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당 여행 이번 차례는 간만의 대형 주자, 음성의 감곡매괴성당입니다.

음성군 감곡면에 위치한 이 성당의 이름은 매괴(묵주기도)의 성모를 주보 성인으로 모시고 있다는 뜻이죠.
감곡면 위치를 잘 모르겠다면, 청미천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마주한 장호원읍이라 여기셔도 무방하죠.
처음 면허 딸 때부터 수도없이 들락거린 곳인데도 이런 성당이 있는 걸 몰랐다니;;

1894년 부임하여 성당을 일군 부이용(임 가밀로) 신부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장호원 본당의 초대 주임으로 힘든 일제 시기를 버티고 광복과 함께 4대 주임으로 다시 활동하다
1947년 선종하신, 그야말로 성당의 역사 그 자체인 분.

1930년에 지어진 이 성당은 전국에서 18번째, 충청북도에서는 최초의 성당이 됩니다.
당시의 여느 성당들처럼 외국인 신부(시잘레)가 설계하고 중국인들이 공사를 담당했으며
현재 충청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원래 이 터에는 명성황후 민씨의 육촌인 민응식의 대저택이 있었다 하죠.
이 터를 어렵사리 매입한 가밀로 신부는 서울의 명동 성당과 똑같이 지으려고 했으나
공사 과정에서 일제에 의해 자재가 공출되면서 규모가 작아져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합니다.

그렇다 해도 규모와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죠. 서울/경기권의 대형 성당 못지 않은 듯.
준공된 후 일제가 성당 뒷산에 신사를 세우려고 했으나 신부와 신도들의 기도가 응답을 받았는지
공사를 하려고만 하면 사건 사고가 거듭되는 바람에 결국 철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내부 모습도 신도의 규모와 충북 모본당으로서의 위엄을 말해주는군요.
기본적으로 명동 성당과 같은 형식을 그대로 축소한 느낌?

중앙 제대 위에 모셔진 루르드의 성모상은 가밀로 신부가 프랑스에서 직접 가져온 것으로
'칠고(七苦)의 성모상'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이름은 한국전쟁 당시 성당이 북한군의 진지로 이용되면서
북한군 병사로부터 7발의 총탄을 맞았으나 파괴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기인합니다.
앞서 언급한 일제시대 신사 공사를 피한 사연과 함께

이는 감곡 성당이 성모 순례지로 지정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남양 성모성지에 이어 두 번째라네요. 어쩐지 느껴지는 자부심이 남다르더라니.

이래저래 '충청도에서는 내가 명동 성당이야~' 라고 외치는 듯한 포스?

옆에 사제관으로 지어진 화강암 2층 건물은 현재 유물관(매괴 박물관)이 되어 있습니다.

성당을 옆에 끼고 조성된 것은 아니지만 사무동의 사각 뜰은 마치 유럽 성당의 회랑을 보는 듯하군요.

그저 시간과 거리가 맞아 왔다가 역사와 위엄에 놀라버린 감곡매괴성당이었습니다.
순례자라면 이미 다녀가셨을테고, 관심있는 분이라면 장호원 지날때 쉬어갈 겸 들러보세요.
분명 이 막사진과 날림설명보다 훨씬 깊은 감흥을 받으실 겝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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