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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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OMNIUM, 겨울이 온다 by glasmoon


록 밴드에게, 특히 '프로그레시브'나 '아트' 같은 수식어가 붙는 밴드에게
앨범 하나를 송두리째 쏟아부은 대작, 혹은 콘셉트 앨범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거의 필수 요소로 붙어다니는 모양이다. 물론 거기에 혹하는 사람도 많고.
그러나 작업의 수고로움은 물론이거니와 그 수고로움을 인정받기란 더욱 쉽지 않은 일.
쇠락해가는 헤비메탈의 마지막 성지 핀란드의 인섬니움(Insomnium)은 과연 어떤 결과물을 내놓았는가.




유튜브에 뮤비는 커녕 온전한 트랙도 없이 누군가 한 부분을 짤막하게 잘라놓은 것만;;



이런 작업에 있어 흔히 몇 개의 음악적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색채의 여러 곡으로 완성시킨 뒤
그것들을 '키'가 되는 공통 요소 -흔히 가사- 를 통해 묶어내는 방식이 보다 흔히 쓰이나
인섬니움은 음악적 주제를 공유하지 않지만 서로 비슷한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곡을 구성하는 그러한 작법을 사용하였고, 곡명도 part 1~7로 단순히 구분된다.

먼저 단점을 꼽자면, 공통 형질을 마련하기 위해 시종일관 라 단조(및 관계조)를 맴도는 조성으로 인해
각 트랙들의 차별성이 적지않게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또 같은 이유로 그들의 작업에 한두 부분씩은 들어있던 가슴을 찌르는 선율도 없거니와
싱글로 내세울만한 타이틀 트랙, 뇌리에 박힐만한 뛰어난 리프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심지어 몇몇 부분에서의 화성이나 기타 진행은 의아함을 느낄 만큼 단순하다.

그러나 이 단점들의 대부분은 장점으로 치환되기도 하니,
개개의 트랙의 개성이 약화되었다는 것은 서로 충분히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되며
이는 좋고 나쁜 개별 트랙이 아니라 커다란 하나의 곡의 일부라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심지어 '유달리 훌륭한' 리프나 선율이 없기에 유기적 통일성에 기여하고 있다면 해몽이 과한 걸까.
각 트랙들은 하나의 조성 아래에서 조금씩 다른, 그러나 과하지 않은 전개를 보여주며
음악적인 면에서 또한 감상자가 수용하는 면에서 지루해지기 전에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헤비메탈이라는 장르에서 하나의 통일된 제목이 이렇게 어울리는 앨범을 일찌기 보지 못했다.
처음의 쓸쓸한 바람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바람과 같이 40분이 지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못내 아쉬운 거라면 시작과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고,
마지막 part 6과 7을 접속하여 클라이막스를 보다 확실하게 만들어 두었더라면 하는 정도?

이제 어둑한 밤하늘에 잿빛 눈보라가 날린다면
형제 옴니움 개더럼(Omnium Gatherum)의 'Deep Cold'와 함께 이 'Winter's Gate'를 떠올리게 될까.
오늘은 입동. 이렇게 겨울이 온다.


INSOMNIUM, 우리가 잠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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