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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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의 과학 by glasmoon



작년 영화계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인터스텔라"가 개봉할 즈음에
저명한 물리학자가 제작에 참여했느니 영화를 만들면서 논문을 썼느니 하는 기사를 보셨을 겁니다.
다분히 영화 홍보를 겸해 다소 과장된 내용일 거라 짐작했고 실제 그러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명한 물리학자'가 참여했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었죠. 바로 이론물리학자 킵 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는 영화의 개봉에 맞추어 그 이론적 뒷받침과 해설을 담은 책을 펴내기에 이릅니다.
그 책, "The Science of Interstellar", 국내 정발되었습니다.



북미 현지에서의 소식을 들으며 참 궁금하긴 한데 이런걸 영어로 읽어봐야 쉬 이해할것 같진 않고
손가락만 빨아야 하던 참에 국내 출간 소식을 듣고 만세를 불렀더랬죠.
지난달에 나왔건만 일은 바쁘고 술술 읽히는 내용도 아니다보니 시간이 꽤 걸려버렸습니다.
원본으로부터 표지가 바뀌었는데, 거 참... 이런게 국내에 먹히는 분위기인가요??



목차는 이러합니다. 대체로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는 편이군요.
저자인 킵 손은 스티븐 호킹의 선배이자 절친으로 이론물리학계에서 가장 이름있는 이들 중 한 명입니다.
호킹을 주인공으로 지난 연말 개봉했던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도 조역 캐릭터로 등장했었죠.
호킹 외 여러 학자들과 같이 낸 "시공의 미래" 외 다수의 책을 썼...다는데 직접 읽어본 건 없습니다^^;
번역에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철학을 공부한 뒤 시인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과 함께 다수의 과학 서적을 옮기신 전대호 님께서 애써주셨습니다.



칼 세이건의 "콘택트"의 집필이나 영화화에도 참여했던 킵 손과 할리우드의 인연이나
작품을 만들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외 여러 제작/출연진들과의 비화 등으로 장식된 서문을 지나
1장 기초편에서는 이름 그대로 천체물리학의 상식에 속하는 내용들을 확인합니다.
이 책이 어디까지나 대중을 향한 서적이므로 수식같은건 거의 없이 쉽게 풀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확인은 확인. 고등학교나 대학 교양 수준의 사전 지식은 있는 편이 보다 읽기 쉽겠죠?
이를테면 항성이 죽으면서 그 질량에 따라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 블랙홀 등이 된다고 언급되지만
'왜' 그렇게 일생의 마무리가 달라지는지에 대해서까지 설명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1장의 후반부는 중력과 기조력의 이야기에 무게가 실리면서 높은 중력에 의해 빛이 굴절되는
'중력 렌즈 효과'가 언급되는데, 2장 가르강튀아에서는 그 초거대 블랙홀의 여러 면모들과 함께
왜 영화상에서 블랙홀이 아름답지만 생소한 모습으로 등장했는지를 중력 렌즈 효과로 설명합니다.
즉 우리가 보았던 가르강튀아는 적당히 있음직하게 그려낸 완전한 허구의 산물이 아니라
설정된 조건 하에서 수학/과학적으로 계산된 초거대 블랙홀의 모습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
이런걸 전에 아무도 한 적이 없으니 우리도 처음 보고 제작진은 논문도 쓰고...



적잖이 부실한 면이 있는 3장을 지나 4장 웜홀과 5장 가르강튀아 주변 탐색이 이어집니다.
SF에서 웜홀이 -실현 가능성의 여부를 떠나- 초장거리 우주 여행의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
칼 세이건의 "콘택트" 전후로부터일텐데, 애초에 세이건은 그 수단으로 블랙홀을 생각했고
그것을 웜홀로 대체하고자 조언한 이가 킵 손이었다는군요.
그와 함께 밀러 행성과 만 행성의 극한적인 환경에 대해서도 영화 개봉 뒤 소소한 논란이 있었는데
킵 손의 계산에 따르면 보편적인 경우는 아니더라도 일단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고 합니다.



원래 영화든 이 책이든 기본적으로 블랙홀에 관한 내용이므로 시공간의 뒤틀림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6장 극한의 물리학과 7장 클라이맥스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다차원의 시공을 다룹니다.
그런데... 음..;; 어디까지나 평범한 3차원의 인간인 제가 머릿속으로 완전히 이해한것 같진 않네요.
최소한 문장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었건만 그 다음 문장에서 또 한번 꼬아버리는 식이니^^;;
하여간 저차원의 존재가 고차원을 직접 인식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운만큼
저자 또한 영화 후반의 테서랙트(작중 큐브로 번역됨)의 환상적 표현에 감탄하셨던 모양.
저야 과학을 공부한지도 이쪽 분야의 서적을 읽은지도 아주 오래되었으므로
관련 분야에 종사하거나 계속 공부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보다 쉽게 쏙쏙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이렇게 전체 318페이지에 걸쳐 영화의 배경과 현상에 대한 설명이 끝납니다.
다만 서두에 미리 밝혔던 것처럼 이것은 과학 서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영화적 장치에 대한 해설이므로
연출을 위한 토대(아름답고 거대한 블랙홀, 시공간 여행, 중력 이상, 시간 지체)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뿐
그러한 장치들이 우주적 보편성을 따르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겠죠.
은하 중심에 있음직한 초거대 블랙홀인 가르강튀아의 중력에 비해 둘러싼 강착 원반이 너무 수수하다거나
이주를 검토하는 행성이 평범한 항성계의 별이 아니라 블랙홀의 사건 지평에 가까운 가혹한 환경이라거나
기타 등등 과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이 하나둘에 그치지 않았을 테니까요.
물론 우주는 상식과 확률을 거부하는 곳이니 익숙하고 뻔한 배경보다 확실히 재미있기도 했죠?

또 저자의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웜홀의 도움을 받았더라도 행성간 이동 정도는 아주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인듀어런스호의 동력원이라던가
똑같이 인공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 땅파고 들어가는 쉬운 길을 마다하고 우주 공간으로 나와야 했냐는 의문,
거기에서 파생되는 단시간내 전체 인류의 이주 문제 등등 아직 만족할만한 해답을 듣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책이나 여타 자료가 발표되기 전에는 연출을 위한 영화적 수단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이정도 수준까지 과학적 뒷받침을 내놓은 영화도 좀처럼 없었으니까요.

자, 이제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달려가셔야죠!?


별들의 사이에서


덧글

  • 키르난 2015/02/04 19:20 # 답글

    오오.+ㅅ+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찾아보러 갑니다!
  • glasmoon 2015/02/04 20:43 #

    가격의 장벽을 잘 극복하시길 빕니다?
  • LApost 2015/02/04 20:00 # 삭제 답글

    책값이 너무 비싸요. 책값을 보는 순간 영혼이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로 빨려들어가 원자단위로 분해되는 느낌이 들었..은 뻘 소리고 아무튼 책값도 그렇고 편집도 그렇고 번역판은 비판도 좀 듣고있더군요.
  • glasmoon 2015/02/04 20:50 #

    그게, 원판 자체가 그래요. 판본이나 종이의 질이나 좌우의 여백이나 올컬러 인쇄나 그 결과인 가격까지도요.
    저자께서 워낙 그쪽 책을 써오셔서 그런지 그런 편집을 좋아하시나봐요^^;;
  • LApost 2015/02/04 22:04 # 삭제

    그래도 기다렸던 책인만큼 나오자마자 냉큼 구입하긴 했습니다. ^^;;
  • 함월 2015/02/04 22:10 # 답글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리즈 오마쥬로 떡칠한 영화가 이렇게 흥행했는데도, 복간 한 번 안해주는 우리나라 사정상 쾌거로군요(···)

    근데 이 20세기 삘 충만한 표지 퀄리티. 최소한 표지에 저 폰트는 아니지 않나...ㅠㅠ
  • glasmoon 2015/02/11 19:13 #

    대학 시절 천문학 교양 강좌를 들을 때의 교재가 딱 저랬던 것 같습니다^^;;
  • 노이에건담 2015/02/05 02:13 # 답글

    국내판 표지가 영화 포스터가 아닌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겠군요.^^;;
  • glasmoon 2015/02/11 19:14 #

    하긴 사이언스북스판 "콘택트"는 영화 포스터를 그대로 달고 나왔죠 -,.-
  • 두드리자 2015/02/05 20:53 # 삭제 답글

    특이점 두 개 사이에 끼는 건 솔직히 너무 어지럽더군요. (왜 책 한 권 보는데 머리를 싸매야 하는 걸까)
  • glasmoon 2015/02/11 19:15 #

    내 머릿속에 블랙홀이 이써~ 라는 느낌이랄까 orz
  • 더지 2015/07/27 17:35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졸업한 문과생입니다. 인터스텔라를 보고 이런 종류의 책을 찾고 있는데 혹시 위에서 언급하신 교양수준의 책을 하나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glasmoon 2015/07/27 19:00 #

    음 어느 정도의 책을 찾으시는지 잘 모르겠는데, 다른 책을 찾고 계실 정도면 유명한 "코스모스"나 "창백한 푸른 점"은 읽어보셨죠? 칼 세이건의 책들은 수식이 거의 없어 흥미롭게 잘 읽히는 인문서에 가깝죠. 스티븐 호킹이나 킵 손의 다른 책들은 딱히 추천하기 어렵고, 기초부터 풀어 이해하려면 역시 교양 강좌 교과서 수준이 좋을텐데... 마침 "우주의 본질"이라는 책이 번역되어 바로 지난주(!)에 출간되었네요. 원서는 국내의 여러 학교에서 쓰고있을만큼 좋다 들었는데 번역이 잘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형 서점에서 먼저 한 번 훑어보시면 어떨런지^^;? 제가 대학 시절 교과서로 본 책은 형설출판사의 "교양 천문학"이었던 듯한데 (제목이 이렇게 구리진 않았던것 같은데 저자나 출판사를 보면 맞는듯;) 비전공자 관점에서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마는 워낙 오래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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