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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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N.EX.T(World,1995), Nodance(1996), Monocrom(1999) by glasmoon



뭔가 써야겠다는 생각에 끄적거리기 시작한 것이 며칠이 지나도 하염없이 길게 늘어져
이게 무슨 부질없는 공염불인가 싶어 다 지워버리고 리셋합니다. --;;

그러니까, 약 25년에 걸친 그의 작업들 중 제가 좋아했고 또 영향 받은 게 90년대 후반에 몰려있더군요.
그 당시가 그의 음악적 전성기(?)였던 것인지 제가 음악적 확장기(??)였던 것인지 둘 다인지...




"The Return of N.EX.T part 2 - World" 라는 다소 허세가 낀 긴 제목을 가지고 있는 1995년작은
굴곡이 많았던 신해철의 성과들 중 최고이자 N.EX.T의 작업물 중 밴드 음악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기에
처음 들었을 당시의 충격과 함께 두고두고 애착이 가는 그런 음반이었죠.

윤상과의 협업 프로젝트였던 "노땐스"(1996)는 다소 언밸런스하게 보였던 조합에 대한 우려를 깨며
한국식 일렉트로니카(테크노)의 프로토타입을 제시하여 저에게도 해당 장르에 대한 관심을 주입하였으나
정작 테크노에 대한 국내 대중들의 인식은 이후 이정현의 히트곡으로 인해 다소 엉뚱한 것으로 고착화;;

이러한 전자 음악의 기반에 록의 요소를 강화한 프로젝트 "Monocrom"(1999)은
하나의 앨범으로서의 유기적 완성도에 국한하자면 그가 발표했던 모든 음반들 중 최고로 꼽는 작품이죠.
이 또한 훗날 주다스 프리스트와의 표절 시비라는 다소 엉뚱한 방향에서 조명을 받게 됩니다마는 흐음.


이후 다양한 음악적 변화와 음악외적 활동을 지켜보면서,
천상 하드록/헤비메탈 리스너인 제 입장에서는 그에게 차라리 다방면의 재능이 주어지지 않았더라면,
그의 관심과 흥미가 좀 더 좁은 범위에 집중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쭈욱 가지고 있었더랬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다양한 스펙트럼들이 켭켭이 테를 이루는걸 보면서
언젠가 원숙하고 나이먹은 나무가 되었을 때 정말 빛나는 결실을 맺으리라 기대했지요.
이제는 그 아쉬움도 바램도 모두 소용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마는.

누가 뭐래든 그는 저에게 있어 90년대를 관통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션이었습니다.
영면을 빕니다.




이제 빛이 되어 가시구려



덧글

  • 두드리자 2014/11/06 20:41 # 삭제 답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glasmoon 2014/11/06 22:03 #

    뭔가 더 하고싶은 욕심이 많았겠지만, 이제 편히 쉬기를...
  • 소시민 제이 2014/11/06 20:46 # 답글

    앨범 넥스트에 있던 코메리칸 블루스가 정말 충격이었죠.
  • glasmoon 2014/11/06 22:05 #

    "압구정..." 사운드트랙의 원곡보다 여기에 실린게 훨씬 좋았죠.
    그러고보면 모노크롬에 실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는 크래쉬의 리메이크가 더 좋았던 듯도?
  • 랜디리 2014/11/06 21:21 # 답글

    "N.EX.T의 작업물 중 밴드 음악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기에"

    적극 동감합니다. 넥스트의 각 앨범들에 대해서 좀 더 긴 리뷰를 써 보려고 요즘 몇 번씩 다시 듣고 있는데, 1집의 경우는 시기상으로 보나 소리로 들어보나 신해철의 독집 작업 중에 넥스트가 결성된 게 아닌가 싶더군요. 2집의 경우도 이후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밴드구성으로 만들어진 앨범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4집의 경우는 신해철의 컬러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고.

    뭐 어쨌든 훌륭한 뮤지션이었던 만큼, 남은 사람들이 좀 더 애정어린 기억을 가지고 제대로 평가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 glasmoon 2014/11/06 22:08 #

    저역시 적극 공감합니다!
    사실 이 포스트를 쓰다보니 넥스트에 대한 구질한 서론과 World 각 트랙에 대한 장문의 리뷰로 변질되고있어서 싹 지우고 덜어내버렸;;
    랜디리님의 적극적인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아마 이렇게 음악적으로 왈가왈부하는걸 그 사람도 그곳에서 좋아할 겝니다. R.I.P.
  • genO 2014/11/06 22:44 # 답글

    파트2가 밴드음악다웠다라는건 아마도 김영석씨 덕이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지훈이나 에메랄드캐슬.노바소닉의 사운드 냄새를 볼때요.

    여튼....안타까워서 술과 담배를 멀리 할수가 없는 요즘입니다.

  • TokaNG 2014/11/06 23:32 # 답글

    저도 저 세 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거기에 넥스트 2집이랑 정글 스토리까지 꼽아서 다섯 장이 최고인 듯.
    비트겐슈타인은 사놓고 몇 번 듣지도 않았...

    너무 황당한 소식이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런 불길한 거짓말 하지 말라고 버럭 화까지 냈었는데, 정말 안타깝습니다.ㅜㅡ
  • 노이에건담 2014/11/06 23:45 # 답글

    개인적으로는 무한궤도와 솔로 1,2집 시절의 노래들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그 시절의 노래들이 제 평생의 첫 음반들이라서 그런지 더 애착이 가네요.

    너무도 빨리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게 된 것이 아직도 믿기질 않습니다.
    해철이 형 왜 이렇게 빨리 가셨어요? 아직도 우리에게 들려줄 음악이 너무도 많이 남아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LApost 2014/11/07 00:23 # 삭제 답글

    오래전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로 SF 시나리오 습작을 했던 적도 있었더랬는데, 행님이 말하는 사라짐이 이런식은 아닐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동사서독 2014/11/07 08:26 # 답글

    저는 비잉 앨범을 참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좋아하구요.
    비잉이 에일리언 1, 월드는 에일리언 2 그런 느낌??
    어쩌면 대부 1, 대부 2, 영웅본색 1, 영웅본색 2 ??
    노래방에서 이중인격자 부르던 생각이 나네요.
    중간은 없다~ 이 부분을 잘 처리해야 했었죠.
    군대 가기 전에 비잉 앨범, 제대하고 나서 라젠카 앨범의 노래들을 노래방에서 참 많이 불렀었는데...
    그러다보니 노래방에서 부르지 않은 월드 앨범보다 비잉, 라젠카 두 앨범에 애착이 더 간달까요.
    갑작스런 죽음이 믿겨지지 않아요. 신중현, 한대수씨처럼 늙을 줄 알았는데...
    신해철 위밴드..라는 검색어가 뜨길래 We Band라는 새로운 밴드를 결성했나? 이런 생각을 햇더랬죠.
  • 2014/11/07 14:0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glasmoon 2014/11/07 15:55 # 답글

    genO 님 /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여간 밤마다 술 생각이 간절합니다..

    TokaNG 님 / 세월호도 그렇고, 말도 안되는 황당한 소식이 줄을 잇는 한 해입니다. ㅠㅠ

    노이에건담 님, 비공개 님 / 대중적인 임팩트는 확실히 그 때가 가장 컸죠?
    전 좀 더 나이먹으면 데이빗 보위와 비슷한 아우라를 풍기지 않을까 기대했더랍니다만 ㅠㅠ

    LApost 님 / 그런 작업도 하셨었군요. 그저 아쉽고 안타까울 뿐입니다..

    동사서독 님 / 아마 평가는 Being 쪽이 좀 더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여간 너무나 갑작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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