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만에 재개된 유리달의 1/1 모터사이클 리뷰 두 번째는 BMW 모토라드의 R nine T 입니다.
가만, 이 포스팅 시리즈였어?

작년 BMW 모토라드는 자사의 설립 90주년을 기념하는 새로운 모델을 발표 예고했습니다.
키워드는 카페레이서를 표방하는 레트로 스타일이라는 것. 전통의 복서 엔진은 물론이구요.
롤랜드 샌즈 디자인과 협력한 Concept Ninety에 이어 공개된 양산 버전의 이름은 R nine T, 통칭 '나인티'.

애초 공개된 일러스트 및 거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현행 복서 로드스터인 R1200R을 기반으로 소형 경량화 및 복고적 고급화를 표방하였습니다.
BMW 모토라드 최초의 모터사이클이었던 R32을 시조로 하며 70년대의 /5 시리즈 모델이 중시조,
그리고 이름에서 보듯 그 고급 모델이자 처음으로 페어링을 달았던 R90S가 직계 선조가 됩니다.

자동차건 모터사이클이건 각종 전자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BMW 이건만
성격이 성격이다보니 안전과 직결된 최소한의 장치, 즉 ABS를 제외한 나머지는 거의 모두 배제되었고
대신 부품들과 외장에는 각종 고급 자재들이 아낌없이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프론트 서스펜션을 보자면 현행 R 시리즈 기본인 텔레레버가 빠져나간 대신
구식(?) 텔레스코픽이라도 수퍼 스포츠 모델인 S1000RR에서 사용되던 고급품을 가져오는 식이죠.

인테이크에 씌워진 'nine T'의 이름이 각인된 플레이트나 시트 아래의 프레임 연결부가 무척 호사스럽군요.
BMW가 이런 짓은 참 안하는 편인데, 90주년의 이름값이 크긴 큰가 봅니다.
엔진은 작년부터 도입된 공/수랭식 신형이 아닌 기존 공랭 엔진(DOHC형)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 엔진을 사용하는 마지막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 모델이 이런 타이밍에 만들어진 것도
수랭식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기념비를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죠.
엔진의 실린더 헤드는 그냥 그대로 놔두는 편이 보다 아름답지만 혹시라도 넘어지는 날엔 출혈이 크기에
어쩔 수 없이 알루미늄 가드를 씌웠습니다. 나인티가 알루미늄 디테일이 많다보니 다행히 어울리는 편.

이 정도 사이즈의 클래식 모터사이클이라면 구동계의 최종 전달을 닥치고 체인으로 하는게 맞겠지만
초창기부터 '복서 엔진에 샤프트 드라이브'를 고집했던 BMW 모토라드인만큼 당연히 샤프트 방식입니다.
중량과 비용이야 어찌됐건, 저도 이제 체인 청소의 압박에서 해방되는군요. 고장만 안나면 되는데..?
타이어 사이즈는 R1200R과 같으며 출고시 장착되는 콘티넨탈과 메첼러 중에 저는 메첼러 Z8로 왔습니다.
먼저 F800R에서 Z8로 교체하자마자 내보내는 바람에 별로 써보지 못했던게 다시 돌아온 셈?
(역산하면 기존 미쉐린 파일럿 로드2를 3만 가까이 탄 셈;; 내가 탔지만 정말 대단하다;;;)
클래식과 레트로를 강조하는 모델에서 스포크 휠은 당연한 선택이지만 덕분에 튜브가 들어가게 되었으므로
펑처에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일단 보험삼아 펑처 방지액(Ride-on)을 주입해 두었죠.

구동계의 반대편에는 사일랜서가 트윈으로 뽑혀 나와 있습니다.
외부에 가늘게 새겨진 음각 라인에서 보듯 순정부터 아크라포비치 제품을 채용하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nine T에게 첫인상을 부여하는게 디자인이라면 마무리는 배기음으로 끝장을 냅니다.
최소한 제가 들어본 R계열 복서 엔진 배기음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이 감성적인 2기통의 낮은 배기음이 차갑고 기계적인 높은 엔진음과 맞물려 만들어내는 화음은
그 소리를 잘 듣기 위해 풀페이스가 아닌 오픈페이스 헬멧을 쓰고 싶을 정도니까요.
끝단의 볼트를 풀어 엔드팁을 빼면 음량이 좀 더 커지는데, 저로서는 그럴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습니다.
그 외 순정 옵션으로 탱크 좌우에 고무 니패드와 동승자 시트 자리에 알루미늄 캐노피를 장착했군요.
캐노피는 속이 비어있어서 소형 디지털 카메라, 모자, 장갑 정도를 수납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알루미늄 실린더 헤드 커버와 함께 필수 악세서리 3종이 되지 않을지?

이렇게 감성적인 면을 극대화한 대신이랄까, 오히려 그 부분들을 강조하기 위해서랄까,
ABS를 제외한 최신 전자 장비는 물론 기본적인 편의 장치도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유온 게이지와 연료 게이지는 R1200R에서부터 삭제되었다니 -그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렇다 쳐도
차종 불문 필수 옵션이 된 열선 그립도 없고, 심지어 외부 기온을 표시하는 온도계도 없습니다.
이건 정말 감성적인 모터사이클이니, 라이더의 온몸으로 느껴라~ 인 걸까요.
이하 며칠간 오가면서 찍은 사진 몇 장 올립니다.




함께 잠시 다녀본 소감은, 정말 멋지다 - (배기량에 비해) 조금 작네 - 소리 대박 - 의외로 재밌는걸? 순.
제 라이딩 경력이 짧고 익숙할만큼 탄 것은 F800R 뿐이라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F800R은 물론 잠깐 앉아봤던 이 녀석의 소체(?), R1200R과도 꽤 다른 느낌입니다.
시트가 좀 낮고 스탭은 약간 전방, 핸들은 살짝 넓고 서스펜션은 부드러워진 것이 어찌보면
시동을 걸고 출발하여 시내를 다닐 때는 R1200R과 포티 에잇(할리 데이비슨)의 중간쯤이랄까?
즉각적으로 움직인다기보다 반템포 늦게 따라오는 편이지만 묘한 경쾌함에 탑승자의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그러다 탁 트인 길을 만나 RPM을 올리면 언제 그랬냐는듯 달리기 시작하구요.
물론 윈드실드 비스무리한 것도 없이 주행풍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니 고속 순항은 난감하지만서도.
일단 도시 및 근교용 클래식 로드스터를 표방한 모델이고 거기에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겠으되
저처럼 한적한 코스로 1박이나 2박쯤 유유자적하게 때론 달리기도 하며 라이딩하는 분이라면,
게다가 클래식하고 레트로한 스타일에 껌뻑 죽는 분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네요.
저로서는 어릴적부터 가졌던 바이크에 대한 로망의 결정체같은 녀석이니
앞으로 쭈욱 함께 또 안전하게 잘 다녀보겠습니다.

길은 들여야겠고 모처럼 쉬는 날이고 해서 며칠전 강화도 옆 석모도를 한 바퀴 돌고 왔습니다만
보기만 해도 가슴이 씻기는것 같던 바다가 이번엔 다른 느낌으로 오더군요.
이번 사고에 희생된 많은 분들의 안식을 다시 한 번 빕니다.
덧글
저도 바이크에 대한 로망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만 두바퀴 탈것은 자전거 이후로 타 본적이 없네요.
저배기량 스쿠터 정도로 시작해 보려고 해도 의외로 또 클래식 스쿠터라는 놈이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는..orz
Avarest 님 / 스쿠터라는게 또 가격 편차가 큰 편이죠. 대체로 클래식 모델은 이것저것 덧붙여서 비싸긴 합니다.
bullgorm 님 / 그러니까 전 더블오보다 엑시아가 좋다니까요!
르혼 님 / 독일어로 모터사이클을 Motorrad라고 합니다. 보다 정확한 발음은 '모토라트'겠죠^^;
엔진고동감이 어떤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고단 저알피엠에서 스로틀 돌릴때 쿵쿵쿵 느껴지는 잔진동을 워낙 좋아해서..ㅎㅎ
r12r은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이었거든요..
며칠전엔 조강지처(할리 팻보이)를 끌고 교통안전관리공단인가 하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부터는 바이크도 2년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연식이 꽤 된 제차는 거의 첫타자로 "검사받으세요"하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평소 관리를 잘해줬더니 배기가스는 무사통과, 머플러도 순정상태인지라 소음도 무사통과했는데
할리 머플러 개조해서 큰소리 내고 다니는 양반들 줄줄히 걸렸더군요. 소음규정은 꽤 엄격하게 적용하는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저는 결국 바이크 두대 키우는 방향으로... ㅡㅡ;
확실히 나인티가 좀 더 날것이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저RPM에서요. ^^
brian 님 / 으아니 첫 바이크가 나인티라니 복받으셨군요 *ㅁ*
하긴 저도 F800R로 초보티 면하고 딱 업글 타이밍에 이런게 나와서 어찌나 고마운지.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 하세요~ ^^
두드리자 님 / 요새 투어러들은 열선 시트, 전동 윈드스크린, 조절식 서스펜션까지 달고 나옵니다;
워드나 님 / 제 F800R도 내보내고 나니 정기검사 받으라고 날아오더군요^^
그나저나 결국 두 집 살림을 하기로 하신 겁니까? 날씨 좋은 주말마다 서로 나간다고 싸우겠네요^^;
지인의 블로그를 보다보니 등장하셔서 보니 저(k1300r)랑 r1200gs랑 투어 나가면서 횡성 즈음인가에서 추월해 지나갔던 그 나인티 같아서요.
어렵게(?) 만났는데 얘기도 나누지 못해서 안타깝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