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여름 구경은 장마 전에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는 진리를 알면서도 해마다 무슨 일이 그리 많은지,
아쉬우나마 올 장마 전의 마지막 라이딩은 원주 용소막 성당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가는 길은 6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쭉 가다 횡성에서 5번으로 갈아타 내려오면
원주를 지나 제천 방면으로 치악산과 백운산 사이를 넘는 도중 만나게 됩니다.
자동차로 빨리 가고자 한다면 중앙고속도로의 신림 IC로 나오면 되구요.

신림역 부근에서 402번 지방도로 나와 300미터 정도만 가면 작지만 풍성한 숲 속으로
정말 말도 안되게 그림같은 성당이 나타납니다. 여기 무슨 알프스인가요??

용소막 성당은 풍수원 성당, 원주 원동성당에 이은 강원도의 세 번째 본당이 됩니다.
1904년 공소에서 승격하여 1915년 현재의 건물이 완공되었죠.
일제 치하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풍파를 겪는 와중에도 건물 원형이 보존된 것은 천만 다행.

박해를 피해 산골 마을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나 성당 내외관의 모양이나 풍수원과 여러모로 비슷한데
그 중에도 용소막 성당의 가장 큰 차이랄까 인상이라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이겠죠.
150년을 넘은 지정 보호수를 비롯해서 그야말로 숲 속에 안긴 느낌.

성당 왼편에 모셔진 마리아상.
이 뒤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역시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사제관이 있는데
올라가지 말라는 팻말이 붙어있길래 얌전히 올려만보고 말았습니다. 저는

내부도 풍수원 성당과 형제처럼 닮았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같은 마루바닥 위에 의자를 올렸다는 것과 함께 창문들이 아치 형태라는 정도.

제단을 둘러싼 스테인드 글라스도 세 개가 아니라 다섯 개로군요.
모던한 패턴으로 미루어 비교적 최근에 새로이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은데.
강원도 유형 문화재인 성당 건물은 2013년 보수에 들어가 약 1년간의 공사 끝에 작년 가을 완공되었습니다.

부지 한 켠에 마련된 부속 건물은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의 유물관입니다.
성당이 완공되던 해 성당 앞의 작은 집에서 태어나 성당이 배출한 첫 사제가 된 선종완 신부는
성서학자로서 처음으로 구약성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업적을 남기고 1976년 선종하셨습니다.

풍수원을 비롯하여 비슷한 양식으로 지어진 다른 성당들과 비교해 유달리 종탑이 뾰족한 편인데
지을 당시 건축 기술자였던 중국인이 도면대로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기둥을 잘라내어 그렇다는군요.
물론 이제는 그 또한 성당의 역사와 개성의 일부가 되었죠.

이 성당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건물과 고목이 어우러진 안뜰에 있지 않을런지.
꼭 신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그런 장소입니다.

중앙고속도로나 5번 국도로 치악산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잠시 용소막 성당에 들러보시는건 어떨까요.
다만 숲속의 그림같은 풍경을 보고 한 눈에 반하신다 해도 저는 책임 못져요~ ^^
하루쯤 성당여행
성당 여행; 횡성 풍수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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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절은 워낙 유명한 곳도 많고 산속 깊숙히 들어간 곳도 많아 장기 계획이 되지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