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뻗어나가는 유리달의 성당 여행...같은게 처음부터 기획되었을 리는 만무하지만,
엉겁결에 끼어든 외전 해외편 첫 번째는 이탈리아 나폴리 대성당입니다.
구시가지인 스파카나폴리에 접어들어 조금 걷다보면 느닷없이 나타나는 큰 건물이죠.

이탈리아어로는 Duomo di Napoli 혹은 Cattedrale di Santa Maria Assunta 또는 Cattedrale di San Gennaro,
영어로는 Naples Cathedral, 우리말로는 나폴리 대성당이 되겠네요.
이름에서 보듯 나폴리의 수호 성인인 성 야누아리오(Saint Januarius(英), San Gennaro(伊))에게 봉헌된,
나폴리를 대표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입니다.

성당은 프랑스 왕 루이 8세의 아들이자 루이 9세의 동생으로 13세기 중반 시칠리아 왕국을 정복하여
앙주 왕조를 연 카를로 1세(앙주의 샤를)에 의해 시작되어 카를로 2세(샤를 2세)를 지나
로베르토(앙주의 로베르) 대에 이르러 완성되었습니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가 통일되기 전까지 나폴리는 오랜 기간 나폴리 왕국 수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사실상 한 나라의 교회를 상징하는 대성당이었던 셈이죠.

그렇다보니 성당 안에는 조반니 란프란코, 주세페 리베라, 프란체스코 솔리메나 등등
남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빼곡히 채워졌습니다.

며칠 뒤에 피렌체, 그 며칠 뒤에는 로마로 향하면서 더욱 어마무시한 것들을 보게 됩니다마는
처음 경험하는 이탈리아 대성당의 아우라는 인상적이다 못해 컬쳐 쇼크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당대에 이러한 규모의 건축물을 짓고 이러한 수준의 예술품을 채워넣으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국부가 투입되어야 했는지 짐작도 안되거니와;;

중앙 회랑 오른편으로는 나폴리와 성당의 수호 성인인 성 야누아리오를 위한 경당이 있습니다.
제대와 화려한 복장이 입혀진 흉상을 중심으로 성인과 관련 인물들의 상이 둘러치듯 감싸고 있죠.
안쪽에는 성 야누아리오의 피를 봉입하여 보관하고 있는데
이 응고된 피가 한 해에 몇 번은 액체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난다 합니다.
그리고 그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해에는 나폴리에 재앙이 닥친다는 전승이 있다나요. ^^;

이 성당에서 서어 야누아리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때문인지
경당의 화려함은 중앙 제대를 뛰어넘어 마치 무슨 궁전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때마침 창문으로 들어온 빛은 좌측 아래 금박이 입혀진 성모상(아마도?)을 비추고...

물론 나폴리에는 이 대성당 외에도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지닌 크고작은 성당들이 많으나
언젠가 나폴리에 다시 갈 수 있기를 바래야겠네요. ㅠㅠ
이탈리아 여행; 나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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