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동안 그리도 뿌옇더니 오늘은 드디어 공기가 숨쉴 만 해졌네요.
숨이 턱턱 막히던 토요일 아침, 올해의 첫 라이딩으로 공주 중동성당에 다녀왔습니다.

신라의 경주는 워낙 인기있는(?) 수학여행지였던데다 근래 다시 주목받기도 해서 왕래가 잦은데
옛 백제의 중심지인 부여/공주 지역은 도통 제대로 둘러볼 기회가 없었네요.
슥 지나가기만 해도 역사책의 유적지들이 슬쩍슬쩍 보이는데, 언젠가 제대로 보게 되길 희망합니다.

중동성당은 공주를 가로지르는 금강 남쪽, 공산성 아래 언덕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39번이 아닌 1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게 되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온갖 도시들을 지나면서 도착할 즈음에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시즌 개시 라이딩은 만전을 기해야 하거늘, 다 제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어요.

하늘이 잔뜩 흐리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계단을 따라 성당으로 올라갑니다.
오른편에 먼저 보이는 직육면체 건물은 성당보다 먼저 지어진 사제관.

첫 인상은 역시 '약현성당과 닮았네'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약현성당을 모델로 하여 설계하고 시공하였으니까요.

약현성당의 기본에 풍수원성당의 기백과 합덕성당의 웅장함이 더해지면 이럴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나중에 어느정도 답사가 마무리되면 한국식 고딕 성당의 족보(??)를 만들어봐도 재미있을 듯. ^^

내부 또한 한국식 고딕을 충실히 이어받은 삼랑식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경기권은 아기자기함, 강원권이 솔직담백함이라면 확실히 충청권은 단아한 매력이 있네요.
마침 몇몇 다른 분들도 구경과 촬영 중이어서 어깨너머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깥 날씨가 흐리거나 말거나 스테인드 글라스로 들어오는 빛은 언제나 아름답군요.
주보 성인으로 성모 성탄을 모시므로 제대 위에 성모상이 있는 것도 중동성당의 특징.

공주 본당의 역사는 합덕 성당과 공세리 성당으로부터 분리된 1897년에 시작되지만
공주 지역의 순교 역사는 훨씬 길어서 1801년 순교한 이존창으로부터 이어진다고 하네요.

그리고 1921년 최종철 신부가 직접 설계한 것을 토대로 1934년 공사를 시작해 1936년에 완공,
1997년 본당 설립 100주년과 성당 건립 60주년을 기념하여 복원 공사가 있었습니다.

성당 뒷뜰에는 성모상 옆으로 성당을 지으신 최말구(종철) 신부의 묘가 있습니다.
그 왼편으로는 최종수 요한의 비석도 함께 있는데, 최종철 신부의 형인 최종수 요한은
1950년 성당을 훼손하는 인민군에 항의하다 순교하셨다고.

겨울을 지내면서 한동안 보지 못하다 다시금 찾아본 붉은 벽돌 성당은 여전히 반갑습니다.
이제야 우리나라의 고딕 성당의 특질을 조금 알아볼 것 같기도 하고,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건물들 가운데 저마다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실은 지난해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성당 두어곳 정도를 더 돌아보았는데 말이죠. 그건 언제 올리나.
게다가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피렌체와 로마의 어마어마한 성당들 사진들이 아직 남아있는데... orz

성당 뜰에서 내려보이는 건너편의 충청남도역사박물관이 공주의 벚꽃 명소라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왕이면 꽃이 지기전에 오겠다고 짬을 내었구만, 미세먼지가 야속해!!

박물관 쪽에서는 성당이 이렇게 보입니다.
구름이 어쨌거나 미세먼지가 저쨌거나, 참 꽃같은 성당이네요. ^^

이렇게 2016년의 라이딩, 2016년의 성당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인티 올해도 잘 부탁해~!
하루쯤 성당여행
성당 여행; 횡성 풍수원성당
성당 여행; 당진 합덕성당
성당 여행; 청양성당
성당 여행; 원주 용소막성당
성당 여행; 익산 나바위성당
성당 여행; 울산 언양성당
성당 여행; 서울 약현성당
성당 여행; 평창 대화성당
성당 여행; 서울 신천동성당
성당 여행; 춘천 소양로성당
성당 여행; 옥천성당
성당 여행; 삼척 성내동성당
성당 여행; 서울 원효로성당
성당 여행; 서산 동문성당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