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걸쳐 대한민국 청(?)소(?)년들을 대거 영입한
헤비메탈의 지분 한 가닥은 독일의 밴드 헬로윈이 꽉 잡고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까지도 그 아래에 파생된 유럽식 파워 메탈(혹은 통칭 '멜로딕 스피드 메탈')의 영향은
수많은 밴드들과 앨범들에 이어져오고 있으니 그 생명력은 헤비메탈의 불가사의 중 하나일런지?
하여간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불필요한,
메탈 팬이 아니더라도 'A tale that wasn't right' 정도는 들으면 누구나 바로 '아~ 그 노래~'하는
전설의 헬로윈이라 하더라도 이상하게 나와는 별다른 이성/감성적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나
세월이 흘러흘러 헤비메탈이 주류에서 밀려난 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하나 통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유쾌한 표지를 자랑하는 1998년의 수작 "Better Than Raw",
그리고 그 다음의 "The Dark Ride"를 통해 두 눈에 검은 하트를 날리게 된다.

쏟아지는 물량을 -게으른 지금에 비해- 참 부지런히도 찾아 들었던 것이 무색하게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감마레이나 블라인드 가디언의 일부 앨범 정도가 귀에 감겼던걸 보면,
그리고 그 앨범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당시의 나는 역시 '어둠의 자식'(^^;;) 이었던 듯하다.
드럼의 비트는 잘개 쪼개지만 멜로디나 화성이 단순하여 쉬이 질리는 이 장르에서
그런 취향의 동조라도 없으면 플레이 리스트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들었달까나.
지금은 그런 요소들을 포용한 멜로딕 데스로 관심이 옮겨간지 오래지만서도.
이전의 '해피 헬로윈'은 잊으라는 듯 리프마저 무지막지한 속도감으로 무장했던 "Better Than Raw",
그리고 심지어 '헤비 헬로윈'으로 전환된 이 "The Dark Ride"는 밴드와 장르의 관습에 물려있던
나를 비롯한 일부 리스너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으나 기존의 팬들은 찬반 양론으로 갈라졌고,
상당수 평단의 호평을 얻었으되 밴드는 어두운 분위기를 주도했던 그로포우와 쿠슈를 해고함으로써
이 앨범은 이름 그대로 밴드의 흑역사이자 일탈로 남았다.
그러나 이후 오랜 시간에 걸친 여러 삽질 끝에 탄생한, 후기 명반 소리를 듣는 "7 Sinners"(2010)에서
이 "The Dark Ride"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 무어라 말해야 할지.
* 올 초 언젠가 블로그 이름에서 한 글자를 고치면서 이 앨범 이야기를 한다는게 계속 미뤄지다
할로윈을 핑계삼아 올려봅니다. 해피 헤비 할로윈~
덧글
전 헬로윈 앨범 중 Master of the Rings 제일 좋아해요. 뭔가 미국메탈스러워서요 ㅎㅎ 묵직하고 힘이 느껴지는데다 멜로디도 좋고
서로 어느정도 상통하는 바가 있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