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6년 전, 어느 푸르른 봄날에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버리하다가, 국도 정복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고난이 시작되었죠.

함께 전국의 어지간한 고개라는 고개는 다 가보고...

그 와중에 엄한 배틀 흉내도 내보고...

바닷가에서 고적하니 세월도 낚아보고...

진해에 내려가서 꽃구경도 해보고...

드라마틱한 일몰을 바라보며 입도 쩍 벌려보고...

비포장 자갈길도 퉁탕거리며 달려보고...

한밤에 최악의 국도도 주파해보고... 이때 생각하면 진짜 아놔

국도대장정의 종지부도 이 녀석과 함께 했더랬는데...

어제 공들여 씻기고 밥도 배불리 먹인 뒤 간만에 뒷산을 올랐습니다.
같이 나이를 먹었건만, 이 녀석은 아직도 씽씽 잘만 달리네요.

아무리 뒤져봐도 같이 찍은 사진이 없어 어색한 셀프샷도 한 장.
도장을 찍고, 열쇠를 넘기고...
이 녀석이 길을 달려가는 뒷모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봅니다.
아 너는 이런 모습으로 나와 함께 했었구나. 이 작은 체구에서 그렇게 힘을 냈었구나.
먼저 떠나보낸 작은애 F800R과 함께, 이제 제 삶의 어떤 시기가 끝났음을 느낍니다.
안녕히.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덧글
조만간 새로 입양되어 올 큰아이에게... "유리달 님을 잘 부탁해요.~"
P.S 유리달 님 굉장한 미남이십니다.^^(부럽 부럽)
그걸 제외한 포장 구간에서는 단연 14번의 양남-양북 구간이 톱 먹을 만하죠. 불빛 하나 없는 왕복 1차선 산길이라니..;;
저도 겁없이 해진 뒤에 도전했다가 식겁했는데, 부디 조심하세요~
사람은 탈것에 감정을 이입하는 이상한 특성이 있는 모양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