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여행 #008 평창 대화성당

드디어 여행과 라이딩에 가장 좋은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하늘이 이렇게 아름답건만 휴일에 집에서 늘어져 있는건 죄악이에요 죄악!
그래서 지난 주말에는 모처럼 고즈넉히 강원도 평창까지 나가보았습니다.

평창읍은 평창군의 남쪽 아래에 위치하기에 그 위, 군 중앙 부근에는 대화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31번 국도를 끼고 있는 그 대화면에는 아는 이들은 안다는(?) 대화성당이 있죠.

면사무소 소재지이긴 하나 산속의 작은 마을이기에 집과 건물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당 또한 낮은 담에 둘러싸인 단층 건물이어서 잘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죠.
그런데 담 옆에 세워진 이 표지에서 뭔가 눈치 채셨으려나?
산골의 작은 성당이 나름 알려진 이유는 그 안팎을 여러 미술가들이 작업했기 때문입니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입구 바닥부터 예사롭지 않죠?
다섯 개의 자연석과 타일로 만들어진 타원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상징화한 것.

안뜰 한켠 꽃들 속에서 푸근함을 드러내는 성모상과

권위적이지 않은 종탑 위의 자연석을 쌓은 듯한 십자가,

예수가 부조된 십자고상과 둥근 모서리가 소박한 제대와 감실 등등은 조각가 한진섭의 작품.

2300여장의 분청 도판을 구운 뒤 다시 하나씩 깨뜨려 그 조각을 신자들과 함께 일일이 붙였다는 내벽은
도예가 변승훈의 작품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뒷벽 문양은 골고다 언덕의 세 십자가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창문에는 차분한 색조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소박한 성당을 채운 다른 작품들과 조화를 이루는데
사진이 너무 밝게 찍혀 잘 알아볼 수가 없네요. 경건한 분위기에 후딱 찍고 집어넣었더니ㅠㅠ

담 밖으로 한 바퀴 돌았더니 그 위로 호박꽃이 피었네요.
청명한 가을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속 성당의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서울/경기권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라 드라이브나 라이딩을 즐기는 분이 아니라면 일부러 가기가 쉽지 않고,
용평이나 알펜시아 리조트를 가는 길에 장평 IC로 나와 남쪽으로 15분쯤 달리면 찾으실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께서도 이 작은 미술관 속의 평화를 느껴보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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