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인티, R nine T가 주행거리 1만 킬로미터를 넘은 지는 사실 조금 됐습니다.
엔진 오일을 1천과 6천 부근에서 교환했기에 제멋대로 편의상 1만 1천 정도까지는 놔뒀거든요.
BMW 복서 엔진의 특징이라지만 주행중 오일 낼름낼름 드시는 양이 생각보다 많아
도중에 꼭 한 번씩은 오일 보충을 해야 되더랍니다마는.

하여간 그리하여 지난주 1만 킬로 점검 및 오일 교환을 한 기념삼아(?)
모처럼 장거리 투어를 다녀오기로 결심...했다기보다, 딱 타이밍 좋게 그런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네? 제 나인티의 모양이 어딘가 조금 바뀌었다구요?

음 비키니 페어링 달고 탱크에 스트라이프 그려넣은건 지난번에 말씀드렸고,
뒷쪽에 패니어 백 한 조 달았거든요. 국내의 어떤 능력자께서 답답한 마음에 직접 우물을 파셨기에^^;
사진에서는 그늘이 져 잘 안보이지만, 흙탕물 덜 튀기고 가방 덜 더럽히라고 리어 허거(펜더)도 장착.

목적지는 강원도 삼척, 경로는 42번 국도로 갔다가 456번 지방도와 6번 국도로 돌아오는 코스.
아니 뭐 딱히 제가 계획했다기보다 목적지 입력하니 포털 맵이 이렇게 짜주네요^^;;
총 거리는 약 560킬로미터 정도 됩니다.

아침에 작은 일을 먼저 처리하고 떠나느라 국도가 조금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나오니 좋네요.
강원도의 산천은 이제 만연한 가을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처음 출고할때 그랬으되 한동안 잊었다가 오일 교환하니 그런 특성이 다시 조금 도드라진 느낌인데,
나인티는 시동 걸고 아이들링 소리를 듣고 있자면 정말 무슨 할리 비스무리 하다는게 재밌습니다.
그러다가도 회전수 올리면 언제 그랬냐는듯 윙윙 돌아간다는건 더욱 재밌달까 좀 어이없달까.
물론 핸들링도 아주 빠릿빠릿 기민한 편은 아니어서 성격 급한 분과는 좀 안맞겠다 싶기도 한데
그렇다고 늘어지는건 아니고 이거 되겠나 싶은 부분도 신기하게 잘 돌아나오는게 묘미이자 재미겠죠.

그리하여 산 넘고 물 건너 삼척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세운 곳은 삼척의 성내동 성당.
이왕이면 두 마리를 노린달까, 제가 아무 이유없이 삼척을 왔을 리는 없잖아요?
이 성당에 대한 내용은 훗날 별도의 포스팅에~

동해/삼척 부근에 오면 어째서인지 십중팔구 추암 해변을 들리게 되던데,
이번에는 일부러 그 아래의 삼척 해변을 찾았습니다.
요새 비 소식이 없어서 서울은 미세 먼지로 뿌옇던데, 여기는 하늘도 맑고 햇볕도 따땃하니 좋네요.
이렇게 보니 나인티의 최고 강점은 역시 비주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워낙 외모지상ㅈ... 읍읍!

돌아오는 굽이굽이 대관령길을 높지 않은 RPM으로 투투거리며 올라가니 그 맛도 색다르더라구요.
전망대에서 강릉 쪽을 내려보았더니 하필 해가 정확히 등 뒤에 있어 본의아니게 인증샷을. ^^

제목은 일만 킬로건만, 세차하면서 보니 일만하고도 이천 킬로미터가 다 되어가네요.
한 해에 칠천 킬로씩은 뛰고 싶었으나 아마 올해는 일만 삼천 전에 봉인될 듯.
그런데 나이를 먹어 그런가 이제 해뜰 때 나가서 해질 때 들어오는 장거리 투어는 힘에 좀 부쳐요.
가급적 추가 주유 한 번으로 해결되는 거리가 몸도 마음도 편하다는^^;;
원래는 일만 킬로 즈음에 뭔가 롱 텀 시승기같은걸 끄적여볼 요량이었습니다마는
저는 여전히 마일리지 5만 남짓한 병아리 라이더일 뿐이고, 여전히 아는 것도 경험도 일천할 뿐이고,
그렇다고 과격하게 몰아붙이자니 이제 몸이 잘 안따라주고... 그래서 기념 투어 정도로 대신합니다.
뭐 앞으로도 계속 함께 달릴 거니까요. 쭈욱~~
1/1 BMW 모토라드 R nine T
덧글
유리달님의 사진 속에는 파란 바다하늘과 붉은 단풍이 가득하네요. 눈보신 완료!
자그마한 패니어가 나인티에게 잘 어울립니다.
그나저나 워드나님 나인티는 나오긴 나온건가요? 오래전에 순서 양보하셨다는 이야기까지만 들어서^^;;
10만키로까지 안전하게!
500킬로 넘어버리면 저녁에 들어올 수밖에 없고, 차는 막히고, 갓길로 가자니 튜브 타이어라 신경쓰이고, 체력은 떨어지고, 당도 떨어지고... 간만에 해보려니 힘들었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