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 재규어 XE, 왜 무거운가?

이번에 재규어 XE가 등장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홍보되었던 것은
신형 인제니움 엔진의 효율성과 함께 알루미늄 합금을 75% 이상 사용한 고강도 경량 차체였습니다
디젤 기준 신형 2.0 엔진이 기존 2.2 엔진 대비 약 80kg 정도 가벼워진데다 알루미늄 차체까지 더해지면
뭔가 획기적인 경량화가 이루어질 거라 기대를 모았는데... 정작 공개된 공차중량은 1,565kg(2.0 디젤)?
가벼워지기는 커녕 1,505kg인 BMW 320d보다 60kg 정도 무거운 몸집이 되었습니다.
아니 신형 엔진과 차체로 감량했다면서, 그 덜어낸 무게는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잠깐 얘기가 새지만 BMW 335i와 재규어 XE S의 비교 시승기를 먼저 소개합니다.
영어의 압박이 있긴 한데 요약하자면 '335i는 참 좋은 차다. 근데 XE S가 더 뛰어나네?'.
물론 드라이버의 주관이지만, 외관-변속세팅-서스펜션-배기음 등에서 XE S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335i가 나은 부분은 연비 정도인데, 배기음과 함께 터보차저와 수퍼차저의 태생적 차이에 기인한 바 크죠.
특히 테스트 드라이버가 강조한 부분은 서스펜션 쪽임을 기억하면서...

XE 론칭 당시 재규어가 공개한 기술 자료의 첫 페이지는
뜻밖에도(?) 신형 엔진이나 알루미늄 차체가 아니라 서스펜션을 비롯한 구동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처음 도입된 전자식 스티어링(EPAS) 및 랜드로버에서 가져온 전지(全地)형 프로그래스 컨트롤(ASPC)과 함께
신형 XE의 하체, 특히 서스펜션에 쏟은 정성과 자부심의 표현이라 보아도 좋겠죠.

전륜의 더블 위시본이야 -꾸준히 맥퍼슨 스트럿을 고집하는 BMW가 특이한 것이지- 특별할 것까지는 없다 한다면
후륜의 인테그랄 링크는 일반적인 5-링크식 멀티링크와 비교할 때 상당히 독특한 레이아웃을 가집니다.
제가 인테그랄 링크 서스펜션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나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아 이 그림만을 가지고 유추할 때
5-링크 기준으로 윗쪽의 캠버 링크(3)와 아랫쪽의 토 링크(6)를 하나씩만 남기고, 하나씩 더 있어야 할 다른 두 링크를
콘트롤 암(4)에 대각선 모양으로 통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움직임은 사이의 인테그랄 링크(5)가 보완.
이 경우 수직 방향으로는 매우 유연하나 수평 방향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점을 가졌던 5-링크 대비
수평 방향, 즉 측면으로부터의 충격도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강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작사에서는 그렇게 발표하였고, 위 동영상의 테스트 드라이버도 같은 맥락으로 말한 바 있죠.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기구 전반이 크고 아름다워진만큼 비용과 무게 증가는 필수적인데다
부피 또한 커지면서 그만큼 뒷좌석이나 트렁크 공간의 손해가 뒤따릅니다.

"날것 그대로인 XE의 화이트 보디 무게는 251킬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차중량은 의외로 그리 가볍지 않다. 180마력 2.0리터 디젤 엔진과 8단 자동기어를 얹은 모델이 1565킬로그램으로 동급 파워트레인의 BMW 320d(1505킬로그램)보다 60킬로그램 무겁고 벤츠 C 220 블루텍(1570킬로그램)보다 겨우 5킬로그램 가볍다. 이들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보디가 가벼운 만큼 섀시의 다른 부분을 조금 더 보강할 여지가 생기더군요.” 나바라 서킷 현장에서 만난 섀시 엔지니어의 설명이다. “그래서 하체 보강에 힘 좀 썼습니다.” 그들이 힘 좀 썼다는 하체는 차체 앞쪽을 떠받치는 더블 위시본 구조, 그리고 뒤쪽 섀시와 연결된 인티그럴 링크 서스펜션이다. 이들은 XE보다 상급인 모델에 주로 쓰이는 복잡한 구조이고, 복잡한 만큼 움직임이 정밀하다. 물론 가격도 그만큼 비쌀 테고."
모터트렌드에서 인용 (원문: http://www.imagazinekorea.com/daily/dailyView.asp?no=3972)

결국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위 내용에서 기자가 만났다는 섀시 엔지니어의 말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즉 완료된 설계를 가지고 소재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바꿈으로써 수치적으로 드러나는 경량화를 얻거나
또는 경량화를 목표로 신소재를 투입하여 최대한의 감량 효과를 뽑아내려 노력한 것이 아니라
알루미늄의 도입으로 인해 생겨난 설계의 여유분을 강도 확충과 서스펜션 보강에 투입했다는 것.
그렇다면 먼저의 비교 시승 영상에서 '기준을 높여버렸다'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죠.
수치에 몰두하는게 장사꾼의 마인드라면 이건 확실히 공돌이의 마인드이긴 한데^^;;

* 서스펜션에 해박하신 이웃분들의 지적과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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