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도 답사'라는 다소 뜬금없는 프로젝트를 시작한게 재작년 4월 말이었으니 어느덧 만 2년.
우여곡절 끝에 상당수를 완주하고 이제 약 십여 개가 남았으니 슬슬 그 끝이 보이는 참인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최대 난관으로 여겨졌던 길이 둘 있었으니...
그 하나로 전국 남해안과 서해안에 띄엄띄엄 산재된 77번 국도는 도대체 정리되지 않아 포기,
남은 하나가 강원 양양에서 전남 광양까지 길게 이어진 '대한민국 최악'의 국도, 59번입니다.

전체적인 개괄을 보면 크게 돌아가는 부분 없이 무난한 선형으로 보이지만
그 실체는 거의 대부분이 산을 끼고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매우 난이도 높은 코스의 집합체입니다.
그러나 그 난점이 반대로 강점이 되기도 하니, 산과 계곡을 끼고 달리는 풍광은 가히 최고 수준이죠.
저로 하여금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계기 중 하나도 왕년 큰애로 예천에서 서울로 올라오다
그저 빠른 길이겠거니 하고 들어갔던 59번 국도의 입 떡 벌어지는 경치였으니까요.

그러나 그걸로도 해결되지 않는 장애 요소가 있으니, 무려 비포장 구간! 두둥~
59번 전체에 걸쳐 포장 도로가 아닌 구간이 세 곳 남아있는데... 자세한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죠.
이번에 달릴 구간은 가장 북쪽인 양양군 양양읍에서 강릉시 연곡면까지 약 40 킬로미터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약 절반에 가까운 현북면에서 연곡면까지의 후반부는 비포장;;

일단 서울에서 출발하여 홍성의 구성포 교차로에서 56번 국도를 타기로 합니다.
왜 곧고 빠른 44번을 놔두고 56번이냐면, 아직 인증을 하지 못했으니까--;

동해안 북부로 이어지는 도로 중 6번이나 44번에 비해 덜 달리게 되는 56번 국도인데,
좁고 구불구불하지만 교통량이 적고 경치가 좋아 저로서는 꽤 좋아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국도변 마을 입구에 세워진 장승도 만나고

맑은 물소리가 울리는 계곡을 따라가

약수산 옆의 구룡령을 넘어

구불구불한 연속 헤어핀을 땀빼며 내려가면

양양 입구에서 7번 국도를 만나며 길이 끝나죠.

왕년 큰애와 왔던 낙산 해변에도 가보고

그 아래 수산항에도 들렀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59번 국도를 시작합니다.

길 끊긴다는 경고 표지판들 속에 점점 산으로 간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막다른 길...까진 아니고, 왼쪽 옆으로 비포장 도로가 이어져있습니다.

그리고 순간이동 뿅! 6번 국도와 만나는 포장 구간으로 뚫고 나...온 건 아니고,
418번 지방도와 7번 국도로 크게 돌았습니다. -,.-
사실 59번 국도의 다른 비포장 구간에 비하면 어려운 코스는 아닌데,
혼자서 나인티를 몰고서는 좀 꺼려지더군요. F800R이었다면 한 번 도전해볼 만도 했건만.
(어차피 넘어져봐야 영광의 상처가 하나 늘어나는 것 뿐이고 쿨럭~)

이 구간에 부연동 휴양림과 계곡이 있고 최근 체험 마을과 캠핑장까지 생긴 덕분에
왕래가 많아지기도 해서 자동차라면 큰 무리없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찍지 못했으므로 다음 로드뷰에서 한 컷. 대충 감 오시죠? 흐흣~

하여간 전 거기에서 바이크를 돌려 진고개를 거쳐 복귀했죠.
오대산을 넘자니 초보 시절의 겁없는 첫 전국 투어때 펑크나서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인티와 함께한 첫 장거리 달리기는 522킬로미터였습니다.
연비는 5.1l/100km, 환산하면 약 19km/l로군요.
배기량이 배기량이다보니 이전 F800R보다 연비가 떨어지는건 도리 없는 듯.
뭔가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맛배기만 하고, 59번 국도의 본격 답사는 다음에 계속됩니다!
지금까지 완주한 국도: 1, 2, 4, 5, 6, 13, 15, 17, 18, 21, 23, 25, 27, 29, 30, 32, 33, 34, 36, 37, 38, 39, 40, 42, 43, 44, 45, 46, 47, 48, 56, 67, 75, 79, 82, 87, 88.
덧글
구간에 따라선 엔듀로나 듀얼스포츠로 랠리를 해도 손색이 없다고 들었는데...
제 지금 차로는 아마 어려울 것 같고, 한번쯤 MTB로 달려(?)보고 싶습니다.
비공개 님 / 에 진짜 오지는 따로 있더란;;
워드나 님 / 이번 구간은 듀얼퍼포즈 모델이라면 즐겁게 달릴 수 있을 듯합니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요. ^^
Centigrade 님 / 할리 데이비슨은 올해 가격을 대폭 올렸더군요. 뭔 생각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