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다 연휴다 하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지만, 이탈리아 여행의 사진은 아직 남았습니다!!
지난번 피렌체에 왔으니 도시의 중심, 피렌체 대성당을 빼먹으면 안되겠죠?

피렌체는 원래 성채도시였던만큼 성채 안 구 시가지에는 건물들이 그야말로 빽빽히 들어차 있습니다.
그 건물들 사이사이로 걷다보면 느닷없이 스케일을 초월한 건축물이 튀어나오니, 바로 이 대성당이죠.
흔히 '피렌체 두오모'라 부르는 이 성당의 정식 이름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
'두오모'란 이탈리아 주교좌 성당의 총칭이지만 도시명 없이 그냥 두오모(il Duomo)라 칭할 경우
피렌체의 이것을 가리킵니다. 이탈리아 내에서 워낙 독보적인 위치와 존재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하여간 종교적으로도 건축적으로도 워낙 유명하기에 다들 잘 아시겠거니와
위키피디아에도 비교적 충실한 한국어 페이지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고...
비현실적인 규모나 크기와 달리 내부는 피렌체 및 이탈리아의 다른 성당들에 비해 소박한 편입니다.
어떤 이야기로는 특정 가문이나 귀족이 아닌 피렌체 시민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벽면에 걸린 그림들 중에는 눈에 익은 것들도 있네요.
오른쪽 위의 것이 도메니코 디 미켈리노의 "단테와 신곡".
신곡의 내용과 그 저자인 단테가 당시의 피렌체를 배경으로 그려졌습니다.
단테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할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죠.

일반적인 르네상스 시기의 성당은 석재나 벽돌로 만들고 전면만 대리석으로 장식하는게 보통이지만
피렌체 대성당은 소박한 내부와 대비되어 외벽을 전부 대리석으로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성당의 규모가 너무나 거대한 나머지 건물 주위에서는 전체 형태를 파악할 수가 없는데...

크기 비교를 위해 사람이 화면에 넣었지만 사실 저 사람도 성당보다 꽤 앞에 있는 거죠.
비현실이랄까 초현실이랄까, 상식을 벗어나는 규모인지라 대리석 건물이 아닌 종이 공작 같기도 하고.
성당의 건축적 핵심이라면 단연 저 돔일텐데,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만들어진 저 팔각 돔은
당시 가장 거대한 돔으로 자리매김하며 르네상스 건축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회화 중심의 미술사 책에도 꼭 한 꼭지씩 소개되곤 하죠.

외벽과 내벽 사이에 만들어진 통로와 계단을 통해 돔 위로 올라갈 수 있는데
사실 전망이 아니라 이 그림, 최후의 심판을 보기 위해서라도 올라가야만 합니다.

쿠폴라까지 올라가면 근방에 높은 건물이 없다보니 전망이 매우 좋습니다.
그나마 비슷한 높이라면 바로 앞, 성당에 부속된 종탑 정도.

이번에는 성당 앞의 세례당으로 갈까요.
중앙의 성당 전면의 뒤로 거대한 돔이 보이고, 오른쪽이 종탑, 왼쪽 앞이 세례당이죠.
사진들이 불친절해 죄송하지만 제 폰카로는 이게 최대한 담은 겁니다;;

대성당보다 먼저 만들어져 현재 피렌체의 가장 오래된 건물이 된 산 조반니(세례 요한) 세례당은
3개의 출입문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로레조 기베르티가 만든 동문이 가장 유명합니다.
아담으로부터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구약의 장면들을 형상화한 이 문은 미켈란젤로가 본 뒤
'천국의 문'으로 칭하였고 그게 그대로 별명이 되었죠.
물론 현재의 문은 정교한 복제품이며 실물은 두오모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본디 세례당이지만 안에 무덤이 하나 있으니 대립 교황 요한 23세라는군요.
아비뇽 유수 이후 대분열 당시 피사 공의회파가 세운 교황으로 로마 가톨릭의 역대 교황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 이 사진은 있으면서 정작 중요한 세례대 사진이 행불..ㅠㅠ

르네상스 이전에 만들어진 건물이다보니 천정화의 양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세례당 완공이 1128년이고 대성당 착공이 1294년이니 긴 역사에서 그다지 큰 간극은 아니지만
대성당 공사가 워낙 오래 걸렸고 돔의 완성은 그 공사에서도 최후의 최후였던데다
돔의 천정화는 그로부터도 한참 뒤에 시작되어 1579년에 끝났으니 반세기 가까이 벌려지게 된 거죠.

마지막 코스인 종탑. 설계자의 이름을 따 흔히 '조토의 종탑'으로 불리우는데
탑이 있으니 올라가야죠? 좁다란 계단을 그저 계속 오르다보면 언젠가는 맨 윗층에 다다릅니다.
앞서의 돔도 그렇고 그나마 겨울이어서 괜찮았지 여름에는 더위와 땀냄새를 마음껏 즐기게 된다네요.

이 종탑 위에 올라와서야 이 거대한 성당의 전체 모습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건너편 쿠폴라에도 관광객들이 가득하네요. 문제는 두 번 오르기 힘든 경우 돔과 종탑 중 어느걸 골라야
좋을까 하는 건데... 돔은 상징성과 천정화가 있고 종탑은 성당 전체를 조망하기 좋으니 고민되겠죠?
그냥 저처럼 둘 다 오르는 걸로. -,.-

어마어마한 광경을 제 폰의 좁은 화각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도리가 없어 두 장을 이어붙였습니다.
오른편의 사각 성채가 베키오 궁전, 그 뒤의 성당 건물이 산타 크로체, 오른쪽 끝의 언덕에
미켈란젤로 광장이 있구요. 이전 포스팅의 일몰 사진과 반대 위치가 되었네요. ^^
다음은 피렌체의 나머지(어이) 성당들입니다.
이탈리아 여행; 피렌체
성당 여행 해외편; 이탈리아 나폴리 대성당
성당 여행 해외편; 이탈리아 아말피 대성당
덧글
성당여행 이거다 싶어 책도 바로 주문하고, 감사 인사 남기려 이글루스 가입도 했네요.
학교다닐때까진 성당엘 열심히 다녔는데요...ㅎ 삶에 찌들수록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네요.
종종들러 좋은 정보 얻어가도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저도 미사에 제대로 참석해서 영성체한건 언젠지 기억도 안나는데 그래도 성당 투어 다니니 괜히 마음은 좋더라구요.
제가 딱히 도움드릴건 없겠지만 종종 들러주세요. 무사고 라이딩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