광조와 비슷... 아니, 섹스 스캔들이 겹쳤으니 고려조의 신돈에 더 가까운가.
하여간 자칫 평범한 궁중 삼각관계 치정극이 될 수도 있었을 법한 이야기에 힘과 매력을 부여하는건
배우들의 호연이겠죠. 제가 좋아라 하는 매즈 미켈슨도 미켈슨이지만 (내년 초 "헌트"도 기대중!)
심약한 왕을 연기한 미켈 보에 폴스라르는 정말이지... 뭣? 이게 데뷔작이라고라??

덤으로 올 여름에 놓쳤던 "스테이크 랜드"를 케이블에서 하는걸 보았기에 마저 넣습니다.
올해 괜찮은 호러/좀비 영화가 없었기에 내심 기대하고 있었구만 벼락치기 1회 상영하고 끝내더라구요 나참.
아 근데 간만에 칭찬할만한 작품이었어요. 뱀파이어 속성이 추가된 좀비는 사실 부가요소이고
알맹이는 역시 인간성과 성장, 사명과 계승 정도라고 하겠네요. 묵시록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면에서는
재작년의 "더 로드"가 생각나기도 하고. 늦게라도 봐서 다행~
케이블에서 본 덤을 빼면 12월에는 12편이었습니다.
좋았던걸 꼽으라면 "로얄 어페어"와 "주먹왕 랄프", "아무르" 외 몇몇...정도 되겠습니다.
이제 2012년 총정리를 해야 하는군요. 하아~
11월에 본 영화들
10월에 본 영화들
9월에 본 영화들
8월에 본 영화들
7월에 본 영화들
6월에 본 영화들
5월에 본 영화들
4월에 본 영화들
1/4분기에 본 영화들
덧글
12월의 경우에는 극장에서 영화를 영 적게 봐서 블라인드 시사회로 본 가문의 귀환 (ㅋㅋ)에 얼마 전에 봤던 레미제라블 두 편 밖에 못 봤습니다. 31일에 영화 한 편 볼까 싶은데 그것도 타워...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런저런 다양한 영화 보시는 글래스문님이 부럽네요. 병원에 치료 받으러 가는 김에 겸사겸사 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CGV 극장에 들려 영화 한 편 보는 신세이다보니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찾아서 골라보기 보다는 극장에서 제일 많이 상영하는 인기작 위주로 보게 되더라구요.
서울에 있는 저도 영화 시간 맞추려면 정신없지만 지방에 계신 분들은 기회 자체가 없다는게 참.
알트아이젠 님 / 무슨 회고전이나 특별전도 아니면서 이 타이밍에 단관 개봉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저야 어떻게 맞춰 봤지만서도;;
두드리자 님 / 헉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전 왜 지금 처음 알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