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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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유리달이 본 영화들 by glasmoon



해가 바뀌고 일에 치여 다시 포스팅이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뒤늦은 2013년 결산 계속 진행합니다.
2013년은 제가 몇 가지 미친(...) 짓을 한 해이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영화였죠.
결산을 내면서 꼽아보니 한 해 동안 본 영화가 모두 195편. 이것으로 새로운 개인 기록을 작성했습니다.
영화를 공부하거나 영화로 먹고사는 입장도 아니면서, 이건 확실히 좀 과한 듯? -,.-

뒤집어보면 2013년에 그만큼 좋은 영화가 많았기에 극장에 더 자주 간 셈이기도 할텐데,
그 중 딱 열 편만 추리려고 해도 도무지 줄어들지가 않더라구요. 목록을 몇 번이나 바꾸다가,
결국 다양성을 조금 배려하는 쪽으로 손을 댄 끝에 어찌어찌 마무리 되었습니다.
근거는 전적으로 제 취향이며, 제 선호와는 무관하게 ㄱㄴㄷ순으로 적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그래비티"

2013년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최고 화제작을 꼽으라면 반드시 들어갈 영화.
일단 우주를 '실감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왕년 우주소년이었던 저로부터 무조건적인 점수를 받았거니와
3D 효과를 부각시키는 그 촬영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요약하면 간단하기 이를 데 없는 시놉시스에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담아낸 것도 플러스 플러스~
길예르모 델 토로의 덕심이 폭발한 "퍼시픽 림"도 훌륭했지만 상대가 이래서야 역부족이죠.


김병우, "더 테러 라이브"

"베를린", "신세계" 등 굵직한 액션 쪽에서도 상당한 성취를 거두었던 2013년의 한국 영화입니다만
그 중에서 한 편을 고르라면 단연 김병우 감독의 "더 테러 라이브"를 꼽겠습니다.
영화관을 나와 조금 생각해보면 의심스러운 구멍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이야기였지만
정작 상영될 때는 생각할 여지를 아예 주지않는 대단한 힘과 전개였죠. 영화가 짧은 것도 아닌데.
한국 영화의 고질병 중 하나인 '막판 늘어지기'가 끼어들 틈마저 없었다는 데서 가산점 들어갑니다.



자크 오디아르, "러스트 앤 본"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2009년 "예언자"로 처음 접하면서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했었는데요,
"러스트 앤 본"은 사랑 이야기라길래 쉬어가는 타이밍인가 했더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강렬한, 날것이다 못해 퍼덕퍼덕 튀어오르는 러브 스토리는 사랑에 무뎌진 저도 움찔하게 만드니,
이걸로 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세자르 신인상을 받았고 마리옹 꼬띠아르는 스스로 대배우임을 증명했죠.
자비에 돌란의 최근작 "로렌스 애니웨이"도 대단했지만 둘 중 고르라면 전 이걸로.


론 하워드, "러시: 더 라이벌"

"다빈치 코드" 시리즈와 같은 범작(원작의 탓인가)도 있긴 하지만, "아폴로 13"이나 "분노의 역류"에서 보듯
론 하워드는 남성적인 선 굵은 드라마를 다루는데 정평이 난 사람입니다. 그게 실화라면 더욱 배가되구요.
"러시: 더 라이벌"은 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경우인데, F1 역사에 가장 드라마틱한 해 중 하나로 꼽히는
1976년의 명승부를 배경으로 격렬하게 부딪힌 두 남자의 삶을 실로 대단하게 뽑아내었습니다.
수퍼맨 대 배트맨에 맞먹는 이런 라이벌이 시리즈가 아닌 2시간짜리 한 편에서 완벽히 완성된 예가 또 있었던가.



야론 질버맨, "마지막 4중주"

조금은 소품에 가까운 영화지만 그래도 음악 영화를 하나는 꼽아야겠기에. 쿨럭~
보통 나이먹은 사람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영화라면 좋은게 좋은거라는 식으로 쉽게 흘러갈 수도 있을텐데
인생이든 음악이든 조화와 협화만 가지고는 결코 제대로 완성되지 않는다는걸 잘 보여준 작품이었죠.
포지션에 따른 갈등 같은 업계(?)의 이야기라던가 뒤늦게 사랑 타령하는 아저씨같은 잔재미도 훌륭.
실제 연주를 맡은 브렌타노 현악 4중주단과 함께, 이제는 확연히 나이 드신 워큰옹께 경배를.


양우석, "변호인"

지금 한창 흥행 가도를 달리는 중이라 별달리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것 같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를 볼때, 비슷한 소재를 다루었던 작년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에 비해
이래저래 뒤처지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게 어필하는 데는 역시 주인공의 힘이 크다고 봅니다.
다른 캐릭터나 이야기의 진행이나 괜한 잔재주 없이 그저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것도 상당히 긍정적이었구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를 꼽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건 지금 이 세상의 형편이겠죠.



연상호, "사이비"

연상호 감독은 2011년 "돼지의 왕"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포맷과 방향성을 제시하면서도
연출면에서나 기술면으로나 아직 개선의 여지를 다소 남겨두었다고 생각되었는데,
2012년 중편 "창"을 지나 이번 "사이비"로 오는 불과 2년 사이에 그 여지를 대부분 메워버렸다는 생각입니다.
또 소재나 캐릭터나 차마 실사 영화가 다루지 못했던 영역을 애니메이션의 탈을 쓰고 과감하게 파고들었달까.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감히 이것을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의 성과로 꼽습니다.


타비아니 형제, "시저는 죽어야 한다"

일단 셰익스피어극의 영화화라면 한 수 접고 들어가는 저이고, 또 그런 영화들이 무수히 많이 만들어졌지만
'교도소의 죄수들이 상연한 셰익스피어 연극을 다시 영화화한다'는 수단은 정말 전례가 없던 것이었죠.
감옥의 좁은 마당이 로마의 광장이 되고, 중범죄자들의 얼굴이 배우의 얼굴로 변해가는 가운데
타비아니 형제는 형식론적인 장치들을 덧붙이고, 결국 배우도 관객도 예술의 본질을 깨닫기에 이릅니다.
예술이란 결코 일상의 삶과 떨어져 있지 않으며 떼어낼 수도 없다는 것을.



캐스린 비글로우, "제로 다크 서티"

"허트 로커"에 이어 비글로우 누님께서 오사마 빈 라덴을 소재로 영화 작업에 들어간 것은 널리 알려졌고
그렇기에 시나리오 완성 단계에서 빈 라덴이 사살되어 대폭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은 불안 요소였습니다.
적을 죽이고 끝나는 영웅적인 싸움보다는 끝없이 이어지는 전투 속에 의문을 던지는게 훨씬 그녀다웠으니까요.
그러나 정작 개봉된 결과물은, 적이 끝내 죽었나 말았나는 중요하지 않다는걸 역설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단언컨데, 그녀와 전 남편(제임스 카메론) 중 한 명만 살려야 한다면, 전 망설임없이 그녀를 택하겠습니다.


오멸,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 2"

근래 사회성 짙은 다큐멘터리나 어두운 과거사를 재조명하는 작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그 중 상당수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에 함몰된 나머지 영화적 완성도는 내팽개치다시피 하는 속에서
그 둘을 동시에 잡은, 아니 보다 높은 수준에서 융화시킨 "지슬"은 단연 돋보이는 위치에 있습니다.
형식 미학을 고집한 것인지 제사 절차에 따라 단락적으로 구분지은 것은 조금 억지가 아닌가도 싶었으나
그 모두가 하나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여기까지 어렵게 추린 열 편이었습니다.
꼽힌 것 외에 짤막하게나마 언급된 것들을 제외하고 후보작이었던 것들을 제목만 나열하자면
"더 헌트", "두더지", "라이프 오브 파이", "로어", "미드나잇 선", "블루 재스민", "비포 미드나잇", "셰임",
"스타트렉 다크니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오블리비언","올 이즈 로스트", "우리 선희", "인 더 하우스",
"장고: 분노의 추적자", "코리올라누스", "테이크 쉘터",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외 기타등등~

올해는 지난주 개봉작 중에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아직 개시를 못하고 있네요.
자 이제 연간 200편을 목표로! ...가 아니지. 정말 줄일래요; 몸이 못버텨요;;


2012 유리달이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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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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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원없이 영화에 미쳤던 한 해였네요. 평생 다시는 이렇게 못할 듯. 올해는 사이클이 좀 안정되는대로 월별 정리라도 다시 해볼까 싶은데... 조만간 1-2월치 올라갑니다?? 2013년의 영화들 2012년의 영화들 2011년의 영화들 2010년의 영화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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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해서 사전에 이것저것 가급적 많이 걸러내려 합니다. 주 3편 정도면 쾌적하지 않을까 싶은데... 음 그래도 한 해로 계산하면 150여편이 되나..--;; 2014년의 영화들 2013년의 영화들 2012년의 영화들 2011년의 영화들 2010년의 영화들 ... more

  • Dark Ride of the Glasmoon : 2016년의 영화들 2017-01-05 17:48:24 #

    ... 50편 정도로 더 줄이고 싶은데 잘 될지 어떨지. 하지만 당장 이번주만 해도 "너의 이름은"에 "여교사"에.. 될대로 되라죠. -,.- 2015년의 영화들 2014년의 영화들 2013년의 영화들 2012년의 영화들 2011년의 영화들 2010년의 영화들 ... more

  • Dark Ride of the Glasmoon : 2017년의 영화들 2018-01-04 17:54:23 #

    ... 영화는 모두 166편이었습니다.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니 다행이긴 한데 올해는 과연 150 아래로 낮출 수 있을지? 2065년의 영화들 2015년의 영화들 2014년의 영화들 2013년의 영화들 2012년의 영화들 2011년의 영화들 2010년의 영화들 ... more

  • Dark Ride of the Glasmoon : 2018년의 영화들 2019-01-08 20:31:01 #

    ... 요요는 오지 않을것 같습니다. 역시 취미고 덕질이고 부담 안되는 선에서 즐겁게 하는게 최고~? 2017년의 영화들 2016년의 영화들 2015년의 영화들 2014년의 영화들 2013년의 영화들 2012년의 영화들 2011년의 영화들 2010년의 영화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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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태천 2014/01/08 22:31 # 답글

    <더 테러 라이브>는 확실히 마지막까지 몰입하게 해주는 힘이 좋았습니다.
    <다크 나이트> 이후로 중반 이후에 시간이 얼마나 됐나 생각을 안해본 작품이었죠.

    <마지막 4중주>... TV에서 영화소개만 대강 보고 관심이 생길락말락하다가 넘어갔는데, 볼 걸 그랬군요...oTL

    전 작년에 몇편 안 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저는 죽어야 한다>와 <퍼시픽 림>을 꼽겠습니다.
    가만... 후보작에도 <퍼시픽 림>이 안 보이는...(응?)


    p.s 그런 그렇고, 1년에 195편이라니...ㅡoㅡ) B파이터 프로젝트가 기별이 없는 이유가 있었군요.(응?)
  • 노이에 건담 2014/01/09 02:05 # 삭제 답글

    작년 한해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올해는 하루에 한편씩 365편 도전에 성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가 아니라 무리하시지 말고 건강하게 좋은 영화 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동사서독 2014/01/09 21:50 # 답글

    작년 극장가의 특징이라면 흘러간 옛 명작 재상영 붐이 일어났던 것도 꼽을 수 있겠지요. ^^ 라붐에 터미네이터2에 중경삼림에 동사서독에 거기다가 거대로봇물인 퍼시픽림과 남영동, 변호인도 과거의 어딘가를 생각나게 만드는 영화들이었죠.
    그래비티도 비록 몸은 우주를 떠돌지만 구양봉이 도화도의 연인을 그리워하듯 죽은 딸과의 과거를 그리워했으니...
  • 두드리자 2014/01/10 02:21 # 삭제 답글

    아쉽게도(?) 이번에는 200회 돌파에 실패하셨군요. 과연 다음에는?
  • glasmoon 2014/01/11 16:28 # 답글

    태천 님 / 퍼시픽 림은 그래비티 얘기할때 언급했잖아욧.
    B 파이터 프로젝트는 볼 C형 한정질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무기한 파업중입니다??

    노이에 건담 님, 두드리자 님 / 어찌될지 모르지만 당장 1월 초는 관심작이 없어 쉬고있네요^^

    동사서독 님 / 그러게요 재개봉이 엄청 많았는데 한정된 시간에 쫓겨 정말 본건 몇 안됐던;;
  • dorachu 2014/01/13 11:51 # 삭제 답글

    사이비 정말 최고였습니다! 약간 부자연스러운 동화가 거슬리지만 참으로 스토리가 잘 짜여진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 glasmoon 2014/01/14 16:35 #

    동화는 저렴한 3D 랜더링의 한계를 보여주지만 그 덕에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지 않았나 싶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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