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에 비추어 볼 때, 아무리 대자본이 투여된 실사 영화라 해도
이상하리만큼 정도를 걷는 "부산행"의 진행은 나를 포함해 그의 팬들을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본디 앞서 기획되었던 애니메이션 "서울역"에 대한 의문과 기대가 높아져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도저도 아닌 "서울역"보다는 차라리 오락물로서의 "부산행"이 더 나았다.
물론 "부산행"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했던 비판적 메세지는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단편적으로 산재할 뿐 서로 연결되지 않으며 (총체적 노답인 '헬조선'의 구체화라면 할말 없다)
그 결과 극의 흐름은 좀비들과 더불어 서울역 부근에서 허우적대다 갑작스럽게 끊겨버린다.
애니메이션 특유의 작화 면에서는, 전작들을 보지 못한 이는 의외라고 느낄 지도 모르지만,
"부산행"의 흥행에 힘입은 것인지 전작들 대비 상당한 퀄리티 상승을 이루어냈으나
추격, 격투 등 장르 특성상 부각되는 움직임에서 그 상승분을 모두 까먹고도 남음이 있다.
비전문 배우들이 연기한 목소리에 있어서는, 하아, 사실 감독의 거친 스타일에 매끈한 성우 연기도
어색할거라 옹호해왔던 나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올시다.
만약 "부산행"보다 이 "서울역"을 먼저 보았다면 좀 더 좋게 볼 수 있었을까?
그건 확신할 수 없지만 좋든싫든 흥행작을 성공시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감독이 되었으니
어떤 무엇이 되었든 제작/연출 스타일에 전환점이 필요해 보인다.
부산행
덧글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부산행에 비해 상영관이나 상영횟수도 굉장히 적은 것 같더라구요.
부산행 버프를 받을줄 알았는데 시사회 반응이 별로였나봐요. 흐.
"블루 시걸"이 죽을 쑨 뒤 20년 넘게 사망 상태잖습니까.
가만, 시체였던 한국 성인 애니메이션이 다시 꿈틀거리며 움직이는데, 부활한 게 아니라 좀비더라? 혹시 서울역은 연상호의 메타 개그?
지난주에 이성강 감독의 "카이"도 개봉했던데, 어떻게 저떻게 다들 애쓰시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