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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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비극, 두 개의 탑 by glasmoon




다행스럽게도 나의 얕은 덕력은 판타지 쪽으로까지는 뻗지 못하여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과 같은 톨킨의 작품은 영화 시리즈로만 접하는게 고작이었던데다
그나마도 열광했다기보다 '주위에서 하도 떠들어대니 나도 봐주마' 식의 뻣뻣한 자세를 고수했다.
그러나 그 중 하나, 이야기의 본 가지에서 살짝 벗어난 사변 취급인 "두 개의 탑"에만은 매료되어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반복 감상하게 되었으니...


매료된 첫 번째 이유는 로한이라는 나라의 이야기.
황무지가 대부분인 국토, 거창한 이름과 달리 초라한 궁성은 중세 영국을 그대로 옮겨놓은데다
저주받은 국왕과 왕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셰익스피어식 비극이 아닌가.
거기에다 낭만적인 방랑 기마대의 이미지까지 입혀졌으니 무얼 더 바라리오.

그 두 번째 이유는 어떤 위대했던 인물의 이야기.
가장 위대한 존재(중 하나)에서 가장 밑바닥까지 타락하는 사루만의 안타깝기 그지없는 행보는
전작 "반지 원정대"에서 크나큰 유혹을 힘들게 뿌리쳤던 갈라드리엘의 경우와 맞물려
절대 권력에 대한 과하고 헛된 욕심이 인간(혹은 그를 넘어선 존재)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판타지라는 장르의 힘을 빌어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 복잡다단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한 것은 바로 그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였으니
전성기를 훨씬 지나 감초급 조연으로 회자되던 그 이름을 다시 영화사의 전면에 부각시키며
90세를 넘어서까지도 정력적인 활동으로 뭇 배우들의 귀감이 되었다.


크리스토퍼 리, Sir Christopher Frank Carandini Lee, 1922년 5월 27일 태어나 2015년 6월 7일 돌아가다.
절친 피터 쿠싱께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타박하진 않으시기를.

멋진 인생을 살다 천수를 누리고 편히 가셨으니 응당 기뻐해야 할 일이나
그 하얀 수염 사이로 울리던 멋진 음성을 앞으로 들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어찌 감추랴.



덧글

  • LApost 2015/06/12 19:46 # 삭제 답글

    저는 덕질의 시작과 원천이 톨킨인지라...처음에는 영화의 변절한 사루만이 다색의 사루만으로는 안나온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아쉬움이 있었는지만, 이를 가볍게 보이지 않게 영상화하기는 어려운 작업이겠다는 생각이 곧 들었습니다. 왕의 귀환 개봉판에서 사루만 등장 장면들이 편집되어 버린 것에 크리스토퍼 리 옹이 화를 낼 때 저도 같이(?) 화를 냈던게 생각나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동사서독 2015/06/13 00:41 # 답글

    저는 '반지전쟁'이란 제목으로 국내에서 책이 출판되던 시기에 책을 읽었었는데 이후 영화 제작 소식을 보고 사루만 역할에 '크리스토퍼 리'라기에 정말 멋진 캐스팅이라고 생각했었답니다. (반지전쟁 ^^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간달프 역 배우는 영화 장미의 이름과 의적 로빈후드, 007 제임스 본드 등으로 유명한 숀코네리 ^^) 크리스토퍼 리 본인도 엄청난 톨킨 매니아었다고 하더라구요. 2차세계대전에 특수부대요원으로 참전하셨다나 뭐라나... 그럼에도 90 넘도록 장수하셨고 영화적 명성을 남긴데다가 덕심까지 채우고 가셨으니 대단하다고 해야겠죠.
  • 엘레시엘 2015/06/12 20:33 # 답글

    '목소리 그 자체가 마법'이라는 사루만을 정말 그대로 스크린에 재현해냈었지요. 그 낮게 깔리면서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라니...
  • 2015/06/12 23: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두드리자 2015/06/12 23:41 # 삭제 답글

    크리스토퍼 리가 간달프를 맡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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